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 나폴리탄 블로그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나는 아파트 복도로 나왔다.
어째서인지 복도의 불이 모두 꺼져 있었다.
내가 사는 집은 복도의 끝자락이었다.
너무도 자주, 별 생각도 없이 매일 걸어왔던 길이다.
그러나 암흑 속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현관문 하나 하나를 지날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눈을 돌렸다.
소리를 들은 것은 그 때였다.
긁고, 끄는 소리.
나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분명 오래된 에어컨이 가동하는 소리일 거라고 자신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것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텅 빈 눈동자, 벗겨진 얼굴 가죽.
나를 향한 뭉개지고 손가락이 떨어져나간 손.
너무나도 많은 피.
나는 두 발자국 쯤 넘어질 듯 물러섰다.
한 박자 늦게 상황을 깨닫고, 돌아서서 엘리베이터를 향해 질주했다.
등 뒤에서 울부짖음과 몸을 끄는 소리가 들렸다.
내 뒤를 쫓고 있었다.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대신, 미친 듯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끼익.
그리고, 오 감사하게도,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복도에 한 줄기 빛이 비쳐 나왔다.
나는 달려들어가서 벽에 몸을 기대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 나서야 아직 문이 열려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문 밖에서 그것이 기어오고 있었다.
나를 향해 천천히. 꿈지럭대면서.
나는 닫힘 버튼에 주먹을 날리며 구원을 바랐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에 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그것의 눈이었다.
충혈된, 눈꺼풀이 없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는 그 눈.
그 일이 있고 한 달이 지났다.
나는 이제 귀신을 믿는다.
나는 세상 곳곳에 괴물이 살고 있다고 믿는다.
나는 내가 본 것이 인간이 아니었다고 믿는다.
그리고 나는, 의족을 한 여자가 피를 흘리며 기어와,
엘리베이터 문 바로 앞에서 숨을 거두었다는 신문 기사를 절대로, 절대로 믿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