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초딩이 내 차 긁고 이렇게 해뒀는데 봐줘야 할까?

크 너 멋지다 나랑 친구먹자

당신은 루피 입니까..?

멋지다고 말하면 '저정도는 눈에 띄는 위치도 아니고, 별로 안 긁었으니 괜찮고, 눈에 띄는 위치를 크게 긁었으면 그건 고민을 좀..' 이라고 생각했던게 무안해지잖습니까.

버찌씨라도 받았음?

저정도 손글씨와 군것질 거리면 버찌씨로 충분하지 않겠음?

그리고 저게 진짜 애기가 혼자 저지른 실수라면, 그냥 저거 받고 조용히 있는 것만으로는
애가 나중에 머리가 크면서 '내가 잘못한건 맞지만 내 연락처를 적어놨던건 아니니, 나를 봐준게 아니라 못 잡은 것 뿐일 수도 있다' 라는 생각으로 '양심에 걸리는 에피소드'로 기억이 변질 돼버릴 수 있음.

그러니 반드시 애를 찾아서 '내가 너의 버찌씨를 받고 친절을 베풀었다' 라는 액션을 취해서 '버찌씨를 받아준 고마운 어른에 대한 기억'으로 바로 잡아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함.
자신의 버찌씨를 받아 준 어른이 있다는 기억을 가진 애들은, 자신이 커서 아이들의 버찌씨를 받아 줄 줄 아는 어른이 될 확률이 높기 때문임.

사소한 케이스지만,
6~7살 때,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뒷 차들이 빵빵 거리는데도 먼저 지나가라며 손짓 해주던 택시아저씨의 친절이 아직도 기억이 남.
나도 먼저 지나가시라고 여러번 손짓 했음에도, 조급해 하지 않고 여유롭게 웃으면서 먼저 지나가라고 계속 손짓 하셔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친구들과 함께 횡단보도를 건넜고.
그때는 '아 그냥 빨리 지나가지. 특이한 아저씨네.' 라고 생각했지만, 나이가 들고 그 상황이 이해가 되면서, 비록 그 아저씨의 얼굴은 기억 안나지만, 그 여유와 배려는 아직도 내 머리속에 남아 나를 교통법규 까다롭게 지키는 사람으로 만드는데에 한 몫을 했음.

그로 인해서 나도 몇몇 사람에게 좋은 기억을 남겨주는 에피소드가 생기면서 기억의 여흥거리들이 생겼는데,
이렇게 별거 아닌 버찌씨를 받고도 내 인생의 일부분이 의미있어진 경험을 한 사람으로써
아이들에게 그보다 더 큰 버찌씨를 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면 마다 할 수 없는게 당연한거 아니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