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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미스테리 [괴담] 반지하 이야기

리자 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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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가 고등학생이었을 때에요. 

 

집안 사정이 아주 안 좋아져서 정릉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정릉의 별로 안 유명한 국회의원 집 지하실에 살면서, 

 

2년을 가족 전체가 고생하며 살았습니다. 

 

그 집은 귀신 잘 들기 딱 좋은 집의 조건은 다 갖췄습니다. 

 

축축하고 눅눅한 공기에 햇볕도 한 줌 들기 어려운데다, 

 

툭하면 수도관이 고장나 바닥에 물이 차는 일이 빈번하고 찜찜했던 그런 집이지요. 

 

그 곳에서 살면서 가장 미스테리한 일을 이야기 하자면 새벽 4시쯤의 일일 겁니다. 

 

 

 

그때가 제가 고2때였을 땐데요, 방이 두개가 있고 거실이 있는 집이었습니다. 

 

그런데 거실이라고 해봤자 별거 없고 방 두개는 거의 마주보고 붙어있는 정도입니다. 

 

제 방은 창고로도 쓰는 방이었는데, 워낙 밤샘하기 좋아해서 

 

새벽 4시까지도 컴퓨터를 즐기며 놀고 있었습니다. 

 

물론 엄마와 동생들은 다른 방에서 자고 있었구요. 

 

그렇게 새벽까지 나 혼자 놀고 있었는데 거실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더군요. 

 

정말 방이 가까워서 엄마랑 동생들 깰까봐 키보드도 조심히 치는 그 새벽은 

 

아주 미세한 소리도 잘 들릴 정도로 조용했답니다. 

 

처음엔 제가 잘못 들은 줄 알았어요. 

 

그런데, 타자치던 손을 멈추고 자세히 들어보니까 소리가 점점 커졌습니다. 

 

무언가 쩌-억... 쩌-억... 하는 소리가.. 

 

그러니까 왜 사람이 양말 안신고 맨발로 다니면, 

 

바닥하고 발바닥하고 붙어서 나는 살소리 있잖아요. 

 

양말 신으면 뽀송하게 조용히 걸을 수 있는데, 

 

맨발로 거실이나 바닥 걸으면 그 특유의 소리요. 

 

그 쩌-억... 쩌-억... 하는 소리.. 

 

컴퓨터를 하다가 그런 소리를 들으니 참 기분이 그렇더군요. 

 

안그래도 시간대도 참.. 

 

아주 늦은 밤이라 어떻게 할 수도 없구요. 

 

그런데 더 미치겠는건 그 발소리가 거실을 뱅뱅 도는 겁니다. 

 

엄마 방쪽으로도 걷다가, 화장실 쪽으로도 걷다가 내 방 쪽으로도 걷다가.. 

 

그렇게 뱅글뱅글... 그 좁은 거실을 한참을 걷더니, 

 

나중엔 아예 제 방 앞에서 왔다 갔다 하더군요. 

 

전 너무 겁이 나서 방문을 잠가버렸습니다. 

 

귀신이면 어차피 그런거 상관 없겠지만, 그

 

래도 그렇게 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그리고 소리 질렀어요. 

 

"누구야! 엄마야? 누가 이 밤중에 왔다갔다 건데?!" 

 

 정말 무서웠지만, 그래도 차라리 가족 중에 하나가 화장실 가려고 일어난 거라 생각하고 싶어서 

 

그렇게 소리쳤는데.. 대답이 없더군요. 

 

겁도 나고 무섭고.. 전 정말 하던것도 멈추고 

 

그렇게 숨죽이고 의자에 앉아 거실에서 들리는 소리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발소리가 점점 빨라지더군요. 

 

천천히 걸어다니던 그 쩌-억... 쩌-억...하던 소리가 

 

막 발작하듯이 거실을 돌아다니는 거예요. 

 

정말 경보하는 것처럼요.

 

그러더니 제 방문 앞에 딱 멈추더니, 

 

발소리가 안나는 거예요. 

