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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미스테리 [괴담] 물려받은 것

리자 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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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우리집은 동네에서 제일 갈 정도로 가난했다. 

 

너무 가난한 탓에 부모님은 동생도 낳아주지 않았다. 

 

가끔은 나도 원치 않았는데 생겨버린게 아닌가 할 정도로. 

 

 

 

 

 

그래서 입는 옷도 전부 동네에서 남이 입던 것을 얻어 온 걸 입었고, 

 

간식이라곤 공원 수돗가에서 먹는 수돗물이 전부일 정도였다. 

 

 

 

 

 

기억이 없을 정도로 어릴 적부터 이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나는 '가난'이 부끄럽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남의 것을 물려 받는 것에도 전혀 불만이 없었다. 

 

 

 

 

 

그런 나도 학교에 갈 나이가 됐다. 

 

물론 공부할 때 쓸 학용품이나 가방 같은 것도 전부 누군가에게 물려받은 것이었다. 

 

항상 그래왔듯이 그런 것에 조금도 불만이 없던 나였지만, 딱 한가지 싫은 것이 있었다. 

 

 

 

 

 

책상. 

 

 

 

 

 

책상이 처음부터 싫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처음엔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아버지가 어디선가 얻어온 이 책상은 남이 쓰다가 준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새것이었다. 

 

서랍을 열면 아직도 나무 냄새가 나는 것으로 봐서는 정말 새 것인 것 같았다. 

 

 

 

 

 

처음으로 가져 본 새 것 아닌 '새 것'이었기 때문에 공부라고는 별로 관심도 없던 나는 

 

순전히 책상이 마음에 들어 하릴없이 책상앞에 앉아서 책을 들춰보기도 하고 폐지 수거함에서 주워온 만화책을 읽기도 했다. 

 

 

 

 

 

책상이 생긴지 일주일이 지났을 때 즈음, 이상한 일이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 책상 앞에 앉아 만화책을 읽고 있었더니, 발에 싸늘한 것이 살짝 닿았다. 

 

 

 

 

 

크게 신경쓸만큼도 닿지 않았고 딱 그냥 싸늘한게 닿았구나 하는 정도로 살짝 닿았기 때문에 

 

그냥 내 발을 다른 곳으로 움직이곤 만화를 계속 읽었다. 

 

 

 

 

 

한참을 또 만화를 읽고 있었더니 또 살짝 차가웠다. 

 

또 대수롭지 않게 만화에서 눈을 떼지 않고, 

 

계속 닿는 것이 짜증 났기 때문에 발에 닿는 그 것을 발로 안 쪽으로 밀어 넣었다. 

 

 

 

 

 

그런데 발 끝에 뭔가 물컹한 것이 느껴졌다. 

 

 

 

 

 

'뭐지?'  

 

 

 

 

 

그 때까지도 읽고 있던 만화가 너무 재미있었던 탓에 눈은 만화를 본 채로 발 끝으로 그 것을 더듬기 시작했다. 

 

 

 

 

 

발바닥으로 표면을 훑어보니 물컹하기도 하고 딱딱하기도 했다. 

 

 

 

 

 

그렇게 점점 윗쪽으로 훑어 올라갔고, 발가락 끝에 실 같은 것이 느껴졌다. 

 

 

 

 

 

'실이 꽤 많네..'라고 생각하자마자 나는 그 것의 정체를 깨닫고 얼른 책상 밑을 들여다 보았다. 

 

 

 

 

 

 

 

 

 

 

 

 

 

하얀 남자아이가 쪼그리고 앉아 눈알없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정말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듯이 놀라서 의자채로 뒤로 넘어졌다. 

 

하지만 눈은 넘어지는 그 순간조차도 그 '남자아이'에게서 떼지 못했다. 

 

그 남자아이도 검은 구멍밖에 남지 않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넘어진 힘 그대로 기다시피해서 내 방에서 도망쳤다. 

 

 

 

 

 

엉엉 울며 아버지에게 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말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헛 것을 봤을거라고 전혀 믿어주질 않았다. 

 

 

 

 

 

나도 혹시나 헛 것을 본건 아닌지.. 다시 조심스레 방에 가 보았더니 책상 밑에는 다른 잡동사니뿐 아까의 그 남자 아이는 없었다. 

 

 

 

 

 

그 후에도 잊을만 하면 발에 싸늘한 것이 닿는 일이 몇 번 있었다. 

 

하지만 그 것뿐이고 그 외에는 가위 눌리는 일 조차 없이 아무 일도 없었기 때문에 

 

그럴 때는 조용히 방을 나가 조금 있다가 들어오면 아무 것도 없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그런 일이 계속 일어나면 책상을 버리면 되지 않나 하고 생각하겠지만, 

 

내 생에 처음 가져 본 '새 것'을 버리는 것이 나에겐 훨씬 더 두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책상 밑을 들여다 보는 것은 무서웠다. 

 

 

 

 

 

중학교에 진학하고, 어쩌다 보니 어머니께 그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고, 어디서 난 책상인지 물어봤다. 

 

 

 

 

 

어머니는 조금 곤란한 듯한 얼굴을 하고 대답했다. 

 

 

 

 

 

"그 책상은 원래 옆 동네의 A군꺼였는데 A군이 저수지에서 물놀이를 하다 깊은 곳에 들어가 버렸는지 죽어버렸단다. 

 

그래서 A군 물건을 그 집에서 정리하는데 그 때 아버지가 얻어온거야." 

 

 

 

 

 

어떻게 생각하면 조금 무서울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그 때엔 이미 어릴적에 '그 것'을 본지도 한참 된데다 

 

나에게 해코지를 하지도 않았기에 그냥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그러려니 했다. 

 

 

 

 

 

그 후에 나는 야구에 흥미를 가졌고 야구부에 들어가고 싶었다. 

 

여전히 가난했던 우리 집은 글러브와 배트 등을 살 돈이 없었다. 

 

 

 

 

 

그 이야기를 아버지에게 말했더니 아버지는 "잠깐만 기다려라"고 하고는 곧 어디선가 야구용품을 얻어 왔다. 

 

 

 

 

 

야구부에 들어가고 얼마 후, 야구부원 중 한 명이 내 글러브와 배트를 보고 

 

"그거 B꺼 아니야? 맞네. 여기 이 흠집을 보니까 B꺼 맞네"라고 했다. 

 

 

 

 

 

나도 B를 알고 있었다. 

 

자세한 사정은 알지 못하지만 내 또래인 B는 옆 동네에서 야구를 잘 한다며 꽤 유명한 친구였다. 

 

그리고 B는 최근 물놀이를 하다 물에 빠져서 죽었다. 

 

 

 

 

 

그 때,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하나 있었다. 

 

오래된 기억 속의 일이라 처음엔 기억이 날 듯 안 날 듯 나를 괴롭혔지만 곧 기억이 났다. 

 

 

 

 

 

A와 B는 둘 다 물에 빠져 죽었다. 

 

 

 

 

 

그리고 그 들의 것이 다 내게로 왔다. 

 

이런 우연이 또 있을까. 

 

 

 

 

 

나는 곧바로 아버지에게 가서 TV게임기가 가지고 싶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언제나 처럼 "잠깐 기다려라"고 하곤 며칠 후에 게임기를 구해 오셨다. 

 

 

 

 

 

 

 

 

 

 

 

 

 

 

 

그리고 며칠 후, 

 

저수지에서 옆 동네 중학생이 저수지에 빠져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나는 책상 밑을 보는 것이 무섭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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