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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미스테리 [괴담] 고독[蠱毒)

리자 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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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어머니와 이모는 평소 외가에 신경쓰지 않으셨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외가에서 어머니와 이모를 같은 피를 나눈 인간들로 취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명절때 외가에 가지 않는 것은 물론이요, 생일이나 경사때 보낸 선물들도 다시 반송되어 오고

 

심지어 친척중 누가 상을 당해도, 며칠이나 지난 뒤에나 어머니의 동네친구들에게서 듣곤 했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어릴땐 사이가 이렇지는 않았습니다.

 

일곱살정도 까지는 외갓댁에 가기도하고 연락도 자주해서 친척들과 같이 놀이공원도 놀러가곤 했습니다.

 

하지만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직후, 사이가 급격하게 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원인은 바로 외삼촌, 온화하고 항상 겸손하시던 외삼촌은

 

외할머니가 돌아가시자 갑자기 돌변하여 외할머니의 재산을 모두 자신이 가져야한다고 주장했고

 

마을의 어르신들과 친척들중에 나이가 많으시고 영향력있으신 분들을

 

재물따위로 매수한뒤 어머니와 이모를 하하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에 외가에도 잘 오지도 않고, 신경도 쓰지않는 년들이 무슨 유산이냐?"

 

"그.. 당연히 평소에 모시던사람이 가져야 하는거 아니냐?"

 

마을 어르신들과 친척들의 호통과 질책속에, 어머니와 이모님은 눈물을 흘리며

 

거의 반강제적으로 상속을 포기하겠다는 각서에 서명을 했고

 

그 뒤로 외가에서 완전히 쫒겨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여름, 외가에서 거의 20년만에 연락이 왔습니다.

 

연락을 한 것은 외삼촌의 딸로, 저와 그나마 연락이 닿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그녀는 저에게 외삼촌이 죽어간다는 이야기를 했죠.

 

저와 어머니는 20년만에 고향으로 내려가서 외가로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크지않은 동네에서 유일한 삼층집에 마당도 커다란 외가는

 

어릴적 기억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비록, 어릴적 기억하던 그 모습은 사라지고 귀곡산장처럼 바라보기만해도

 

기분나빠지는 그런 폐허로 변했지만요.

 

붉은 벽돌로 지어진 아름다운 벽과, 웅장한 대문만은 그때 그대로였습니다.

 

하지만 어릴적 추억을 가지고 안으로 들어가봤더니 

 

정원은 이미 관리가 안되서 온통 잡초 투성이었고, 화단은 썩어가는 화초들이,

 

집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이상한 악취까지 났습니다.

 

마당을 지나 집 안으로 들어갔을때, 저와 어머니는 너무 놀라서 살짝 비명을 질렀죠.

 

집안에는 이상한 부적들이 거실과 온 방안에 덕지덕지 붙어있었고

 

용도를 알 수 없는 구릿빛 식칼과 기이한 가면따위가 벽에 붙어있었던 것입니다. 

 

부엌에는 언제 설거지를 한지 모를 식기들이 가득하여

 

파리들이 거의 부엌을 점령하듯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사방에는 바퀴벌레들과 지네들이 돌아다녔습니다.

 

청소를 전혀하지 않았는지 걸을 때마다 먼지가 피어올라서 숨을 쉬기 곤란할 지경이었죠.

 

도저히 이 집에 있을 수가 없어서 집 밖으로 나오니

 

마침 연락을 했던 사촌동생이 도망치듯 집밖으로 나오는 저희를 울먹이듯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그녀를 보자마자 대체 이 집에서 무슨일이 있었느냐고 닥달했죠.

 

어렸을적 뛰어놀던 저택은 이미 사라지고 그곳엔 건강한 사람마저 

 

병들게 만들정도의 흉가가 되어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자기도 모르겠다는 말을 할 뿐이었습니다.

 

사촌동생의 이야기는 참으로 믿기 힘든 이야기였습니다.

