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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미스테리 [괴담] 죽음 1편

리자 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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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대학 선배인 L씨는 항상 명랑하고 쾌활한 성격을 가진 남성이었다.

 

여느 화창한 날이면, '오늘 소풍이나 갈까?' 라던가, 전단지에 실종된 강아지를 찾는 종이가 붙어있다면

 

'한번 찾아볼래?' 라고 주저없이 말하는, 같이 있을 때마다 그의 활기에 나까지 행복해지는, 

 

무슨 일이든 열심히인데다가 주말에는 항상 봉사활동과 종교활동에, 높은 성적까지.

 

부지런하고도 착한 사람, 또 선망이 되는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L씨였다.

 

하지만 주위사람들에게 많은 동경을 받는 L씨 조차도, 병마를 피해갈 수는 없었나보다.

 

L씨는 자주 기침을하고, 나에게 머리가 아프다는 소리를 자주했었다.

 

가끔씩 그가 찡그리는 얼굴을 볼 때면 심각한 것 같아 병원에 가보라는 소리를 하면,

 

그는 항상 ' 괜찮아, 감기약 먹고 쉬면 될것같아.' 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의 허물없고 착한 미소와 함께 아무 걱정없다는 듯한 말을 들으니, 아마 누구든지 걱정따윈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그의 가벼운 병 증상에 걱정스럽던 마음을 지워버렸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후,  늘 그랬듯이 동아리 사람들과 같이 밥을 먹으러 길거리를 걷던중에 L씨는 마치 전원이 꺼진 기

 

계처럼 퍽, 하고 바닥에 쓰러졌고, 급히 병원에 실려가 원인을 찾아보니 뇌수막염이 모든 부위에 퍼졌다는 암담한 소식

 

이 들려왔다. 

 

사람들은 그의 안타까운 소식에 모두들 병실에 모여 그를 위로했고, 그럴 때마다 그는 웃는 표정으로 '괜찮아, 괜찮아.'

 

라는 말만 기계처럼 내뱉을 뿐이었다.

 

L씨와 매우 친했던 나는 하루도 마다않고 그의 병문안을 들렸다. 그가 좋아하는 과자나 음식, 책들을 가져가서

 

그와 몇시간이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 사건 이후의 나의 일과였다. 선망의 대상이던 L씨는 분명 옛날처럼 쾌활하고

 

힘찬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당연스럽게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병문안을 갈 때마다, 그의 얼굴은 조금씩 초췌해지고 앙상해져만 갔다. 손의 움직임이 둔해진 것이 느껴졌

 

으며, 뒷통수의 머리카락은 모두 삭발된 채였다. 두피에 그려진 검은 선들로 빼곡히 채워진채로 말이다.

 

그는 충실한 종교인을 입증하듯 매일 그의 곁에는 성경책과 십자가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가끔씩 그의 배게는 

 

꾸깃꾸깃하게 접혀져있었는데, 밤마다 그가 운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나는 병원을 나서며 L씨라면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1차 두개골 절개 수술 후-

 

 

병마가 시작된지 몇 개월 후, 그의 증세는 나아질 길이 보이지 않았다.  L씨의 선후배, 동기들은 꼬박꼬박 정해진 시간에

 

항상 그랬듯이 L씨의 병문안을 갔지만, L씨의 밝은 성격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그랬던 적이없었던 것

 

처럼, 그의 표정은 상상이상으로 굳어있었다. 

 

그도 그럴게, 뒤통수의 두개골이 절단된 채로 쇠구조물에 묶여있는 그의 머리를 보면, 당사자이든 우리든 희망찬

 

분위기가 느껴질 수가 없었다.

 

동아리방 사람들은 가식적이고 당황한 표정과 말투로 L씨를 '친근하게' 불렀고, 

 

L씨는 여전히 정신이 나간것 처럼 빈 동공으로 정면만을 쳐다보고있었다. 

 

그래도 나는 'L씨'라면 병세를 이겨낼 수 있다고, 굳게 믿고있었다.

