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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미스테리
[괴담] 행복하십니까?
  • 리자
  • 2016.06.03 19:12:39
  • 조회 수: 121

 

 

 

 

 

“내일이 우리 영호 생일인데, 뭐하고 싶니?”

 

재식은 자신의 9살 된 아들, 영호에게 물었다. 

 

“가고 싶은 곳이 있는데 아빠 돈이 없잖아” 

 

영호는 꽤나 암울한 이야기를 초롱초롱한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재식은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아들을 보고 가슴이 울컥했다. 

 

외간남자와 바람이 나서 돈을 몽땅 가지고 도망간 마누라와 

 

보증을 서달라고 애원하던 친구들 덕에 남은 거라고는 

 

산더미처럼 쌓인 빚밖에 없는 재식으로서는 비참한 순간이었다. 

 

자신의 유일한 핏줄인 아들, 영호에게 만큼은 멋진 아빠이고 싶었던 재식은 끝내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아빠 울어?” 

 

“아니야, 피곤해서 그래. 

근데 영호야, 아빠 돈 있으니까 뭐하고 싶은지 말해도 돼. 아빠가 뭐든 해줄게” 

 

재식은 붉어진 눈시울을 닦아내며 말했다. 

 

“사실은 놀이동산 가고 싶어. 친구들은 다 갔는데 나만 못 가봤거든” 

 

영호는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내일 아빠랑 놀이공원 가자” 

 

재식은 영호를 꼭 끌어안았다. 

 

다음 날, 약속대로 재식은 영호를 데리고 놀이공원을 갔다. 

 

재식의 지갑은 너무나도 얇았지만 아들의 행복한 생일을 위해서는 그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영호 역시 아빠로 인해 생애 최고의 생일을 맞이할 수 있었다.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갑자기 재식은 영호를 골목 구석에 데려가 숨기고는 영호에게 말했다. 

 

“영호야,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아빠 금방 올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갑작스런 아빠의 행동에 놀란 영호는 울먹이며 말했다. 

 

“아빠 빨리 와야 돼!” 

 

“응” 

 

재식은 그렇게 영호를 떠났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행복하십니까?” 

 

“행복합니다.” 

 

 

 

아직도 그날의 아버지가 떠나가는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나이를 꽤 먹은 지금, 물론 아버지의 절박한 상황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10살도 안된 어린아이를, 그것도 자기 자식을 버렸다는 점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용서를 할 수가 없다. 

 

버려진 이후로 나는 아빠를 찾아 몇 날을 울면서 헤맸고, 먹고 살기 위해 뭐든지 했다. 

 

그늘 하나 없는 세상에서 나는 철저히 짓밟히면서도 악착같이 살아남았다. 

 

그리고 지금 그 때의 아버지의 나이가 된 지금. 

 

나는 나의 아버지가 나를 버린 그 저주스러운 날을 찾아가기 위해, 타임머신센터를 찾아갔다. 

 

내가 평생 번 돈의 절반 이상을 써야할 만큼 많은 비용이 필요했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날짜 2008년 5월 16일...

 

매번 그 날의 악몽을 꾸다보니, 그 날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스르르 시간의 흐름이 뒤틀렸고, 타임머신센터에 있던 나는 어느새 2008년 5월 16일에 도착했다. 

 

나는 당장 기억을 더듬어 내가 갔던 놀이공원을 찾아가서 기다렸다. 

 

역시나 나는 행복한 모습으로 아빠의 손을 잡고, 놀이공원에 입장했다. 

 

나는 놀이공원에 따라 들어가 어렸을 적의 나와 아버지를 미행했다. 

 

그 둘을 보는 내내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저렇게 행복해 하는 어린 아들을 버릴 수가 있는가? 아무리 살아가기 힘들어도 그렇지. 

 

버리기 전에 아들을 달래주는 아버지가 악마처럼 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복수를 다짐했다. 

 

어렸을 적의 나와 아버지가 돌아가는 길. 

 

심장이 두근두근 떨려왔다. 이제 곧 버리겠지? 

 

역시나 아버지는 어린 나를 골목구석에 두고, 뛰쳐나왔다. 

 

나는 서서히 아버지에게 달려갔다. 

 

“행복하십니까?” 

 

아버지는 웃으며 대답했다. 

 

“행복합니다.” 

 

‘행복하다고? 아들을 버려놓고?’ 

 

나는 품에서 칼을 꺼내 아버지를 사정없이 쑤셔댔다. 

 

 

 

놀이공원을 나오고부터 누군가 따라오는 게 느껴졌다. 

 

빚쟁이들인가? 하필이면 아들의 생일에. 

 

집으로 가는 길에 들어서자 더욱 가깝게 쫓아오는 게 느껴졌다. 

 

나는 아들을 우선 안전한 곳으로 숨겼다. 

 

생일에 아빠가 빚쟁이들에게 맞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영호야,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아빠 금방 올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아빠 빨리 와야 돼!” 

 

“응” 

 

나는 재빨리 골목을 나와 빚쟁이들을 찾았다. 

 

되도록 말로 해결하고 싶었다. 순간 뒤에서 빚쟁이가 나타나서 내게 말했다. 

 

“행복하십니까?” 

 

물론, 나는 오늘 하루 종일 행복했다. 

 

아들의 웃는 모습도 보고 내 사랑하는 아들과 함께 놀아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순간 지금 눈앞에 있는 빚쟁이에게 고맙기까지 했다. 

 

아들이 없을 때 와줘서... 정말....

 

“행복합니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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