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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미스테리 [괴담] 천기누설

리자 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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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 입학하고 처음 수시고사를 보기까지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던 때였습니다.

 

정신없이 놀던 저와 동기들은 잘 가지도 않던 도서관에 틀어박혀 전공책과 머리싸움을 시작했습니다.

 

수시고사 기간의 반이 끝나갈 무렵, 한 여자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동기들과의 약속으로 도서관에 올 때는 꼭 '3열람실'을 이용하기로 했었는데

 

그 여자도 '3열람실'만 이용하는 것 같았습니다.

 

자주 봐서 그런지, 아니면 눈에 콩깍지가 씌인 건지 공부하는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강의실에서도 몇 번 봤었지만 그때는 그냥 별로 끌리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한 번은 제가 미쳤는지 핸드폰에 내장된 카메라로 그녀의 옆모습을 찍어버렸습니다.

 

 

'찰칵'하는 소리가 얼마나 크던지... 찍는 순간 정신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찍어놓은 사진을 보니 후회는 없었습니다. 

 

물론 핸드폰에 고이 저장해놓았지요.

 

수시고사가 끝나고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 친구들과 술자리를 갖게 되었습니다.

 

벼락치기 시험이라 걱정이 많았었는데 이번에 잘 치룬 것 같아 좋은 기분으로 참석했습니다.

 

사실 한 여자아이 때문에 참석할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말이지요.

 

그 친구는 무당집 딸입니다.

 

귀신을 본다는 소문도 있고... 정말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떻게 됐든 그런 소문이 있으니

 

조금은 무서운 아이인데 그 아이가 저에게 고백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저는 거절했지만...

 

그 일이 있은 이후로 모임이 있을 때마다 그 아이를 보기가 꺼려지더군요.

 

역시나 오늘도 그 아이가 왔습니다.

 

저보다 먼저 와서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있었나봅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인사도 하고 1차 ,2차를 거쳐 3차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마지막까지 남는 멤버는 역시나 항상 같습니다.

 

물론 그 중에는 저도 포함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무서운 아이도.

 

거나하게 취한 탓에 도서관에서 자주 보던 여자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의 관심이 모두 저에게로 쏠리고, 남자놈들은 제일 먼저 이렇게 물어봤습니다.

 

"예쁘냐?"

 

술김에 저는 핸드폰에 저장되어있는 사진을 자랑스럽게 보여줬습니다.

 

앞으로 친하게 지내서 여자친구로 만들 거라고 호언장담까지 해버렸습니다.

 

그런데 친구들 눈에는 별로 예쁘지 않은가봅니다.

 

옆모습을 보여줘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며 핸드폰을 다시 받으려 할 때였습니다.

 

"너 얘랑 만나지 마라."

 

그 무서운 아이였습니다.

 

딱 잘라 말하는 것도 그렇고, 술을 많이 마셔서 그랬는지 저도 모르게 화나 났었나봅니다.

 

"왜? 뭐가 어때서?"

 

"그냥 얘랑 만나지 마. 얘 안 좋아."

 

"그러니까 왜 그러냐고!"

 

"진짜 얘랑 만나지 말라니깐. 너 걱정되서 그래."

 

정말 술을 많이 마셨나봅니다. 

 

큰 소리로 그 아이와 싸우다가 친구들이 말릴 정도까지 갔었습니다.

 

그 무서운 아이는 이유도 말하지 않고 한사코 사진 속 여자와 만나지 말라는 말만 했습니다.

 

아직도 저에게 미련이 남은 거라 치부하고 술만 계속 마셔버렸습니다.

 

어쩌면 귀신을 본다는 소문의 아이가 그렇게 말하니 무서워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흥, 귀신은 무슨. 예쁘기만 하구만. 셈나서 그렇지. 귀신이 보이면 보인다고 말 했겠지.

 

틀림없이 아직도 나한테 미련이 있는거야.'

 

헛소리라 생각하기로 했는데 꺼림직 한 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 일이 있고나서 다시 강의가 시작됐습니다.

 

역시 강의실에서 그 여자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도서관에서 보던 것 처럼 그렇게 예뻐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 여자의 사진을 보고난 후의 친구들 반응이 생각나서 뭔가 이상한 것 같기도 했습니다.

 

'뭔가 꺼림직한데... 오늘 화장을 잘못했나? 정말 예뻤었는데... 그냥 포기할까...'

 

그렇게 고민을 하던 중 강의가 끝나고 어떻게 된 일인지 그녀가 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혹시 저기요... '3열람실'에서 공부하시던 분 맞죠? 

 

제가 그쪽에 관심이 있어서 그런데요 전화번호 좀..."

 

 

그녀가 먼저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여자가 저에게 먼저 고백 비슷한 것을 했다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핸드폰 번호를 넘겨주었습니다.

 

그렇게 그녀와 만나게 되었고 그녀의 고백에 우리는 사귀게 되었습니다.

 

그 무서운 아이의 충고와는 다르게 그녀는 한없이 착했고 마음씨도 고왔습니다.

 

도서관에서 봤을 때처럼, 다시 예쁜 모습으로 돌아온 것은 행복함이란 기분에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그녀와 사귀기로 한지 3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오늘은 다른 날 보다 특별히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하얀 얼굴이 정말 제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하얗던 게 아니라 창백한 것 같았습니다.

 

그녀와의 사이는 3일 사이에 팔짱을 끼고 다닐 정도로 발전되었습니다.

