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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미스테리 [괴담] 지리산 대참사

리자 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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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나실려나 모르겠지만.... 

 

98년 8월 5일에 있었던 일입니다. 

 

제 삶의 기억중 결코 잊을수 없는 기억을 옮겨 적어봅니다.

 

 

 

98. 8. 1 

 

다들 군입대를 앞두고 마지막인 여름을 그냥보내기 싫다고한다.

 

남자들만 6명이서 놀러를 가기로 했다.

 

장소는 원동 배냇골. 부산에서 멀잖은 곳이다.

 

맘에드는 곳이다. 

 

거리도 가깝고 교통편도 기차를 타고 가면 되기에 아주 적당하다.

 

더군다나 동현이의 외삼촌이 사시는 곳이다.

 

각자 준비할 물건들을 나누고 3일날 만날것을 약속하며 해어졌다. 

 

 

98. 8. 2 

 

준비도 다했고, 심심해서 동현이네 집에 놀러갔다.

 

언제나 처럼 동현이 어머님께서는 알아서 차려먹으란 말을 하신다.

 

익숙하다. 냉장고에 뭐가 들었는지.

 

수박을 먹는데 어머님이 배냇골 이야기를 해주신다.

 

그곳이 6.25때 빨갱이로 몰린 사람들이 떼죽음을 당한곳이란 말을 강조하신다.

 

별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라 흘리듯 지워버린다.

 

낼이면 출발이구나.

 

기다려진다.

 

근데 여자 없이 가는게 정말 잘하는 짓일까.

 

 

 

98. 8. 3 

 

배냇골에 도착했다.

 

젠장... 역에서부터 약 4km를 걸어들어 왔다.

 

짐도 많은데.

 

동현이네 외가집은 더 들어가야 한단다.

 

그곳에 가는것은 포기했다. 아주 급한 일이 아니면.

 

근데... 이곳도 맘에 안든다.

 

무작정 눈에 띄는 공터를 찾아들어 왔는데 횟집 마당이다.

 

산속에 무슨 횟집이람. 

 

더군다나 텐트를 치려면 하루에 3만원씩 장소비를 내란다.

 

콧방귀를 끼며 횟집앞 계곡 한 가운데에 자갈이 싸여 있는곳에 텐트를 쳤다.

 

날이 가물어서 인지 계곡에 물이 없다.

 

이거 물놀이는 커녕 목욕이나 제대로 할수 있을런지 의문스럽다.

 

 

저녁시간.

 

각자 파트를 나눠 밥을 준비했다.

 

근데 고추장이 없다.

 

하는수없이 횟집을 찾아갔다.

 

종이컵에 한숟가락 퍼 담아 주면서 1000원이란다.

 

과자와 음료수등 부식거리들이 보이기에 가격을 물어봤다.

 

정확히 두배로 받는다. 전화한통쓰는데는 150원 이란다.

 

꼬우면 마을까지 걸어가서 사먹으란다.

 

돈독이 제대로 올랐다.

 

한숟갈에 천원짜리 최고급 고추장을 손에 쥐고 오면서 

 

이대로 당할수만은 없단 오기가 들었다.

 

때마침 그집 텃밭이 눈에 들어온다.

 

저녁찌개거리들이 넘쳐났다.

 

맛있는 저녁이 되었다.

 

 

 

98. 8. 4 

 

오늘밤이 어쩌면 이녀석들과 보내는 

 

마지막밤일지 모른단 생각에 술한잔 기울이며 

 

맘속에 담고 있던 이야기들, 궁금했던것들을 마구 늘어 놓았다.

 

술은 왜이리 달고 고기는 어쩜이리 살살 녹던지

 

다만, 저녁부터 이슬비가 내린다는 것만빼면 모든게 좋았다. 

 

 

어느덧 파장분위기다.

 

그리구 빗줄기가 더 굵어져 더 이상 밖에서 무얼 먹는다는게 불가능했다.

 

술기운에 어지러운 몸을 가누며 텐트로 들어가는데 

 

어디선가 여자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모두들 동시에 술이 확 깨는것을 느꼈다.

 

우리의 머리속을 강타하고 지나가는 한마디.

 

'여자다!' 

 

다들 후레시를 찾는다.

 

서로들 자기가 찾아볼꺼라고 옥신각신이다.

