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 찾기
괴담/미스테리
(공포/괴담) 쿠네쿠네
  • 리자
  • 2016.10.01 06:29:27
  • 조회 수: 214

↑ 쿠네쿠네로 추정되는 사내

 

이것은 내가 어렸을 때 겪은 일이다. 아키타(秋田)에 있는 할머니의 본가로

귀성했을 때 일이다. 할머니 집에 도착한 나는, 형과 밖으로 놀러 나갔다.

도시와는 달랐고, 공기는 굉장히 좋았다. 나는, 산뜻한 바람을 쐬면서, 형과

논 주변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그러자, 어느순간 바람이 그쳤다고 생각하자

기분 나쁜 미지근한 바람이 불어왔다. 나는, [그렇지 않아도 더운데, 왜 이런

따뜻한 바람이 부는거야!]라며, 아까전에 느끼던 상쾌함을 빼앗겼다는 사실에

조금 기분이 나빠진 상태였다. 그런데, 형은 아까전부터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

다. 그 방향에는 허수아비 같은게 있었다. [저 허수아비 뭐지?]라고 형에게 묻자,

형은 [아니, 자세히 봐봐!] 라고 말했다. 나도 마음에 걸려서, 자세히 봤다.

그러자, 확실히 보였다. 뭐지.... 저것은....

 

 

멀리떨어져 있기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사람정도 크기의 물체가, 구불구불

움직이고 있었다. 게다가 주변은 온통 논만 있을뿐. 근처에는 사람이 있을 리거 없

었다. 나는 한순간 기묘함을 느꼈지만, 우선 이렇게 해석했다. [저것은, 신종 허수

아비가 아닐까? 응! 지금까지 움직이는 허수아비는 없었어. 어떤 농부아저씨가 생각

한 걸꺼야! 아니면 아까전부터 불고 있는 바람때문에 움직이고 있는 걸꺼야!] 형은,

나의 거침없는 정확한 해석에 납득한 표정이었지만, 그 표정은 한순간 사라졌다.

바람이 딱 그친 것이다. 그러나 그 물체는 여전히 구불구불 움직이고 있다. 형은

[뭐야.. 아직 움직이고 있어... 저건 대체 뭐지?] 라며 놀란듯한 어조로 말했고,

마음에 걸려서 어쩔수 없었던 것인지, 형은 집에 되돌아가서 쌍안경을 가져왔다.

형은, [내가 처음 봤기 때문에, 너는 조금 기다리고 있어라―!] 라고 말하며,

자신있게 쌍안경을 들여다봤다.

 

 

그러자, 갑자기 형의 얼굴에 변화가 생겼다. 삽시간에 새파랗게 질려가며, 식은 땀을

줄줄 흘리고, 결국은 가지고 있는 쌍안경을 떨어뜨렸다. 나는, 형의 변해가는 모습에

겁을 내면서, 형에게 물어 보았다. [뭐였어?] 형은 천천히 대답했다. [아...으...읔..]

이미 형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형은 그대로 집으로 되돌아 갔다. 나는, 형을 새파랗게

만들어버린 저 물체를 보려고, 떨어져 있는 쌍안경을 주우려로 했지만, 형의 말을 들은

탓인지, 볼 용기가 없었다. 그러나 마음에 걸렸다. 멀리서 보면, 단지 물체가 기묘하게

구불구불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조금 기묘하지만, 그 이상의 공포감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형은.... 좋아, 보는 수 밖에 없다. 어떤 것이길래 형에게 공포를 준 것인가, 나의

눈으로 확인한다! 나는, 떨어져 있는 쌍안경을 주워서 엿보려고 했다. 그 때, 할아버지가

대단히 초조해하며 이쪽으로 달려 왔다. 내가 [왜그래 할아버지?] 라고 묻기 전에, 굉장한

기세로 할아버지가, [저 물체를 봐서는 안된다! 봤니! 너, 그 쌍안경으로 본 거야!] 라며

다가왔다. 나는 [아니... 아직....] 이라고 조금 허둥지둥하는 느낌으로 대답하자, 할아버지는

[좋아...] 라고 말하더니, 그자리에서 쓰러져 울기 시작했다. 나는, 영문을 모른 채 집으로

되돌아갔다.

