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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미스테리
[괴담] 양파
  • 리자
  • 2016.06.12 23:46:15
  • 조회 수: 122

 

 

 

 


 

"제가 양파를 키우기 시작한 것은 저희 부부가 주말부부가 되었을 때부터 입니다.

 

지방에서 교사 생활을 하는 아내, 서울에서 회사 생활을 하는 나.....

 

이렇게 우리는 주말부부였습니다.

 

 

 

아이도 없이 집에 혼자 있다보니, 여간 심심한게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제가 술담배를 하는 것도 아니고, 놀이 문화에 익숙한 편도 아니라서, 

 

이곳 저곳 모임자리에 끼는 것도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니었습니다.

 

운동도 좋아하지 않고, 게임도 좋아하지 않고, 

 

미술도 좋아하지 않고, 음악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제게 취미 생활이란 없었습니다.

 

개나 고양이를 키워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제가 동물털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어서 그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직장 일이 끝나면 집에 돌아와 혼자 밥을 차려 먹고, 

 

소파에 누워 멀뚱멀뚱 TV를 보다가 잠드는 것이 하루의 끝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요리를 위해 마트에서 사두었던 양파가 싱크대 물기를 먹고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을 본 겁니다.

 

어렸을 적 누구나 한 번쯤은 해 봤을 양파 키우기가 생각났습니다.

 

저는 싱크대 위에 있는 양파를 모조리 주워 담아 

 

작은 컵 속에 물을 채우고 그 위에 얹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기다렸습니다.

 

하루, 이틀, 삼일....

 

뿌리부터 발을 내린 양파가 5일 째 되는 날부터 싹을 틔우는 겁니다.

 

무엇인가를 지켜보며 그 결과를 본다는 것이 생각보다 재미있었습니다.

 

그 어떤 취미생활도 하지 못했던 저에게 양파키우기는 유일한 행복이며, 즐거움이었습니다.

 

당연히 저는 몰입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좀 더 빨리 자라게 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에 인터넷을 뒤져 여러가지 양분 주는 법을 깨우쳤습니다.

 

양파는 아주 잘 자라주었습니다.

 

대파처럼 크게 잎을 뻗으며 자라는 양파가 마냥 신기했습니다.

 

주말 저녁이 되어 서울에 올라오는 아내도 저와 같이 양파의 모습에 신기해 했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이런 정적인 취미를 가진 남편이 조금은 불쌍해 보였나 봅니다.

 

저를 안스러운 듯 바라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상관없었습니다.

 

양파키우기가 세상 무엇보다도 재미있었습니다.

 

 

2주가 되자 양파는 난초처럼 여러 갈래의 줄기를 뻗고 엄청나게 크게 자랐습니다.

 

제가 뭔가를 해낸 듯한 기분이 들면서 제 자신이 대견스럽기도 하고 뿌듯했습니다.

 

아내에게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저를 한심스럽고, 안스럽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즐거움에 가득찬 저를 보면 아내의 생각이 바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저는 주말 아침 일찍부터 저는 양파를 조심스레 챙기고 들뜬 마음으로 아내에게 달려갔습니다.

 

엄청난 크기의 양파를 보면 아내는 깜짝 놀랄 것입니다.

 

대낮에 예고도 없이 내려가긴 했지만, 아내는 잠옷 차림으로 뛰쳐나와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역시나 아내는 양파를 보고 깜짝 놀랬습니다.

 

그리고 저도 놀랬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저는 줄기가 네가닥으로 뻗은 아주 큼지막한 양파를 두 개 얻었습니다.

 

어찌나 큰 지 트렁크에 싣기도 벅찼습니다.

 

새벽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온 저는 양파를 손질했습니다.

 

기존에 뻗은 줄기를 자르고 밑동이만 남겼습니다.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게 즐거움이기 때문이죠.

 

저는 과일주를 담그는 커다란 유리병에 물을 채우고, 그 위에 양파를 얹었습니다.

 

양파 하나는 뿌리가 너무 길어 유리병 속에 뿌리를 우겨 넣는데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전의 양파와 달리 뿌리가 검기는 했지만, 곧 하얗게 발을 내릴 것입니다.

 

양분을 뭘로 줄까 고민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잘라낸 줄기에서 즙을 짜내서 주기로 결심했습니다.

 

즙의 색깔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붉은 색이 감도는 것이 나름대로 운치는 있어 보였습니다.

 

 

 

이번 양파는 전에 키우던 양파와 확연히 다른 느낌을 줍니다.

 

왠지 모를 희열감도 느껴지고, 쾌감도 느껴지고, 

 

어느 정도까지 자랄까 기대감도 부풀었습니다.

 

그리고 기다렸습니다.

 

너무나 기대감이 컸던 나머지 저는 회사도 결근하고 양파가 자라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심지어 밥도 거르면서 양파가 자라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양파만을 생각해서 그런지 가끔씩 양파가 유리병 속에서 나와 

 

허공을 떠다니는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게 꿈이 아닐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양파들이 떠돌아 다니던 곳에 뿌리에서 떨어진 듯한 양분이 섞인 물들이 뿌려져 있었거든요.

 

양파들이 저에게 양분을 더 원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전에 잘라 낸 줄기에서 매일같이 즙을 짜내 양분을 공급해 주었습니다.

 

며칠이 지나니 이젠 그 줄기도 말라 비틀어져 더 이상 즙이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채를 썰어 으깨보기도 했지만 더 이상 즙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유리병 속의 양파는 계속 양분을 요구하는 눈빛을 보내는 겁니다.

 

안되겠다 싶어 다른 양파의 즙을 찾아서 밖으로 나서려고 했는데 당신들이 온 겁니다."

 

 

 

 

 

 

심문과정을 CCTV로 지켜보던 정신과 전문의가 입을 열었다.

 

"아내의 외도가 너무 큰 충격이었던 것 같습니다."

 

옆에 서 있던 담당형사도 입을 열었다.

 

"처벌할 수 있을까요?"

 

"법원에서 정신과 진단을 요구하면 결과에 따라 처벌 여부가 결정될 겁니다.

 

증상으로 보아 정신분열이나 과대망상증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람 머리를 양파처럼 키우고 있었다니..."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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