 

자신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입학하자,

 

외삼촌과 외숙모는 그녀의 생활비를 원조했고 그녀는 그렇게 서울에서 자취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서울에서 생활한지 몇주동안 정말 정신없이 바빠서 집에 연락조차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4월 중순쯤 중간고사가 끝나자 어느정도 생활의 기초가 잡혀서

 

오랫만에 본가로 내려온 그녀는, 너무나도 놀라게 됩니다.

 

자신을 맞이하는 부모님의 얼굴은, 자신이 아는 부모님의 얼굴이 아닌

 

다크써클이 코중간까지 내려온 반시체의 모습이었던거죠.

 

그녀의 부모님은 그녀에게 요즘 잠을 잘 못자는것 뿐이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도저히 그 꼴은 잠을 며칠 못잔 사람들의 몰골이 아니였습니다.

 

피부는 급속도로 노화가 된듯 생기가 없었고,

 

얼굴에는 주름살이 몇배는 늘었으며 눈은 퀭해서 초점이 맞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그녀는, 그녀의 부모님을 병원으로 모시겠다고 했지만

 

한사코 그저 잠을 못잤을 뿐이라며 그녀를 안심시켰고 결국 서울로 다시 돌아왔다고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적어도 하루에 한번 전화를 걸어 부모님의 안부를 물었고

 

그녀의 부모님은 그 이후 잠을 푹잘수있었다며 그녀를 안심시켰습니다.

 

그녀도 전화상에서의 부모님의 목소리가 괜찮게들려 그렇게 안심하고 있었습니다.

 

기말고사가 끝난뒤 그녀는 오랫만에 집에 전화를 걸었고 몇번이나 걸었습니다.

 

계속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고 결국 급하게 집으로 내려가보니

 

마당에 쓰러져있는 부모를 보게 된 것입니다.

 

그녀는 즉시 119를 불러 응급실로 옮겼고 

 

다행이 숨은 붙어있었지만 몸이 매우 쇠약해져있는 상태,

 

의사는 심한 영양실조와 불면증이 그 원인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의사는 그녀에게 정말 운이 좋았다고, 

 

하루이틀만 늦었으면 지금 있는 곳이 응급실이 아니라 장례식장이 되었을거랍니다.

 

그녀는 부모님의 짐을 가지러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녀가 쓰러져있는 부모를 봤을땐 너무 놀라 눈치채진 못했지만,

 

그제서야 자신의 집이 많이 달라져있음을 눈치챘다고 합니다.

 

그녀는 집으로 들어갈때도 집에서 풍기는 이상한 기운에 도망치듯 집을 빠져나와

 

주변친척들에게 전화를 걸었던 거죠.

 

하지만 아무도 그녀를 도와주지않았습니다.

 

다들 바쁘다, 자신들도 요즘 어렵다는 등의 말만 해대며 도움을 거절했습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가 쫒아낸 고모들에게까지 연락을 한것이죠.

 

저와 어머니는 일단 병원으로 외숙모와 외삼촌을 살피러갔습니다.

 

저야 너무 오래전에 본 분들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어머니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외할머니의 모든 재산을 강탈하고 자신을 고향에서 쫒아낸 사내,

 

그 뒤에도 시도때도없이 꿈속에 나타나 자신을 괴롭힌 사내가 앞에 있었지만

 

어머니의 얼굴은 평온했습니다.

 

이때 저는 이미 어머니가 외삼촌을 용서했다는 것을 눈치챘습니다.

 

어머니는 그렇게 그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저와 사촌여동생에게 

 

다시 집으로 돌아가자고 했습니다.

 

이유를 여쭙자, 외할머니의 물건이 그런 공간에 있게 둬서는 안된다고 하셨지만

 

가는 길에 쓰레기 봉투나 청소도구를 챙기시는걸 보니

 

아예 집을 청소할 생각이셨나 봅니다.

 

하긴, 수십년을 살아온 그 집이, 어릴적 추억을 담은 그 집이,

 

그렇게 변했는데, 어머니는 아무것도 안할수는 없다는 생각이 드셨나봅니다.

 

집은 역시 을씨년스럽게 우리를 맞이했습니다.

 

이상한 무속신앙에 쓸것같은 물건이 가득한 그 곳.

 

건강한 사람이 들어가도, 며칠 못버티고 미쳐버릴것같은 그 집.

