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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미스테리 [괴담] 손전등 술래잡기

리자 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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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10살이었을 시절, 

 

저는 이웃집의 친구들과 어두운 밤에 ‘손전등 술래잡기’라는 놀이를 즐겨 했습니다. 

 

손전등 술래잡기가 무슨 놀이인지 설명하자면, 

 

술래잡기에요. 

 

하지만 암흑속에서 하는 거에요. 

 

술래인 아이가 손전등을 가진 채로 

 

술래가 아닌 아이를 찾아내 빛을 비춘 뒤 

 

그 아이의 이름을 알아맞추면 

 

그 아이가 술래가 된다는 식의, 술래잡기를 조금 리메이크한 놀이인거죠. 

 

그날 밤은 구름이 하늘을 가리고 있었고 

 

모두들 커튼을 친 상태라서, 손전등 술래잡기를 하기에는 이상적인 날이었습니다. 

 

우리가 놀던 도로의 조금 옆에는 숲이 있었습니다. 

 

거기가 우리의 경계선으로 통하고 있었죠. 

 

아무 집의 뒷정원으로 숨어들어가는 것도 허락되어 있었지만 

 

암흑속에서 숲속을 거닐기에는 많이 위험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래에게 잡힐 것 같아진 아이들은 

 

어떻게든 술래가 되지 않기 위해 숲속으로 숨어들어가는 짓을 밥먹듯이 했어요. 물론 저를 포함해서. 

 

그날 누구에게 쫓기고 있었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저는 제 집이 아닌 조금 떨어진 집의 뒷정원에서 숨고 있었어요. 

 

그 뒷정원에는 주인없는 개집이 있었고, 전 거기속으로 들어가 숨는 일이 많았습니다. 

 

손전등의 불빛이 가까워질 때 그곳으로 들어가 숨어서, 

 

주변에 있는 친구를 놀래켜 소리지르게 해 술래에게 그 아이의 위치를 알려버리는 행동을 자주 했었어요. 다른 아이들도 친구들을 놀래키는걸 즐겼죠. 

 

저는 술래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 

 

별 신경쓰지 않고 그 뒷정원에 있는 개집 주변에 멀뚱히 서있었습니다. 

 

그 때, 

 

 

 

 

손전등의 불빛이 정확히 저를 향해 비춰왔습니다. 

 

 

 

 

저는 정신을 도로 차리고 잡히기 싫은 나머지 숲속으로 달려갔습니다. 

 

덤불속에 숨어서 규칙을 어기고 있다는 말을 듣지 않을가 걱정하며 도망나온 뒷정원을 돌아보니 

 

불빛은 제가 서있었던 곳을 비추더니 

 

지금 제가 숨어있는 곳을 천천히, 느긋하게 비춰왔습니다. 

 

전 그걸 알아차리고 혹시 이 사람은 술래가 아닌 뒷정원의 집주인인가, 라는 걱정을 했습니다. 

 

대부분은 우리들이 손전등 술래잡기를 하기 위해 여러 곳을 뛰어다닌다는 걸 알고 있었겠지만 

 

너무 긴 시간동안 거기에 서있으면 의심받을 수도 있었거든요. 

 

전 손전등의 주인이 누구인지 보려고 수풀 속에서 나왔습니다. 

 

물론 제 얼굴은 가리고 있었어요. 술래가 제 정체를 알면 제가 술래가 되야 했으니까.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제 얼굴을 향해 불빛을 비추는 ‘그것’은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잡혀버렸네!” 라고 가볍게 소리질렀어요. 

 

집주인이 걱정되서 주변을 돌아보다가 절 발견한 거라면 

 

그 말을 듣고 이웃에서 괴상한 술래잡기를 하고 있는 아이란걸 알게 될거라고 믿었으니까요. 

