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괴담/미스테리 괴담] 갑순이

익명__9247d7
183 0 0


이건 어디까지나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가 아닌 '괴담'임을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중학교 1학년 때 그러니까 1994년에 국어선생님께서 해주신 이야기입니다.

국어선생님께서 대학생이셨던 70년대. 대한민국은 아직 힘겨운 시기를 겪고 있었고 입양을 많이 보내기로 유명한 나라였다고 합니다.

당시의 입양은 체계적인 방식이 아니라서 각종 기관이나 단체를 통해 수많은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었고, 현재 그 시절 입양 보낸 자녀를 찾거나 혹은 입양된 아이들이 부모를 찾고 있지만 기록이 워낙 조악하여 누가 어디로 입양되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그런 시절에 이런 이야기가 돌았다고 합니다.

갑순이라는 여자아이는 여섯 형제의 막내였습니다.
갑순이의 아버지는 일용직 노동자였고 어머니는 날품팔이를 하고 계셨습니다만 여섯 아이를 키우는 것이 너무나 힘들어 가장 어렸던 막내를 입양보내기로 결심했습니다.

입양기관에 아이를 맡기면서 어머니는 계속 눈물을 흘렸겠지요.

한동안 보육시설에 맡겨졌던 아이는 해외의 잘 사는 집으로 입양을 갔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처음 들어보는 낯선 말. 그리고 생전 처음으로 따뜻하고 푸근한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갑순이는 행복했을까요.

그 집에는 갑순이보다 두 살 많은 딸이 있었습니다.
금발에 창백한 피부의, 병약해 보이는 아이는 두 살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갑순이보다 조금 더 큰 정도였습니다. 아마 어딘가 몸이 좋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1년여가 지나고. 새로운 가족과의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한 갑순이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예쁘고 건강한 아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두 살 위의 언니는 점점 병색이 짙어지고 있었지요.

그리고 어느 봄날에. 갑순이의 양부모는 갑순이와 언니를 데리고 먼 여행을 떠납니다. 갑순이가 겪은 태어나서 두 번째 여행. 첫 번째 여행은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너왔던 여행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멋진 검은색 자동차를 타고 가족이 함께 떠나는 신나는 여행입니다. 갑순이는 즐거웠을까요.

며칠을 자동차로 달려 도착한 한적한 시골길의 끝에 나타난 것은 크고 하얀 병원 건물이었습니다. 넓은 병실이 몇 개나 있고 침대마다 회복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편안한 얼굴로 누워있었습니다.

아픈 언니는 이제 나을 수 있을까요?

갑순이가 새 가족들과 함께 병원에 들어가고 일 년 뒤.
갑순이의 양부모와 두 살 위의 금발 언니는 밝게 웃으며
병원을 나와 집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갑순이는 거기 없었습니다.

일 년 전 어느 날에 검은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병원 뒷문으로 먼저 나가버렸기 때문입니다.

영화 아저씨를 보신 분들이라면 이야기에서 뭔가 닮은 부분을 찾으시겠지요. 이 이야기는 분명히 픽션이며 절대로 실화에 근거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일이 알려질 정도라면 아무리 어려운 시절이었다고 해도 사회적 파장이 어마어마했을 겁니다. 그런데도 이런 괴담이 돌아다녔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입양에 관해 부끄러워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고 선생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아직도 입양에 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고 공개입양을 꺼리는 이유도 그것이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안타까웠던 시절의 씁쓸한 괴담입니다.
 

신고공유스크랩

댓글 0

댓글 쓰기
지나친 어그로/분란/분탕/욕설/혐오성 발언(댓글)은 무통보 삭제됩니다.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첨부 0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정회원 등업 방법 (ver. 230701) 207 리자 22.09.04.23:54 296만 +22
공지 기타 짤린링크신고 및 광고신고함 도코 20.02.28.05:06 4.1만
공지 [필독] 게시판 이용안내 (23/04/09 개정) 38 리자 19.08.01.02:32 346만 +12
공지 게시글/댓글 삭제요청방법 리자 18.12.13.23:14 185만 +1
1186 괴담/미스테리
image
anonym 21.10.04.17:23 1684
1185 괴담/미스테리
image
anonym 20.09.26.00:26 2706 +1
1184 괴담/미스테리
image
lIIlIllIlIlIlIl 20.08.14.17:23 1665 +1
1183 괴담/미스테리
image
lIIlIllIlIlIlIl 20.08.14.17:22 1096
1182 괴담/미스테리
image
lIIlIllIlIlIlIl 20.08.14.17:22 1022 +1
1181 괴담/미스테리
image
lIIlIllIlIlIlIl 20.08.14.17:21 1072
1180 괴담/미스테리
image
lIIlIllIlIlIlIl 20.08.14.17:21 1032
1179 괴담/미스테리
image
lIIlIllIlIlIlIl 20.08.14.17:21 866 +1
1178 괴담/미스테리
image
lIIlIllIlIlIlIl 20.08.14.17:20 1094
1177 괴담/미스테리
image
lIIlIllIlIlIlIl 20.08.14.17:20 989
1176 괴담/미스테리
image
lIIlIllIlIlIlIl 20.08.14.17:20 729
1175 괴담/미스테리
image
lIIlIllIlIlIlIl 20.08.14.17:19 703
1174 괴담/미스테리
image
lIIlIllIlIlIlIl 20.08.14.17:19 827
1173 괴담/미스테리
image
lIIlIllIlIlIlIl 20.08.14.17:18 1060
1172 괴담/미스테리
image
lIIlIllIlIlIlIl 20.08.14.17:18 920
1171 괴담/미스테리
image
lIIlIllIlIlIlIl 20.08.14.17:17 681 +1
1170 괴담/미스테리
image
lIIlIllIlIlIlIl 20.08.14.17:17 761
1169 괴담/미스테리
image
lIIlIllIlIlIlIl 20.08.14.17:16 687
1168 괴담/미스테리
image
lIIlIllIlIlIlIl 20.08.14.17:15 665
1167 괴담/미스테리
image
lIIlIllIlIlIlIl 20.08.14.17:15 760
1166 괴담/미스테리
image
lIIlIllIlIlIlIl 20.08.14.17:14 770 +1
1165 괴담/미스테리
image
도코 20.03.10.23:12 2715 +3
1164 괴담/미스테리
image
도코 20.03.10.23:10 1290 +1
1163 괴담/미스테리
image
도코 20.03.05.02:28 1986 +1
1162 괴담/미스테리
image
도코 20.03.05.02:28 2915
1161 괴담/미스테리
normal
도코 20.03.05.02:27 1507 +2
1160 괴담/미스테리
normal
도코 20.03.05.02:26 1969 +1
1159 괴담/미스테리
normal
도코 20.03.03.13:33 1254
1158 괴담/미스테리
image
도코 20.02.29.00:17 992 +1
1157 괴담/미스테리
image
도코 20.02.29.00:15 112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