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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미스테리
[괴담/2ch] 기초 연구동
  • 리자
  • 2016.07.31 05:42:39
  • 조회 수: 152

 

 

 

 

 

내가 다니는 어느 지방 대학의 의과대학에 얽힌 이상한 이야기입니다.

 

우리 의대 캠퍼스에는 그 긴 역사에 걸맞게 오래 된 건물과 새로운 건물에 혼재되어 있습니다.

 

캠퍼스 안에 있는 대학병원도 3번이나 이전을 해서, 

 

그 전까지 쓰던 건물들은 각각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옛날 병원 건물로 사용되었던 것 중 가장 오래된 것이 바로 지금 기초 의학 연구동으로 사용되고 있는 건물입니다.

 

그리고 그 곳이 바로 이 이야기의 무대라고 할 수 있지요.

 

기초 연구동은 메이지 시대에 건축된 건물로, 캠퍼스 안에서도 가장 오래된 것입니다.

 

 

 

당시의 건축 양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형태로, 

 

고풍스러운 분수가 있는 안뜰을 둘러싸듯 지어져서 위에서 보면 네모난 모양의 5층 건물이었습니다.

 

옛날 모습이 그대로 묻어나는 품격 있는 건물이지만, 

 

손질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잡초가 잔뜩 우거진 안뜰, 군데군데 벗겨진 리놀륨이 보이는 마루 바닥, 

 

빛이 잘 비치지 않는 복도 때문에 어쩐지 쓸쓸한 분위기도 감도는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건물에 연구실이 있는 교수님 한 분이, 어느날 밤 늦도록 연구를 계속하고 계셨습니다.

 

 

 

어느덧 밤이 깊어 주변 연구실의 불도 하나 둘 꺼져갔지만, 

 

교수님은 정기적으로 정확한 시간마다 계산을 해야 하는 실험을 하고 있어서, 

 

그 무렵에는 휴일도 반납하고 실험에 임하고 계셨습니다.

 

 

겨우 그 날치의 연구 결과를 기록한 뒤 돌아가려고 연구실의 불을 껐습니다.

 

달빛이 비치는 어두운 복도를 지나, 부지런히 계단으로 향합니다.

 

 

 

그 날 밤은 정말 달빛이 아름다워서, 선생님은 문득 창가에서 달이라도 바라볼까 싶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복도 중간에 멈춰 안뜰 쪽의 창을 열고 위를 바라보았습니다.

 

맑은 달빛은 차가울 정도로 아름다워서, 격무에 지친 교수님도 넋을 잃고 달빛에 빠져버렸다고 합니다.

 

 

 

그러다 문득 반대쪽 창문을 보게 되었는데, 거기에도 자신처럼 흰 가운을 걸친 사람이 있었습니다.

 

교수님은 아직 남아 있는 사람이 자신처럼 달을 보고 있던 것이라 생각하고, 붙임성 좋게 손이라도 흔들어주려고 손을 들었습니다.

 

그 때, 교수님은 눈 앞에 보이는 수많은 창가에 같은 흰 가운을 걸친 사람들이 불쑥 불쑥 나타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런 시간에 연구원들이 여러명 남아 있는 것도 이상한데, 

 

더욱 이상한 것은 아무도 달은 바라보지 않고 한결같이 아래만을 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즉, 안뜰을 내려다보고 있었던 것이지요.

 

순간 교수님의 등에는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안뜰에는 잡초만 무성하고 볼 만한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

 

아니, 그들은 보고 있다...

 

아니, 다르다...

 

 

 

보고 싶지도 않은데 시선이 안뜰로 내려 갑니다.

 

달빛에 창백하게 비춰지는 안뜰.

 

한가운데에는 낡아빠진 석조 분수.

 

 

 

무성한 잡초.

 

아무도 없다.

 

아무 것도 없다.

 

 

 

아무 것도 [안 보인다.]

 

그러나 그들은 보고 있다.

 

아니, [감시하고 있다.]

 

 

 

누구를?

 

아무도 없는 안뜰.

 

안 보인다.

 

 

 

아니, 보인다.

 

안뜰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

 

그 사람들은...

 

 

 

잠옷 차림, 유카타 차림, 기침하는 소년, 휠체어의 할머니, 수그리고 있는 청년, 멈춰서 있는 간호사...

 

그것을 내려다보는 흰 가운 차림의 저것들은, 의사?

 

보이지 않는데?

 

 

 

보인다.

 

감시하고 있다.

 

집으로는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사람들을.

 

 

 

그것을 내려다 보며, 흰 가운을 입은 것들은 만족스러운 듯 미소 짓고 있었다.

 

[그 사람들은 돌아갈래도 돌아갈 수가 없는거야. 돌아가고 싶어도 "그것들" 이 허락을 하지 않아...]

 

이 이야기를 해주셨을 때, 선생님은 무척 슬픈 표정을 짓고 계셨습니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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