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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미스테리 [단편] 전생의 얼굴을 보는 방법

공게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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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중학교 쯤,

한창 분신사바나 귀신보기 등등이 유행했을 때였다.

 

어느 여중의 아이들처럼 우리는 평소 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관심이 지대히 많았고

밤에 칼을 물고 거울을 보면 미래의 배우자가 보인다는 둥 하는 말들이 떠돌아 다녔다.

 

A라는 내 친구는 특히나 새롭고 기괴한 이야기들을 좋아했다.

 

유행하던 공포특급, 쉿! 같은 단편 이야기책들을 섭렵하고

학교끝나고 같이 분신사바 하자는 걸 난 무서워 못하겠다 거절하니

다른 친구를 꼬셔 아무도 없는 비오는 교실에서 분신사바를 하는 신기한 아이였다.

 

그 외에도 본인의 머리카락을 볼펜에 묶어 길게 늘어뜨리고,

볼펜을 종이 위에 올려

좌로 몇번 도는지 우로 몇번 도는지에 따라 대답이 된다는 것도 해보곤 했다.

 

대다수는 엉터리였고, 볼펜이 혼자 푸닥거리며 격하게 움직이는건 볼 수 없었다.

A는 투덜거리곤 한번쯤 자기도 진짜 무언갈 느껴보고 싶다며 종종 말했다.

 

 

어느날 쉬는시간, 저만치 다른 분단에 앉아있던 A가 

빅뉴스라며 흥분된 목소리로 나에게 뛰어왔다.

 

-ㅇㅇ야, 나 또 새로운 방법을 찾았어!

 

-이번에도 귀신보기야? 학교에 또 남아있는건 싫어....

 

-아냐, 이번엔 전생보기야.

 

-전생?

 

A의 말은 이러했다.

 

 

 

밤 12시, 어두운 곳에서 모든 불을 끄고

촛불 2개만 켜놓는다.

촛불 2개는 얼굴폭만큼 간격을 둬 나란히 놓고

그 촛불 두개를 왼쪽,오른쪽에 둔 상태로 눈높이 위치에 맞춘 후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본다. 

촛점을 풀고 서로를 가만히 쳐다보면

서로의 얼굴이 전생의 얼굴로 차츰 변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얘기였지만 나는 전생이 딱히 궁금하지 않았다.

거절하려했지만, A는 밤늦게까지 있을 친구는 나밖에 없다며 딱 한번만 같이 해보자며 징징거리기 시작했다.

 

-우리집에서 하루 자고 가! 엄마도 너 아니까 괜찮아! 학교에서 하는거 아니니까 한번만 같이 해주라~

 

나는 귀신이나 전생을 완전히 믿지도, 안믿지도 않는 주의라

무섭다기 보단 약간의 귀찮음이 컸다.

중학교 들어서 가장 친해진 친구이기도 했고, 딱히 거절할 이유는 없는지라

결국 오늘 밤 당장 시행하기로 했다.

 

 

 

밤 11시 58분쯤.

혹시라도 빛이 들어올까봐 창문의 커텐을 꼭꼭 여며놓았다.

A는 미리 어머님께

"나 친구랑 비밀얘기할꺼니까 들어오지 마요!"라며 으름장을 내 놓은 상태라 방해받을 일은 없다.

애초에 밤 12시에 딸이 방에서 뭘하던 부모님들은 주무실 터였다.

 

A는 두근두근하는 얼굴로 프링글스 통 두개를 가져와 그 위에 촛불 2개를 올리고 불을 켰다.

얼추 촛불의 일렁이는 불꽃이 눈높이쯤 오는 위치가 되었다.

 

-바로 안될수도 있어. 얘기 들어보니까 5분이나 10분쯤 걸릴수도 있으니까 뭔가 보이면 말해줘!

 

-그냥 보이면 끝나는거야? 뭐...끝내는 방식이나 그런건 없어? 분신사바는 끝내겠다고 말해야만 끝나잖아?

 

-아 맞다...그건 안물어봤네. 근데 귀신 불러내는게 아니니까 상관없지 않을까? 자 이제 시작한다!