 

결국 다 같이 여자를 찾아나선다.

 

빗속에서 혼자 울고있는 여자를 모른척 한다는건 그건 인간이 할짓이 아니다. 

 

다들 사명감에 불타오른다.

 

근처 풀숲.... 나무주변... 어디에도 없다.

 

그래, 저 횟집이다.

 

다들 횟집을 바라본다.

 

하루에 3만원이란 거금을 내고 텐트를 치고노는 부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저속에 가련한 여인이 갇혀있다.

 

구해내야한다.

 

빗속에서 여섯사내가 묵묵히 발길을 옮겨간다.

 

횟집마당에 늘어선 텐트를 노려보며, 

 

저마다 자기가 그여자를 위로할거라는 포부를 안고.

 

 

어..? 아무도 없다.

 

울고있는 여자는 어디에도 없다.

 

아무리 둘러봐도 남친이랑 희희덕 거리는 여자들만 보인다.

 

친구들중 한놈이 소리친다.

 

"재수없게 우는 년이 누구야?" 

 

사람들이 비가오니 별 미친놈 다본다는 시선으로 째려본다.

 

나머지 친구들은 서둘러 그친구를 외면한다.

 

허탈한 발걸음을 옮겨 우리 텐트로 들어가는데

 

다시 그 울음 소리가 들린다.

 

정말로 슬프게 흐느끼는 소리가 너무나도 또렷하게 들렸다.

 

이번엔 주위에 숲까지 다 뒤졌다.

 

그런데도 아무도 없다.

 

다들 할말을 잃었다.

 

잘못들은게 아닌데....

 

모두 들었는데.... 

 

있어야할게 없다.

 

반드시 울음소리의 주인공이 있어야 하는데 어디에도 없다.

 

그게 우리의 말문을 틀어막고 있다.

 

다들 한가지를 떠올렸지만, 

 

그 누구도 입에 담지 못했다.

 

설마...

 

아닐거야...

 

그렀게 믿고 싶었다.

 

모두들 아무말 없이 텐트로 들어가 누웠다.

 

다시 들린다.

 

울음소리.

 

아까보다 더욱더 크게 들린다.

 

누군가 넌지시 한마디 던진다.

 

'귀신인가...?' 

 

애써 무시하고 잠을 청한다.

 

문득, 빗방울이 텐트에 떨어지는 소리가 이렇게 컸구나, 하는 생각이든다.

 

 

 

98. 8. 5 

 

뒤척이다 축축한 느낌에 눈을 떴다. 

 

눈앞에 뭔가 있다....손을 뻤어 만진다...

 

물이다...

 

물...

 

물? 

 

놀라 일어서는데 그게 안된다.

 

뭔가가 위에서 누르고 있다. 

 

텐트다.

 

납작해진 텐트를 치켜들며 친구들을 깨웠다.

 

입구를 찾아 지퍼를 열어보니 말그대로 퍼붇는듯이 비가 온다.

 

계곡물은 이미 텐트까지 차올랐다.

 

서둘러 친구들과 텐트밖으로 뛰쳐나왔다.

 

짐이고 뭐고 손에 잡히는데로 텐트안에 집어던지곤 텐트를 뽑아들어 뛰었다.

 

횟집으로 가야 산다.

 

 

 

가보니 횟집도 이미 아수라장이다.

 

도로에서 횟집으로 내려오는 경사로가 도로의 배수로 역활을 충실히 하고있었다.

 

엄청난 물이 쏟아져 들어온다.

 

계곡과 횟집을 구분하는 나즈마한 제방위로 불어날 때로 불어난 계곡물이 지나간다.

 

냄비로 물을 퍼내는 사람, 차에 집을 옮겨 담는 사람.

 

난리다.

 

횟집안으로 들어갔다.

 

이 비만 피하려고 했다.

 

근데 이집 주인은 너무나도 노련한 장사꾼이다.

 

1인당 만오천원이란다.

 

친구놈들이 드디어 폭발했다.

 

현관문, 신발장, 모두 빗속으로 던져진다.

 

한참후, 현관으로 시원하게 비바람이 몰아쳐 들어온다.

 

후련하다.

 

이제 남은건 어떻게 살아 돌아가느냐 하는것이다.

 

한참만에 역까지 걸어가기로 결정한다.