 

그렇게 마당을 지나 현관문을 여니 썩은내가 코끝을 찔러왔습니다.

 

사촌여동생은 자신의 집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왔을때는 저런 기괴한 물건들도, 붙어있는 수백장의 부적들도 없었다고합니다.

 

저희는 집안을 조사하듯 돌아다녔고,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더욱 알 수 없는 물건들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1층끝에 있는 외할머니의 방을 열었을때, 우린 매우 놀랐습니다.

 

그 방만큼은, 유일하게 이 방만은 부적도 기괴한 물건도 이상한 도구도 없었죠.

 

그저 몇달 청소를 안한듯 먼지만 조금 쌓였고 제가 기억하는 그 방 그대로였습니다.

 

저희 외할머니방앞을 시작으로 평범하지않는 모든 물건을 청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청동식칼도, 괴기한 가면도, 동물의 피로 갈겨놓은 부적들도...

 

정상적인 생활용품이라 생각들지 않는 그런것들을 전부 쓰레기봉투안으로 쳐넣었습니다.

 

부적은 너무 단단히 달라붙어있어 벽지채로 잘라내버리고,

 

복도에 걸려있는 사람들이 불속에서 고통받는 그 그림은 아예 벽에 붙어있는 그림이라

 

망치로 조각내어 버리는 등 상당히 난관이 많았지만,

 

세명이서 몇시간동안 정리를 하다보니 적어도 1층정도는 본래의 모습과 흡사하게 돌려놓을 수 있었죠.

 

벽지는 뜯어져서 콘크리트가 보이고 바닥엔 지네의 시체가 조금 보이긴 했지만 말입니다.

 

1층은 그렇게 정리했지만, 2층과 3층은 아예 들어가지도 못할정도로 상태가 심각했습니다.

 

2층에는 알 수 없는 동물의 시체와 정체모를 붉은 색의 글씨로 가득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역겨워서 토악질을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결국 2층으로 가는 계단을 완전히 막아버리고, 내일 119라도 불러서 청소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청소를 하다보니 어느덧 밤이 되었습니다.

 

사촌동생과 어머니는 슈퍼에 나가 이것저것 사오더니

 

마당에 모기향을 피우고 그럭저럭 괜찮은 술자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한잔, 두잔... 어머니의 추억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사촌의 대학이야기, 정치이야기 등등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우린 마당에서 잠을 자게 되었습니다.

 

무슨일이 일어날지도 모른채 말입니다.

 

 

전 꿈속에서 희뿌연 연기 속에 있었습니다.

 

무언가에 속박당한듯, 움직이지도 못한 상태로 그렇게 연기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잠시 뒤 저는 제 몸을 둘러싼것이 커다란 구렁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제가 그 사실을 알아차리자, 그 구렁이는 저를 터트려 죽여버릴듯 몸을 조여왔습니다.

 

저는 너무도 갑갑하여 사방으로 몸을 움직였으나 그럴수록 구렁이는 더욱 강하게 조였습니다.

 

그리고 등쪽에서 수천개의 바늘로 찌를듯한 그런 고통이 느껴졌습니다.

 

척추의 중심쪽으로부터 시작된 그 통증은 온몸으로 퍼져나갔고

 

저는 미친듯이 비명을 지르며 이리저리 몸을 비틀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구렁이는 점점 더 저를 조여왔고 

 

등에서 퍼지기 시작한 통증은 더더욱 저를 괴롭혀왔습니다.

 

그러던 도중, 주변을 떠돌던 연기가 제 주변으로 모이더니 

 

곧이어 제 코와 입, 귓구멍으로 매몰차게 들어왔습니다.

 

그 연기는 제 몸속으로 들어와 몸속에 있는 혈관속의 모든 세포들을 

 

남김없이 찢어버릴듯 난도질하기 시작했죠.

 

귓구멍으로 들어온 연기는 뇌속에서 맴돌며 머리를 미친듯이 때렸습니다.

 

눈에서는 피눈물이 나는듯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제입에서는 소리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그 고통을 사라졌습니다.

 

저는 갑자기 사라진 고통에 어리둥절했지만

 

제 머리속에서 누군가 종을 울리는듯한 목소리가 울려펴졌습니다.