 

 

돌아가니까, 모두 울고 있었다. 아니, 자세히 보니까, 형만 미친듯이 웃으면서, 마치 정체를

알수없는 그 물체처럼 구불구불, 구불구불 춤추고 있었다. 나는, 그 형의 모습을 보고서, 그

물체보다 더 굉장한 공포감을 느꼈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는 날, 할머니가 이렇게 말했다.

[형은 여기에 놔두는 것이 생활하기 쉬울 것이다. 도시로 가게되면 몇일도 못버틸게야. 몇년정도

지나고나서, 논에 놓아주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야...] 나는 그 말을 듣고, 소리 높여 울었다.

이전에 봐왔던 형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또 내년에 본가에 갔을 때 만난다고 한들,

그것은 이미 형이 아니다. 놀고 있었는데, 왜.... 나는, 필사적으로 눈물을 닦고, 차를 타고,

본가를 떠났다.

 

 

할아버지가 손을 흔들고 있는 와중에, 완전히 변해 버린 형이, 한순간 나에게 손을 흔드는 것 같이

보였다. 나는, 멀어져 가는 가운데, 형의 표정을 보려고, 쌍안경으로 엿보자 형은 확실히 울고 있

었다. 표정은 웃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형한테서 1번도 볼 수 없었던, 처음이자 마지막의 슬픈 미소

였다. 그리고, 바로 커브길을 돌았을 때, 이미 형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눈물을 흘리면서

쌍안경을 계속해서 들여다봤다. [언젠가.. 원래대로 돌아올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형의 원래 모습을

그리워하면서, 초록으로 물들어간 논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형과의 추억을 회상하면서, 쌍안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때였다. 봐서는 안되는것을 알고 있는 것을, 아주 가까이에서 봐버린 것이다.

[구불구불{쿠네쿠네}]

 

 

 

 

 

 

추천
0
다른의견
0

이 게시물을

에디터 선택

※ 주의 : 페이지가 새로고침됩니다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하기

번호
분류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수
  • 1186
    괴담/미스테리
    21.10.04
    조회 수: 1690
  • 1185
    괴담/미스테리
    20.09.26
    조회 수: 2712
  • 1184
    괴담/미스테리
    20.08.14
    조회 수: 1667
  • 1183
    괴담/미스테리
    20.08.14
    조회 수: 1098
  • 1182
    괴담/미스테리
    20.08.14
    조회 수: 1028
  • 1181
    괴담/미스테리
    20.08.14
    조회 수: 1075
  • 1180
    괴담/미스테리
    20.08.14
    조회 수: 1034
  • 1179
    괴담/미스테리
    20.08.14
    조회 수: 869
  • 1178
    괴담/미스테리
    20.08.14
    조회 수: 1098
  • 1177
    괴담/미스테리
    20.08.14
    조회 수: 990
  • 1176
    괴담/미스테리
    20.08.14
    조회 수: 729
  • 1175
    괴담/미스테리
    20.08.14
    조회 수: 704
  • 1174
    괴담/미스테리
    20.08.14
    조회 수: 827
  • 1173
    괴담/미스테리
    20.08.14
    조회 수: 1060
  • 1172
    괴담/미스테리
    20.08.14
    조회 수: 922
  • 1171
    괴담/미스테리
    20.08.14
    조회 수: 681
  • 1170
    괴담/미스테리
    20.08.14
    조회 수: 762
  • 1169
    괴담/미스테리
    20.08.14
    조회 수: 688
  • 1168
    괴담/미스테리
    20.08.14
    조회 수: 666
  • 1167
    괴담/미스테리
    20.08.14
    조회 수: 763
  • 1166
    괴담/미스테리
    20.08.14
    조회 수: 770
  • 1165
    괴담/미스테리
    20.03.10
    조회 수: 2716
  • 1164
    괴담/미스테리
    20.03.10
    조회 수: 1291
  • 1163
    괴담/미스테리
    20.03.05
    조회 수: 1987
  • 1162
    괴담/미스테리
    20.03.05
    조회 수: 2918
  • 1161
    괴담/미스테리
    20.03.05
    조회 수: 1508
  • 1160
    괴담/미스테리
    20.03.05
    조회 수: 1971
  • 1159
    괴담/미스테리
    20.03.03
    조회 수: 1255
  • 1158
    괴담/미스테리
    20.02.29
    조회 수: 996
  • 1157
    괴담/미스테리
    20.02.29
    조회 수: 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