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신병원 의사였다.
내가 일했던 병원에는 중증 정신병자들이 모여있었다.
일이 많이 힘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그런 데서 일하는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무척 짧다.
그때 내 밑에는 유능한 조수가 있었다.
그는 정신병자들한테도 인기 있었고, 일도 잘 했다.
어느날 그가 재미있는 이론을 제시했다.
「정신 분열증은 정신병이 아닐지도 몰라요.
사실 우리처럼 정상적인 사람한테는 보이지 않는 세계가 존재하고
정신 분열증 환자한테는 그 세계와 우리가 보는 세계가 섞여 보여서
행동이나 사고가 이상해지는 게 아닐까요?」라는.
과학적으로는 전혀 신빙성이 없는 이론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이론을 굳게 믿고 있었다.
나는 그냥「재미있는 의견이군」하며 흘려 들었다.
어느날 그가 급하게 나를 찾더니
「굉장해요! 이것 좀 한 번 봐주세요!」라고 했다.
뭔지 보러 갔더니 환자 두 명이 프리룸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확실히 중증 정신병자들이 대화를 나누는 건 드문 일이지만
그들의 대화는 서로 전혀 이어지지 않는 혼잣말이라 대화라고는 볼 수 없었다.
조수의 의견은 이랬다.
그들의 대화는 분명 이어진다. 다만 지금 대화로 보이지 않을 뿐 이다.
만약 그들이 둘이 아니라 셋이서 대화하고 있는 거라면?
그들은 지금 보이지 않는 한 명을 포함한 세 명이서 대화하는 게 아닐까?
나는 잠시 놀랐지만
이내 「그건 우연이야」라고 흘려 넘겼다.
하지만 조수는 분명히 ”안 보이는 사람”이 여기 있다는 것을 토대로
더 연구해 보고 싶어했다.
그는 그 날부터 일은 거의 제쳐두고
그 "안 보이는 세계" 의 "안 보이는 사람" 을 필사적으로 연구했다.
그는 나에게
「언젠가 분명 저도 그걸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현대 사회를 뒤집는 대발견이 되겠죠.」라고 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나에게 달려 왔다.
「보인다! 보인다! 보인다! 하하하하하하하하」
라고 외치며.
나는 바로 일을 그만뒀다.
그는 아직 그 병원에 있다.
의사가 아닌 환자로····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