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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미스테리
[괴담] 밤에 일어났던 일
  • 리자
  • 2016.06.17 07:09:30
  • 조회 수: 92

초등학생이었을때의 일이다.

 

그때 당시 할머니가 계시던 시골은 

 

반나절 동안 버스를 타고, 다시 고물 택시를 타 먼지 투성이 흙길을 한참동안이나 달려야 갈수 있는, 

 

후미진 산골안에 있는 작은 마을 이었다.

 

그 당시에는 그런 불편한 과정도 별로 힘들지 않다고 스스로 생각했었다.

 

그만큼 놀거리가 많아서 였을까. 

 

계곡, 숲, 할아버지와 가는 밤산책. 모든것이 새롭고 놀랍고 재밌었다.

 

그렇게 신나게 놀던 나날이 계속된지 1주일쯤 되었을까. 일은 그날 밤에 벌어졌다.

 

할아버지는 옆집에서 자고 온다고 초저녁에 나가버리시고, 할머니와 나만 같이 밥을 먹고 밤 10시 즈음에 잠자리에 들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시계가 째깍거리는 소리와 풀벌레가 우는 소리를 빼고는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던, 유난히 적막한 밤이었다.

 

할머니가 문단속을 하고 우리방을 제외한 집의 모든 불을 끄고 난 다음에서야 방으로 들어오셨다.

 

할머니를 도와드리려고 내 키만한 이불과 씨름을 벌이며 혼자서 아둥바둥 거리고 있는데, 문득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딸칵]

 

전등 스위치 소리였다.

 

그와 동시에 방문이 열린틈으로 거실쪽 방향에서 옅은 주황색의 전등빛이 새어들어오고 있었다.

 

[할머니, 불 켜졌어.]

 

양손에 아직도 이불을 꼭쥔채로 그렇게 말했었던 것 같다.

 

[고장 났나. 할미가 다시 끄고 올테니, 그기 있으라.]

 

할머니가 느릿느릿 몸을 일으켜 방문으로 향하고, 나도 아무 생각 없이 방문 틈을 보고 있는데

 

 

무언가가 서있다.

 

 

어둠속에 완전히 파묻혀 거의 알아볼수도 없었지만

 

이상할 정도로 긴 목과 문틀에 가려서 반밖에 안보이는 얼굴만은 확실히 알아볼수 있었다.

 

구불거리는 목이 움찔대더니, 주름이 자글자글하게 배인 얼굴이 스르르 내려오고 있었다.

 

기억은 안나지만, 할머니에게 어떤 말을 하려고 했었던 것 같다.

 

내가 입을 뗀 순간, 할머니라고는 생각할수 없을 정도로 큰 호통소리가 들려왔다.

 

[몸띠 안 돌리나!!! 할미 봐라!!!!]

 

전류가 흐르는 듯한 찌르르한 느낌이 몸을 관통하고,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비틀비틀 돌아섰다.

 

할머니는 믿을수 없을 정도의 힘으로 내 어깨를 우악스럽게 움켜쥐시고는 조용히 말하셨다.

 

[절띠 돌믄 안된다. 돌아보믄 안돼.]

 

어째선지 다리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눈물도 흐르고 있었고.

 

할머니는 아직도 내 어깨를 움켜쥔채 내 머리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한참이나 노려보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할머니도 가끔씩 힉. 같은 소리를 내셨었다. 할머니도 힘들었었던 걸까.

 

그렇게 한참이나 지났을까. 할머니는 한번 한숨을 쉬시더니 갑자기 주저 앉아 버리셨다.

 

나도 같이 주저앉아 엉엉 울었었던 걸로 기억한다. 

 

할머니는 나한테 힘이 빠진 쉰 목소리로

 

[오늘은 불키고 자자. 알긋나?]

 

라고 말하셨다.

 

그렇게 자는둥 마는둥하며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대낮즈음에야 돌아오신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등짝을 맞은건 후일담이라고 해야되나.

 

할머니는 그때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만큼은 절대 가르쳐주지 않으셨다.

 

되려 혼나거나, 나중에 알려줄때가 되면 알려준다는 말 뿐이었다.

 

하지만 나도 중.고등학생이 되고 바빠지면서 시골에도 점점 안가게 되고, 자연히 잊어버렸달까. 관심이 없게 되어버렸다.

 

언제까지 잠자리 날개나 떼면서 놀수는 없지 않은가.

 

조금 시시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

 

지금 와서 그런 케케묵은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아마 저번 명절날 시골로 가 할머니와 나눈 대화 때문.

 

사실 할머니는 내가 중학교고학년이 되었을때부터 일찌감치 치매끼를 보이기 시작하셨다.

 

지금에 이르른 할머니는 이미 나조차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할만큼 많이 악화되어 계셨다.

 

오물오물 감을 드시고 계시는 할머니옆에 앉아 말을 걸었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대답이 없는 할머니. 난 씁쓸한 기분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쉿, 쉿]

 

[할미가 지금 대답을 못해.]

 

[무슨 말씀이세요 할머니?]

 

난 약간은 기쁜 투로 말했다. 날 알아보시는건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혀. 고것이 들을까봐. 날 찾아. 눈은 없는것이.... 귀는 기가 막히게 밝다니께. 히히히.]

 

앙상한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는 할머니.

 

손가락이 닿은곳에는 그저 아무도 없는 텅빈 거실만이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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