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밤이로군.
나는 밤을 아주 좋아하지…
마치 썩어 문드러진 피부색 같고
무덤을 덮은 축축한 흙과 같으며
흡혈귀가 덮어쓴 거대한 망토와도 같은
그런, 칠흑같은 밤을 말이야…
이런 밤이면 나는 또 사냥감을 찾아다니지.
도구는 단 하나, 길쭉한 철꼬챙이면 충분해.
다른건 필요없어. 이거 하나면 뭐든지 할 수 있거든.
살을 헤집고…피를 뽑아내고….
생각만해도 온 몸에 전율이 흐르는군.
아주 멋져. 살가죽을 뚫고 들어갈 때의 손 맛은 그야말로 환상이지.
뭐와 비교할 수 있을까…
맹수가 사냥감의 대가리를 앞 발로 후려칠 때의 느낌…?
그것도 괜찮겠군. 퍽! 깨지는 느낌이 예술일거야.
물론 당하는 놈의 입장까지 내가 생각할 필요는 없겠지…
물론 이 재미는 꼬챙이로 살을 농락하는데만 있는게 아니지.
나는 피를 아주 좋아하거든.
그 비릿한 향내와 혀 끝에 감기는 진한 액체의 감촉-
그걸 입 안 가득 물고 있을 때면…
아- 절정이야.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어…
이러니 피 맛이 더욱 간절해 지는군.
학교라는 곳을 아나? 내가 아주 좋아하는 장소지.
친절하게도 아직 어리고 야들야들한 사냥감들을 한 곳에 몰아 놓은 곳이야.
물론 밤늦게까지.
아무래도 늙은 것들 보다는 어린 것들이 좀 더 맛깔스러운 법이거든.
푹- 들어가는 느낌도 산뜻하고…
나를 보고 질러 대는 비명도 입맛을 살려 주는데 일조하지….
아, 이런…영업기밀을 너무 많이 흘렸나? 크크큭, 뭐 상관 없어.
요즘은 사냥이 너무 수월해졌거든.
따분할 정도로 말이야.
멍청하게 앉아 빛을 내는 상자를 바라보고 있는 꼬라지들이란…
조심하는 게 좋아.
어느 순간 내가 뒤에 서서 네 놈의 목을 노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지.
그래, 너 말이야.
상자를 바라보고 있는.
목덜미가 섬뜩하지 않나?…….
뭐야, 설마 겁먹은 건 아니겠지?
그렇게 쫄 필요없어.
오늘은 일단 학교를 좀 돌아야겠으니까.
네 놈들의 처리는 그 다음이지.
크크큭…야들야들한 살가죽들이 어서 찔러달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군…좋아,
한바탕 휩쓸어 볼까. 벌써부터 피 냄새가 입 안에 감돌고 있어…
…….
크큭, 안개비. 안개비가 내리는군.
그래, 이거야말로 내게 딱 맞는 분위기야…….
크큭…
크크큭…
크하하하하하하하하!
…….
"너 거기서 뭐해?"
"……."
"야! 멍청히 서서 뭐하는 거냐니깐?"
"…이상해."
"응? 이상하다니? 뭐가?"
"이 모기말야…"
"모기약을…즐기고 있는 것 같아……."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