 

 

병문안을 가도 불구하고 L씨는 전혀 미동도, 화답도 안해주기에 그의 주위사람들은 병문안을 회피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그들을 보고 매우 분노하며, 혼자라도 무엇인가 챙겨가 그의 병문안을 찾아갔지만, 왜일까… 이제는  

 

문 앞에서 쉽사리 문을 열 수가 없었다. 문 앞을 한참 서성이고 있다보면 가끔씩 L씨의 전담의사가 그의 병실에 들어갔

 

다. 나는 죄인인양 의사를 피해 몸을 숨겼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훔쳐 들을 때 마다 온통 절망적인 진단 결과 투

 

성이었다.

 

'L씨의 2차 수술일자는 당장 모레입니다. 선친께서 당뇨가 있다고 하셨죠, 당뇨의 혈당때문에 인슐린과 --- 수술이 복잡

 

해져 2차 감염과 합병증이 초래될 수 있습니다. --- 이곳에 수술에 대한 위험성과 결과가 나타나있습니다. 동의란에 서명

 

부탁드립니다. --- 그럼 희망을 잃지 마시고, 푹 주무시길…'

 

의사는 그말을 끝으로 문을 열고 나왔다. 그리고 나는 아까처럼 다시 벽뒤로 몸을 숨겼다. 의사의 말투는 너무나도 건조

 

하게 느껴졌다.... ... 아마 L씨에게 무엇인가 숨기는 것이 있는 모양이다.

 

 

다음날, 오랫만에 L씨와 친하던 여자 선배를 대리고 그의 병문안을 갔다. 피골이 상접하고 삭발한데다가 다크서클까지

 

짙게 드리워진 무표정한 얼굴. 문을 열고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나와 여선배는 말문이 막혔다. 십자가와 성경책은 병실

 

바닥에 내팽겨진 체 뒹굴거렸고, 창가의 자그마한 화분에 심어져있던 꽃은 보이지도 않았다. 나는 귓속말로 여선배에게

 

다음날 힘든 수술이 잡혔다고 속삭였다. 여선배는 그나마 동정어린 눈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L씨는 머리가 고정된 체로 왼편을 쳐다보았다. 경직되있는 우리를 지긋이 보더니 '평소와' 다르게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일그러진 얼굴로 우리에게 온갖 쌍욕을 해댔다. 

 

그러더니 갑작스레 울음을 터트리며 자신을 비웃지말아달라, 소문내지 말아달라, 찾아오지마라, 

 

어린 아이처럼 서글프게 울더니, 침대 시트에 노란 위액들을 토해냈다. 머리를 심하게 찡그린체로 말이다.

 

나는 놀란 눈으로 의사를 부르려 달려나가려 했지만,

 

쇠를 손톱으로 긁는 것 처럼 끔찍한 목소리로 '가지마!'라고 비명을 질러댔다. 

 

나는 엉겁결에 그의 분노에 미안함이 들어 연신사과를 하곤 열었던문을 조심스레 닫았다. 정적이 흐르고,

 

나는 갑자기 그의 상태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우리의 병문안을 허락한 이유가 궁금했다. 

 

물론 수술 전에 조금이라도 그의 희망을 북돋워 주고싶다고 '내가' 강하게 말했지만, 

 

의사는 별 고민조차 하지않고 병문안 예정표에 우리의 이름을 기입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상태를 보니 전혀 병문안을 올 상황도 아닌데다, 오지 않는게 더 나았다고 절실하게 생각이 들었다.

 

그는 멍하게 있던 우리를 보고선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더니 갑작스레 옆에 있던 병뚜껑이든, 

 

뭐가 묻었는지 모를 축축한 수건에, 약봉투들까지 마구잡이로 우리에게 던져댔다. 

 

하지만 그가 던지는 물건들은 족족 우리 발끝에 못미쳐 떨어졌다. 그의 육체가 얼마나 악화됬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L씨의 정신상태는 매우 불안정했고, 전혀 정상이 아닌것이 절실하게 느껴졌다.