 

 

"네놈이 아니야...

 

네놈이 아니야!!!

 

돌아가!!!!!!"

 

 

종소리처럼 그 목소리는 제 머리속에 퍼져왔고

 

전 소스라치게 놀라며 잠에서 깼습니다.

 

저는 옆을 돌아 사촌여동생을 바라봤는데,

 

거품을 물고, 눈이 돌아간 상태로

 

간헐적으로 발작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전 본능적으로 눈치챌수있었습니다.

 

이 집에서 무엇이 일어났는지.

 

누가 이런짓을 했는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게 외삼촌의 비추를 향하고 있었던 것을 말입니다.

 

이 얼마나 기쁜일입니까?

 

왜 저렇게 고통받는진 모르지만, 저들은 받아야할 벌을 받고 있으니 말입니다.

 

우리 어머니와 이모를 내쫒은 벌로 말입니다.

 

 

 

119에 사촌여동생이 실려가는걸 보면서

 

어머니는 저에게 병원으로 가서 외삼촌과 외숙모를 보러가자고 했습니다.

 

병원으로 가보니 놀랍게도 그 두사람도 거품을 물고 발작을 일으켰다고 했고,

 

사람 네댓명이 달라붙어 겨우 진정을 시켰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그들 곁으로 가서 한숨을 내쉬고는 왜 이런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전 너무도 화가나서 어머니에게 소리를 쳤습니다.

 

"이새끼들은 죄값는거 아녜요! 애초에 엄마하고 이모한테 그딴식으로 대해서 벌을 받는거지! 쳐죽일놈들..."

 

어머니는 잠시 저를 바라본뒤, 

 

죄를 미워해야지 사람을 미워하면 되겠냐는말따위를 하며 저를 타일렀습니다.

 

저는 너무도 화가나서 어머니를 뿌리치고 나와 안피우던 담배를 연신 피워댔죠.

 

좀 진정된 마음으로 다시 병원에 들어가려다 문득 사촌여동생이 생각나서 응급실쪽으로 향했습니다.

 

119에 실려간뒤로 못간게 미안해 가보았더니 다행히도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하긴, 이 아이가 무슨 죄랍니까?

 

죄는 이 아이의 썩어빠진 부모가 저질렀는데 말입니다.

 

그렇게 10분, 20분.

 

간의 의자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데

 

왠 할머니 할아버지가 응급실로 들어오길래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처음엔 누굴까 생각을 하다가, 할아버지의 얼굴을 보고

 

어머니에게 소리를 치며 집에서 나가라고 소리치던 그 친척이란걸 눈치챘습니다.

 

바로 욕지꺼리가 나오려고했지만 꾹 참고 간의의자를 내드린 뒤

 

할아버지를 조용히 쳐다봤습니다.

 

친척중에 한분이셨지만 -정확히 촌수가 어떻게 되는지는 몰랐지만-

 

이렇게 늦은 밤에 병실에 찾아온걸 보니 꽤 가까운 분임이 분명했죠.

 

"미안하다..."

 

몇분간 사촌여동생을 바라보던 그 할아버지가 나지막히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사촌여동생에게 하는 말인줄 알았지만, 저를 바라보며 미안하다고 하시기에

 

저는 그저 그 할아버지를 가만히 노려보았습니다.

 

"내가... 태수놈이 건내주는 돈 몇푼에 눈이 멀어서...

 

그 아이들을 그렇게 보내는게 아니였어... 미안하다..."

 

전 아무런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사과를 받아야할 사람은 제가아니라 저희 어머니였습니다.

 

제가 사과를 받는다 한들 무엇이 달라지겠습니까? 

 

할아버진, 아무런 말도없는 저를 바라보며 조그맣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보았죠.

 

전,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하... 근데 제가 악몽꾸고 일어나보니까..."

 

"악몽을 꾸었다고?"

 

"예?... 예..."

 

"꿈 내용을 말해줄수 있겠니?"

 

악몽이라는 말에 갑자기 말이 빨라지신 할아버지와

 

그때까지만 해도 가만히 사촌여동생을 바라보던 그 할머니가 

 

갑자기 저를 보며 말했습니다.

