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어느날 메일을 확인 하였습니다.
그런데 화면의 물음표 표시가 빨간색 작은 방울 그림으로 변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저는 혹시나 싶어 잔뜩 긴장한 채 클릭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화면이 갑자기 흔들리며 희미하게 빨간 글자가
모니터 가득 나타나기 시작하는 겁니다.

살고 싶었어.
비록 부모 없이 자란 고아였지만 남들보다 몇 배는 더 열심히 노력했고,
갖은 고생도 견디며 지금까지 죄 한번 짓지 않고 착하게 살아왔어.
그런데 너희가, 알지도 못하는 너희가 나를 죽였어.
이제 내가 복수하겠어.
너희가 내게 그랬듯이 한 놈 한 놈 찾아가 한 맺힌 원한을 풀고 말겠어.
너희 모두에게 말이야.
그러나 만야 내가 저승으로 갈 수 있게 해준다면 너희를 용서하겠어.
너희에게 내 원기가 서린 그림을 줄 테니 열흘간 원한으로 이승을 떠도는
나를 위해 하루에 한 번씩 그림을 쓰다듬으면서 '귀혼승천하소서'라는 말을
세 번 외워야 해. 그것만이 네놈들이 살 수 있는 길이야.

글은 이렇게 끝났어요. 저는 어이가 없어 속으로,
'웃기는 놈이네. 이딴 걸 바이러스라고 만들었나?'
하고는 코드를 뽑아 버리려는데
그때 갑자기 화면 가득 그림 한 장이 뜨는 게 아닙니까.
아무런 생각 없이 그림을 살펴보던 저는 그만 "헉!"하고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그림 속에는 글을 쓴 듯한 한 여자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죠.
어쩔 수 없이 앞에서 말한 그 그림을 보게 된 저는 그냥 꺼버릴까 하다가
왠지 찜찜해 그림을 프린트해서 책상 위에 올려놓고는
글에 적혀 있던 대로 빨간 원은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귀혼 승천하소서..."
하며 세 번 주문을 외웠어요. 다음날 PC방에 모여 앉은 종석이와 현희에게
전날 있었던 일을 말해주고 사진을 보여 줬어요.
그리고 그날 저녁에 집으로 돌아온 저는 종석이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종석이가
"야, 크...큰일 났어. 현희가 죽었어."
라고 하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정말 소름 끼치는 것은 사고 당시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현희가 갑자기
달려오는 차에 뛰어들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같이 가던 종석이의 눈에는 그 모습이 누군가가 현희의 머리채를 끌어
당기는 것 같더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