 

상상하지도 못한 광경에 여선배는 결국 울먹이며 병실을 떠나려했고, 그순간 L씨는 소리를 지르며 여선배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간절하게 여선배의 이름을 몇번이고 부르기 시작했다.

 

'XX아, XX아...'

 

가냘프게 떨리는 목소리가 도망치는 여선배에게 울려퍼졌다. 임종을 앞둔 사람의 목소리가 이럴까...?

 

......동정심때문일까, 옛날 그와의 행복한 추억때문일까, 돌아 나가던 여선배는 등을 돌려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고, 

 

L씨는 그런 여선배에게 귀를 빌려달라고 재촉했다. 

 

몇초동안 망설이던 여선배가 무릎을 꿇고 그의 입가에 귀를 가져다 대니,  L씨는 본적도 없는 가장 비통한 표정으로 무엇

 

인가 조용하게 속삭이기 시작했다. 나는 중간중간 훌쩍이는 그의 말에 그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L씨의 입술이 빠르고 조밀하게 움직이며 그녀의 귀에 무슨말인지 모를 무엇인가를 다급하게 뱉어냈다.

 

그러더니, 여선배는 갑작스레 손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곤, 뒤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쫒기듯 병실을 기어나갔다. 

 

나는 이해 할 수 없는 상황에 여선배를 따라 다급하게 뛰쳐나갔다. L씨는 흐느끼던 표정은 온데간데 없이 또다시 

 

빈 눈동자로 이번엔 천장을 뚫어지게 쳐다보고있었다. 머리가 고정되어 있으니 천장을 쳐다보는 눈에 흰자가 그득했다.

 

여선배는 L씨가 머무르고있는 중환자실 5층 홀 의자에 앉아 흐느껴 울고있었다. 나는 여선배의 무례한 행동에

 

화가 나 '대체 왜 그러신거예요' 라고 소리쳤다. 

 

그녀는 한참을 흐느껴 울다가, 아무말 없이 병원을 뛰쳐나갔다. 그 후로 여선배는 L씨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과

 

일체 만나지도 않았고, 심지어는 그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뭔지 모를 그녀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선배를 비난하진 않았다.

 

-2차 수술 다음날-

 

2차 수술 도중, 그는 사망했다.

 

나는 그라면 분명 완쾌하고 죽은사람 같던 그의 모습이 다시 예전처럼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수술을 앞두고 있는 '미쳐버린 L씨'에게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해보였고, 아마 미쳐가던 L씨를

 

보던 나는 '그때부터 L씨는 죽었다' 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L씨는 오래전에 죽은, 뭐 그런 것. 

 

나는 존경의 대상이던 그를 잊기로 마음먹었다. 그의 가족들은 수술실 앞에서 계속해서 울고있었고, 나는 미련없이

 

등을 돌려 엘레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왜일까 ...  나는 그가있던 5층의 버튼을 무의식적으로 눌렀다. 아마 그를 잊기 힘들기때문일까, 아니면 그와

 

친했던 기억때문에 미련이 남는 것일까. 나는 홀리듯 그의 방의 문을 열었다.

 

항상 쇠 구조물에 묶여있던 그의 얼굴은 보이지않고, 온갖 흐트러진 잡동사니들이 바닥을 채웠다. 어젯밤과는 전혀

 

비교도 안될정도로, 온갖 물건들이 뜯기고 부셔져있었다. 그 허약한 몸으로 대체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들었다. 의사와 간호사는 말리지도 않은 것인가?

 

잡동사니를 헤치고 나아가던 나의 발끝에 뭉툭한 무엇인가가 툭,하고 치였다. 고개를 내리니 가죽케이스로 된

 

두꺼운 공책이었다. 나는 그것을 집어들고 몇 번 손바닥으로 툭툭, 친뒤 공책의 내용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상상치도 못한 내용에 나는 경악에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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