 

짐을 정리하고 모자와 썬그라스를 챙겨쓰고 빗속으로 나선다.

 

한밤중이지만 이것들이 없으면 눈조차 뜨기 힘들다.

 

뒷통수에 대고 횟집주인이 무어라 짓걸인다.

 

"이 새끼들 얼마나 가나 보자, 

얼마못가 돌아올거다" 

 

친구한놈이 가볍게 가운데손가락을 치켜든다.

 

도로위는 물바다였다.

 

종아리까지 물이 차올라 있다.

 

아이스박스 챙겨든놈 땡잡았다.

 

알아서 둥둥떠간다.

 

생각없이 발만 바라보며 걸어간다.

 

걷는게 이렇게 힘든건지 처음 알았다.

 

한놈이 소리친다.

 

저거뭐야!?

 

다들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본다..

 

뭔가있다.

 

뭔가 빗속을 걸어간다...

 

하얗다.... 

 

계곡쪽으로 간다.... 

 

우리랑 불과 10m남짓한 거리지만

 

도저히 형체를 알아볼수없다.

 

뭘까...?

 

아까 울음소리의 주인공? 

 

없다.

 

갑자기 사라졌다.

 

누군가 비명을 지른다.

 

다들 공포에 싸여 달린다.

 

어디로 가는지 무작정 달린다.

 

얼마나 달렸나

 

인가가 보인다

 

마을이다.

 

살았다.

 

다들 가쁜숨을 고르고 있는데 우리앞으로 119가 지나간다.

 

누군가 불어난 계곡물에 휩쓸렸거나 고립됐나 보다.

 

우리가 아니라 정말 다행이다.

 

 

빗방울이 가늘어진다싶더니 어느새 그친다.

 

역으로 갔다.

 

우리 말고도 급하게 내려온 사람들이 많았다.

 

가방을 뒤적거려 꺼놨던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전원을 켜니 난리다.

 

집에서 새벽부터 얼마나 전화를 했던지.

 

음성, 문자가 넘쳐난다.

 

집에 전화를 했다.

 

아빠가 받는다.

 

 

무슨일 있어요? 

 

살아있구나! 다행이야... 됐다, 얼른 들어와라... 

 

 

무슨 가출했다 몇년만에 연락한 자식 대하는듯 하다.

 

영문을 알수없다.

 

기차가 왔다.

 

자리는 있지만 너무도 흠뻑 젓은 몸이라 차마 앉지 못하겠다.

 

부산역에 도착해 지하철로 갈아탔다.

 

스포츠 신문에 어느 연예인이 올랐나 신문가판을 봤다.

 

 

굵은 빨간글자.... 

 

지리산 대참사....급작스런 게릴라성폭우....X명사망, X명실종.... 

 

부산 경남지방 밤새150mm이상 폭우 쏟아져...비피해 속출.... 

 

 

믿을수가 없다.

 

정말 우린 살아남은게 다행이구나.

 

놀란 가슴을 쓸어안고 지하철을 탔다.

 

누군가 말은꺼낸다.

 

 

근데...그 울음소리 주인이 누굴까....정말 귀신일까?

 

아니면 누군가가 우리에게 경고를 보낸건 아닐까.... 

 

 

할말이 없다.

 

하고싶지도 않다.

 

그저 고맙단 생각밖에 안든다.

 

어쩜 덕분에 살았단 생각만 든다.

 

지하철이 교대역을 지나면서 땅위로 나왔다.

 

햇살이 눈부시다.

 

새벽까지 쏟아붇듯 비가왔다는걸 발뺌이라도 하듯 하늘이 맑다.

 

꿈이었을까.

 

우리가 겪은 일은 아마 꿈이아니었을까.

 

궁금하다.

 

정말 알고싶다... 울음소리의 주인공, 그 의미를.

 

 

군대가기전 마지막 여름.

 

우리는 평생 잊을수 없는 경험을 했다.

 

또한 죽을고비를 넘기면서 새로운 삶을 얻은듯했다. 

 

우린 그렇게 소년에서 벗어나 어른이 된것같다.

 

지하철 창밖으론 언제나와 다름없는 부산의 풍경이 지나쳐간다.

 

 

2003. 6. 13 

 

나는 아직 살아있다... 

 

오늘도 변함없는 부산의 풍경이 지하철창밖으로 지나간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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