 

제가 계속해서 한참을 청각을 잔뜩 곤두세우고 있으니까, 

 

조금후에 갑자기 제 방문 아래쪽을 발로 탕탕 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낡은 나무 문이라 이곳 저곳 부스러진 데도 많았는데, 

 

그렇게 발로 치니까 육안으로도 문 아래쪽이 위태롭게 흔들리는 게 보일 정도였어요. 

 

정말 무서웠습니다. 그 때의 공포는 정말... 

 

누군가 계속 발로 치는 것처럼, 제 방문이 흔들리고..

 

그걸 지켜보는 심정이란 정말.. 

 

어디로든 도망가 버리고 싶었죠. 집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말입니다. 

 

제 방문을 발길질 하는 소리는 텀을 두고 천천히 울렸습니다. 

 

도저히 못 견디겠는 저로써는 그만 의자에서 일어나 방문을 왈칵 열어버렸습니다. (무슨 용기였는지..) 

 

그랬는데 문을 열자마자 불이 꺼진 거실이 깜깜하게 있더군요. 

 

 

 

그러니까.. 아무도 없었어요. 

 

 

 

방문을 두드릴 때 바로 문을 열어제낀건데 말이죠. 

 

순간 소름이 쫘악 끼치면서 서둘러 문을 닫아 잠궈버렸습니다. 

 

다음날 학교를 가야하는데, 잠이 오지 않는것은 물론이구요. 

 

침대에 웅크리고 앉아 계속 잠을 청하다가 한 30분 정도 자고 학교갈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아침에 일어나 핼쓱해져서 밥을 먹는데, 엄마가 설겆이 할 때 제가 물어봤습니다. 

 

"엄마, 어제 거실에서.. 내가 부른 소리 들었어?" 

 

"..........." 

 

"엄마 어제 거실에서.. 무슨 소리 못들었어?" 

 

"..........." 

 

엄마가 계속 대답이 없더라구요. 

 

원래 좀 무뚝뚝하신데다.. 

 

그때는 사는게 힘들어서 더 그랬으니까,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저는 다시 밥을 먹었습니다. 

 

대충 밥을 먹고 일어나려는데, 

 

그릇을 치우는 엄마 표정이 너무 딱딱하게 굳어있는 것입니다. 

 

단순히 피곤해서 그런다고 말하기엔, 너무 새파랗다고 해야하나? 

 

하여간 너무 굳어있는 얼굴을 보고 제가 더 굳어서 엄마를 보니까 

 

엄마가 천천히 말씀하시더라구요. 

 

"소리 들었다. 잠도 제대로 못 잤어..." 

 

엄마까지 그런 소리를 하니까 정말 온 몸의 털이 다 곤두서는 느낌이었습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엄마는 제가 소리 지른것까지 다 들었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런데 그 발자욱 소리가 워낙..공포스러워서 

 

엄마도 그 방에서 제 동생을 끌어안고 계속 억지로 잠을 청하셨다고 합니다. 

 

그 후에 엄마는 집에 정을 못 붙이고 계속 밖으로만 돌아다니셨고, 

 

집안 살림은 더욱 엉망진창이 되었습니다. 

 

저 역시 집에 정을 못 붙혀서 친구들집을 전전하며 살았구요. 

 

제 동생들은 워낙에 어린데다 엄마가 가끔 데리고 다녔구요. 

 

아주 가정적인 어머니셨지만, 그 집에서 겪은 일들 이후로 집에만 들어오면 히스테릭해지셨습니다. 

 

제 방에 벽에 붙어있는 손바닥만한 창문에서 누군가 주먹으로 두들기는 노크소리.. 

 

그리고 그 맨발로 돌아다니는 소리는 가끔씩... 계속... 

 

정말 미칠것 같이 무서웠는데.. 자꾸 겪으니까 그것도 이골이 나더군요. 

 

그래도 지금 다시 그 집에서 살라고 하면 절대 못 살것 같습니다. 

 

다행히 다시 집의 일들이 잘 되서 지금은 잘 살고 있지만.. 

 

그 발소리 말고도 그 집에서 겪은 여러 자잘한 미스테리한 일들은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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