 

전 영문을 몰랐지만 그들에게 꿈 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대충설명했지만, 이것저것 캐묻는 그들때문에

 

아주 자세하게 설명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이고... 이럴수가... 아이고..."

 

꿈 내용을 전부 설명하자

 

그때까지 아무말 없으시던 할머니가 나즈막히

 

"어찌할꼬... 어찌할꼬..." 하는등의 내뱉기 시작했고

 

할아버지의 얼굴은 깊은 사색이 되어 굳어있었습니다.

 

"이 꿈이 먼데요?"

 

저는 너무 답답해서 그들에게 물었고

 

"흐유...무고에 당했어... 무고에 당했어..."

 

이렇게 중얼거리는 겁니다

 

할아버지는 조용히 무고, 다른말로는 고독이라는 것에 대해 설명해주셨습니다.

 

무고, 혹은 고독이란,

 

독을 품고있는 벌레나 동물따위를 

 

항아리나 작은 단지에 두고

 

단지에 담겨져있는 벌레나 동물을 서로 물고 죽여서

 

한마리만 남았을때 그 한마리를 죽인 피로 부적을 쓰거나

 

그 시체를 저주하고싶은 상대의 집에 묻는 것을 말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고독에 사용한 벌레나 동물들이 그 사람의 꿈에 나와서

 

그 사람이 죽을때까지 아주 악랄하게 괴롭히고

 

저주에 당한 사람은 죽을때까지 괴로워하다가 고통스럽게 죽는 무시무시한 저주라고 합니다.

 

"그러면.. 제가 꿈속에서 본 안개나 구렁이같은것들이.."

 

"그래.. 무고에 사용된 벌레나 동물인거지"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할아버지는 계속 말을 이었습니다.

 

"하지만, 웬만큼 강한 원한이 아니면...

 

저주는 커녕 도로 자신에게 영향이 올텐데, 대체 누가..."

 

하 ... 정말 웃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놈이 살아오면서 어떻게, 누구에게 원한을 샀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 글을 쓰는 저한테만해도 그런 저주를 걸만한 원한이 충분했습니다.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을때,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여러군데에 전화를 걸며 해결책을 강구하는것처럼 보였습니다.

 

가만히 듣기로는 어디에 사는 무당이라느니 제사라느니 하는걸 보니

 

그 집에서 굿을 하여 고독을 풀려고 하는것 같았죠.

 

저는 어머니곁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어찌됐든 일은 해결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일은 빠르게 진행이 되었습니다.

 

바로 그 다음날 사촌동생이 깨어났고 다음날 그 집으로 친적들 열댓명이 모여들었죠.

 

다들 어머니를 볼때마다 껄끄러워하거나 조용히 미안하다는 말을 했지만

 

어머니는 짧게 고개를 숙여 대답하거나 무시했습니다.

 

전 그들의 그 가증스러움에 역겨움이 몰려왔지만, 꾹 참았습니다

 

곧이어 상이 차려지고 언제온건지 대문앞에 화려하게 차려입은 무당이 도착해있엇죠.

 

신기하게도 무당은 대문앞으로 들어서는것조차 무서워하며,

 

빤히 그렇게 집을 쳐다보았는데

 

돌연, 옆에 차고있던 긴칼을 뽑아들더니 앞에 들고 무언가를 위협하는듯

 

한발짝, 한발짝 조심스레 안쪽으로 들어왔습니다.

 

"오빠... 저거..."

 

사촌여동생은 무당이 차고있던 칼을 보여 속삭였습니다.

 

길이는 조금 차이났지만 저희가 집에서 버린 칼과 유사한 모습이었습니다.

 

그제서야 그들이 왜 저런 물건을 집에 두었는지 알것같았습니다.

 

뭔가가 자신을 괴롭히자, 귀신이라 생각하고

 

무속용품들을 닥치는대로 모았던 것입니다.

 

무당은 집안으로 들어갈 생각조차 안하고 이곳저곳 시선을 돌리며

 

이곳에 있는 것 조차 두려워하는 것같았습니다.