 

 

12시가 되었고,

 

둘다 양반다리로 앉아 촛불 사이의 얼굴을 멍하니 마주보기 시작했다.

 

약한 숨에 촛불이 살짝 떨리는 것 말고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한 2분쯤 지났지만 역시나 난 별다른 느낌은 받지 못했다. 그냥 A의 얼굴로 보였다.

 

그래도 벌써 못하겠다는 소린 할 수 없으니 진지한 A의 얼굴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5분쯤 지났을까.

 

A의 표정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눈가가 파르르 떨리더니, 이내 얼굴이 일그러지며 몸을 움찔거리는 것이었다.

 

어...이거 뭔가 이상하다 싶어 A에게 말을 걸까말까 고민하던 찰나

 

 

-꺄아아악!!!!

 

 

A가 촛불을 팔을 휘둘러 내팽겨치곤

도망가듯이 몸을 뒤로 빼며 후다다닥 기어갔다.

바닥의 초가 떨어지며 꺼졌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큰일날 뻔 했던 순간이었다.

사색이 된 A에게 달려가 팔을 잡았다.

 

-야 왜그래! 갑자기 소리지르면 놀라잖아!! 일어날 수 있어?

 

-어...어으아....어.....

 

나를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떨군 채 입만 뻐끔거리는 A의 반응은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었다.

 

갑자기 야밤에 소리를 지른 덕분에 놀란 부모님이 방으로 뛰어들어오셨고,

촛불을 엎어 놀라 소리지른거라고 내가 해명했지만

밤에 불장난치지 말라며 된통 혼나고 촛불은 압수당했다.

다행히 촛불에 신경이 쏠려 A 의 상태는 제대로 못보신 듯 했다.

 

부모님들이 나가시고,

침대위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벌벌 떠는 A에게 조심스레 다시 말을 걸었다.

 

 

-괜찮아?

 

-봤어....

 

-뭘? 전생을?

 

-아냐 그런게 전생일리가 없어....그런게....

 

-......대체 뭘 본거야?

 

 

-아니....내가 촛불사이로 너 보고 있는데....얼굴이 점점 희미해지는거야... 그래서 와 진짜 되나보다 하고 좀더 집중하니까....

얼굴이 흘러내리듯이 이목구비가 주르륵 흐르더니....어떤 여자얼굴로 바뀌어.... 근데 그 여자가...처음 보는 여잔데...얼굴은 하얗고 눈은 쾡하게 날 똑바로 보는데...

그런 얼굴 처음봤어...사람이 아니야... 그런 게 사람일 리 없어....

입이 귀밑까지 찢어져라 웃고있잖아..... 웃고 있는데 입 안은 시꺼멓게 되어있고 속이 안보여....

깔깔깔깔 웃는 소리가 들리는데 몸이 안움직여서...어떻게든 움직이려고 하니까

그 여자 얼굴만 쑤욱 빠지더니 내 앞으로 이렇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윽 하고 스쳐지나갔어...........

코앞으로 스쳐지나가면서 여자랑 눈이 엄청 가까이서 마주쳤어....

 

-......

 

-전생보기가 아닌가봐...이거 이상해....아 어떡해......아.....

 

 

A는 급기야 흐느끼기 시작했고,

나는 그저 바르르 떠는 A를 토닥여줄수밖에 없었다.

불안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누운 A가 먼저 잠드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나도 옆자리에 누워 잠을 청할 수 있었다.

 

 

그 뒤로 A는, 출처없는 강령식이나 배우자보기,전생보기 등에 일절 관심을 끊었다.

 

행여나 다른 애들이 분신사바라도 할라치면 몸서리치며 안보이는데서 하라고 짜증을 부렸다.

 

그 뒤로 딱히 A의 행동이 이상해진다던가 한 적은 없었고,

우리는 고등학교를 각각 따로 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다.

 

A의 말은 정말일까. 연기같진 않았는데...

그렇다면 A가 본 그 얼굴은 대체 무엇이고,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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