 

학교로 가던 만원 버스 안에서 행복한 기분으로 팔짱을 끼고 있었습니다.

 

오늘따라 기사아저씨께서 운전을 난폭하게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덕분에 저는 그녀와의 스킨쉽이 자연스럽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기분을 깨는 일이 생겨버렸습니다.

 

그 무서운 아이에게서 전화가 온 것입니다.

 

그냥 무시하려고 했습니다만, 그 아이는 무슨 생각인지 계속 전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짜증이 솟구치고 말았습니다.

 

여자친구가 되어버린 그녀에게 잠시 전화 좀 받겠노라고 하며 팔짱을 풀었습니다.

 

그 순간.

 

 

쾅!

 

 

 

마치 영화를 보는듯 했습니다.

 

그녀와 제가 타고있던 버스의 옆면을, 버스의 두 배는 됨직한 엄청 큰 트럭이 들이받은 것이었습니다.

 

옆에서 웃는 얼굴로 이야기하던 여자친구는 그대로 창문을 뚫고 밖으로 튕겨져나갔습니다.

 

저도 하마터면 날아갈뻔 했지만 전화 때문에 한쪽 팔이 자유로워진 탓에 가까스로 버텼습니다.

 

여자친구가 걱정된 저는 버스 밖으로 뛰쳐나갔지만 볼 수 있는 건 이미 숨이 끊긴 그녀였습니다.

 

아무 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었습니다.

 

단 며칠이었지만 그녀의 남자친구였던 저는 그녀의 상을 도와주었습니다.

 

상이 끝난 밤. 저는 그 무서운 아이를 불러내었습니다.

 

귀신을 본다는 소문대로라면, 그 아이가 저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일지도 몰랐습니다.

 

"너 도대체 그 애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뭐가? 갑자기 사람 불러놓고 뭐라는 거야?"

 

"저번에 내가 핸드폰으로 사진 보여준 그 여자애 말이야 걔한테 무슨 짓을 한거냐고!"

 

"도대체 뭐라는 거야? 전화도 안 받더니 갑자기 왜 신경질이야!"

 

"그 여자애, 너가 전화했을 때 사고 나서 죽었어. 저번에도 사진 보고 만나지 말라고 했지?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나한테 설명해줘야겠다."

 

"그 여자가 죽었다고? 그럴수가... 너는 어디 다치지 않았어?"

 

그때, 어디 다치지 않았냐는 말에 생각이 났습니다. 날 살려준 건 이 무서운 아이의 전화였다는 것을.

 

그녀와 버스 안에서 팔짱을 끼고 있었을 때, 전화 때문에 팔짱을 풀지 않았더라면...

 

저는 그녀와 같이 버스 밖으로 튕겨져나갔을 수도 있었을 것이란 걸.

 

만약 그렇게 되었었다면 지금 처럼 멀쩡하게 두 다리로 서 있을 수 있을지도 의문일 정도로 다쳤을 것입니다.

 

"너 왜 그 애랑 만나지 말라고 한거야? 뭔가 있지? 어서 말해."

 

무서운 아이는 뭔가 숨기고 있었습니다.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한 표정으로 한참을 있었습니다.

 

답답함에 뭐라고 하려면 때 그 아이가 결국 입을 열었습니다.

 

"너 내가 귀신 본다는 소문 있는 거 알지?"

 

"...듣기는 들어봤어. 물론 소문인 거 다 알..."

 

"그거 사실이야."

 

그때 조금은 무서웠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아이의 고백은 큰 결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귀신을 보는 사람과 아무 감정 없이 지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테니까요.

 

"나 사실 귀신도 보고 사람 얼굴에서 가끔씩 뭔가를 읽어낼 때도 있어. 너가 그 여자 사진 보여줬을 때

 

곧 크게 다칠 거란 거 알고 있었어. 그래서 만나지 말라고 했던 거고. 죽을 거란 것 까지는 몰랐어."

 

충격이었습니다. 그런 게 보인다니...

 

충격이 조금 가시고 큰 의문이 돌아왔습니다. 배신감 같은 게 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왜 그때 말하지 않았니? 하마터면 난 같이..."

 

덜덜 떨려 말도 끝까지 나오지 않았습니다.

 

 

"너 천기누설이라고 아니? 하늘이 정한, 미리 예정된 일을 입 밖으로 내뱉은 사람은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에는 고통스럽게 죽게 되어있어. 예언을 많이 할 수록 고통스럽게 죽게 돼. 

 

사실 난 그때 너가 걱정되어서 전화로 귀띔이라도 해주려고 했었단 말이야. 지금은 이미 지난 일이

 

되어버려서 이렇게 편하게 말하는 것이지만. 어쨌든 그래서 그때 왜 만나지 말라고 한 건지 이야기 안 해준거야."

 

 

정신이 멍해졌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갑자기 그날 그녀의 얼굴이 창백할 정도로 하얗던 게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옛날 무서운 아이가 해준 이야기도 생각났습니다.

 

'어디선가 들었는데 곧 죽을 사람은 저승길로 같이 떠날 사람을 찾게된데. 

 

그런 사람은 어느 날 얼굴이 창백해 진데. 혹시 모르니까 너도 그런 사람 만나면 조심해'

 

전화까지 해줄 정도로 나를 걱정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미안하게도 내 앞에 서 있는 아이가 더욱 무서워졌습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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