 

제가 tv에서 보던 무당들은 도도한 표정으로 소리나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그런 기괴한 묘기나 부리는 모습으로 생각해왔는데 의외의 모습이었죠.

 

"당신이 부르는게 아니었다면 안왔을거야..

 

대체 어디서 이런집을 구한거야!? 아이고... 보이는게 너무많아... 셀수 조차없어."

 

무당은 제삿상앞에 앉아있던 처음보는 할머니를 향해 중얼거리곤

 

바로 굿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시작한 굿은 제가 tv에서 보았던 굿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느순간부터 굿이 조금 이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무당은 품에 있던 풀꽃따위를 사방으로 뿌리더니

 

곧 언제가져왔는지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기를 칼로 연신 내려치기 것이었습니다.

 

"어이고.. 저걸 우짜노.."

 

주변 어른들은 고기가 잘라지지 않을때마다 연신 공포스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무당도 계속 고기를 내려치다가 안되겠는지

 

칼로 고기를 찌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푹, 하고 계속 칼로 고기를 찌르다가

 

어느순간 칼이 고기에 푹 박혔고

 

무당이 경직된듯 몸을 멈추더니

 

곧 입에 거품을 물고 미친듯이 소리를 쳤습니다.

 

 

 

"히.....히ㅣ히히....

안 사라져.... 안사라진다고... 

더러운 놈들, 치졸한놈들, 배신자놈들...

가문에 먹칠한놈들아.... 너희는 세상에 존재해선 안될 새끼들이야

죽어...

죽어...!! 

안사라져 ..아무소용도 없다 이것들아 

이 짓거리 전부 소용없어!"

 

 

 

사람들은 갑자기 자신들을 향해소리치는 무당을 어이없게 쳐다보다가

 

곧 몇몇이 무당을 제지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무당은 늙은여인의 몸이라고는 믿을수없는 힘으로

 

네다섯명의 사내를 뿌리치고는 계속 몸을 펄쩍펄쩍뛰며

 

친척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외치며 소리질렀습니다.

 

 

 

"더러운새끼....니가 감히 이곳을 들어와?"

 

"치졸한새끼...니가 어떻게 대문을 넘어들어왔어? 어?

어떻게 뻔뻔하게 얼굴을 쳐들고 대문을 들어와?"

 

 

 

"저..저저...저런..."

 

 

"너도 왔구나... 더러운새끼... 

그 놈이 먼저 너한테 돈을 줬지? 기뻤니? 응? 기뻤어?"

 

 

 

무당이 계속 소리를 치자

 

할머니 몇분이 눈을 질끈감고 아까 무당이 던진 풀꽃을 다시 무당에게 던졌습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풀꽃을 맞을때마다 마치 칼에 찔린듯 고통스럽게 소리를 쳤고

 

몇분간 몸을 비틀며 소리를 지르다 마침내 털썩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어이고... 이제 끝난건가..."

 

 

"히히히히히히ㅣㅣㅎ 

혼자는 못가..... 

그놈은 데려간다..... 데려갈꺼야

내가 혼자갈꺼같아?

히히히히히ㅣ히ㅣㅣ"

 

 

무당은 미친듯이 웃으며 쓰러진채로 친척들에게 침을 밷다가

 

결국은 기절해버렸습니다.

 

친척들은 이젠 해결된것같다며 안심했고 어머니는 저에게 돌아가자고 하셨죠.

 

근데... 정말 끝난걸까?

 

저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상한 느낌이 계속 들었습니다.

 

 

 

그리고 며칠뒤, 외삼촌이 퇴원하시고 나오는 길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외삼촌의 장례식이 끝나고 외숙모가 찾아와 정중히 사과하며

 

다시 유산을 가져가시는게 어떻겠냐고 어머니께 물어왔습니다.

 

어머니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거절을 표하며 말씀하셨습니다.

 

"착하고 겸손했고... 항상 저한테 웃어주던 오빠를

 

돈이 미치게했습니다. 

 

저 또한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겠죠.

 

수많은 돈이 있다면 행복하게 살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저 친척관계가 회복된것에 만족하겠습니다.

 

그만 돌아가주세요"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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