 

그 순간, 멀리서 

 

 

 

 

‘술래’인 아이가 

 

아이들을 쫓아다니며 즐겁게 소리지르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전 제 얼굴을 가리던 손을 천천히 내려 

 

대체 누가 저에게 손전등을 비추고 있었는지 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제 얼굴을 향해 불빛을 비춘 채로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제가 약간 긴장한 목소리로 이곳에서 뛰어다니는걸 원하지 않는다면 그러지 않겠다고 사정해왔으나, 

 

 

 

 

그 사람은 저에게 불빛을 비춘 채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저는 숲속으로 뛰어들어갔습니다. 

 

들어가는 도중에도 저에게 다가오던 사람은 슬슬 달리며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저보다 몇배는 크고 몇배는 빠른 어른같은 사람이 저를 쫓아오고 있었습니다. 

 

무서웠어요. 

 

저는 필사적으로 덤불 속에 몸을 던진 후 그 어른이 저를 찾는 사이에 술래잡기를 하는 도로로 달려갔습니다. 

 

도로 한복판에 서 있던 저는 진정을 하기도 전에 술래인 사람에게 잡혀버렸습니다. 

 

저는 그게 문제가 아니라고, 어떤 어른이 숲속에 있다고 전해주려고 했지만 아무도 제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숲속으로는 들어가지 마!!” 라고 소리질렀지만 

 

모두에게는 규칙을 어기지 말라는 말로 들렸겠죠. 

 

그 어른은 성별을 알 수 없었지만 

 

손전등 술래잡기를 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만은 확실했습니다. 

 

저는 어린 마음에 손전등을 가지게 된 용기를 사용해서 

 

다시금 숲속을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살금살금, 천천히 숲속의 경계선을 지나가다가 

 

어떤 아이의 그림자를 발견했습니다. 

 

이웃에 살고 있었던 C였죠. 

 

저는 C의 얼굴에 손전등을 비춘 뒤 

 

“C, 너 찾았다!” 라고 소리질렀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녀와 제 사이에는 거리가 있어서 눈을 깜빡이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었지만 

 

 

 

 

그녀의 머리는 나무 뒤에서부터 저를 쳐다보는 것처럼 뒤틀려 있었습니다. 

 

C의 입은 살짝 열린 채, 뭔가 말하려는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몇초 간격으로 경련하듯 몸을 움찔거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게 살짝 무서워져서 C의 이름을 계속 부르며 숲속에서부터 나오라고 말했고 

 

곧이서 다른 아이들도 제 주변으로 다가와 C의 이름을 불렀지만 

 

그녀는 잠시동안 똑바로 서있다가 숲속의 안으로 사라져버렸습니다. 

 

걱정이 된 우리들은 C의 집으로 가 그녀가 숲속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고 말하자 

 

C의 아버지는 손전등을 가지고 숲속으로 들어가 가벼운 태도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의 목소리는 커져갔고, 

 

결국 모든 아이들의 부모님이 손전등을 쥔 채 하룻밤을 숲속에서 헤매며 밤을 지세웠습니다. 

 

다음날 아침 C의 부모님은 실종된 아이들을 신고하는 곳으로 가셨고 

 

아이들은 더이상 손전등 술래잡기를 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이틀 후 C는 발견되었습니다. 

 

 

 

 

하수구에 쑤셔박힌 채. 

 

그녀의 목은 부러져있었고 

 

그 후에 몇번이나 칼로 찔린 상태였다고 합니다. 

 

 

 

 

제 부모님은 이 이야기를 해주지 않으셨지만 

 

제 친구가 저에게 상세한 설명을 해줬죠. 

 

우리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중에 가장 질이 나쁜 종류였습니다. 

 

손전등 술래잡기 금지령을 받았을 때, 반대하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으니까요. 

 

제가 그 일을 기억하며 아직도 몸이 떨리는 이유는 

 

 

 

 

 

 

 

 

 

 

저는 그날밤 C의 죽음을 보고 있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날 밤, 

 

C 대신이 될지도 몰랐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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