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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미스테리
[괴담]할미꽃
  • 리자
  • 2016.10.02 16:57:12
  • 조회 수: 129

 "그럼 유산은 어떻게 분배되는거야?"


"유서에 써있겠지"

"노친네가 모은 돈이 제법되잖아 아무래도 내가 첫째니깐.."

"어머, 언니는 참.. 언니가 그동안 엄마한테 해준게 뭐있다고
엄만 어릴때부터 나를 그렇게 이뻐라 했잖아 기억안나?"

저건 무슨 망측한 소리일까?
엄마의 장례식이 치뤄지고 있는 이 순간에 자신들에게
떡고물이나 떨어지길 바라고 있다니.
엄마가 어떻게.. 어떻게 돌아가셨는데...






어릴때 우리 집은 가난했다.
아버지가 일찍이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혼자 우리 세자매를 키우셨다.
남들에게 무시당하지 말라고 밤낮가리지 않고 돈 벌어
학원도 보내주시고 혹여나 도시락반찬 하나하나까지도
신경써주셨다.
그만큼 우리 세자매도 엄마에게 항상 감사함을 느끼고
서로가 서로를 위하며 살았다.

언제 부터였지?
첫째 언니가 시집을 가고 이후 둘째 언니 역시
연달아 시집을 갔다.
엄마가 없는 살림에 아끼고 아껴 모은 돈을 모두 털어
두 언니의 혼수를 해주었다.
자신 걱정은 하지말고 행복하게만 살아달라는
엄마의 말을 아직까지 잊을 수가 없다.

그렇게 두 언니를 보내고 엄마는 매일같이 두 언니의 걱정에
잠을 못이루셨다.
혹여나 처가사정때문에 무시받진 않을까
홀어미 밑에 커서 가정교육에 문제있다고 생각 하지 않을까
시댁에서 구박받고 힘들어 하진 않을까..

나는 그런 엄마를 위로하고 달래며 두 언니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장담했다.
내 생각이 맞았는지 결혼 후 처음에는 한달에 한번 용돈
보내오거나 연락이 오더니 일년쯤 지났을때는 아예 연락이
끊어졌다.
엄마와 나는 결혼생활이 행복하고 바빠서 일것이라며
마음의 위로를 하였다.

시간이 지나 나도 어엿한 직장인이 되고 운이 좋아서인지
연봉도 잘 받게되었고
엄마 또한 여태 일을
쉬지 않고 하면서 모은 돈으로 땅을 샀는데
그 땅 값마저 몇배로 뛰어 집안 형편이 급속히 좋아졌다.
이제 앞으로 조금 더 열심히 돈을 모아 지금껏
고생한 엄마를 보살피며 행복하게 사는게
내 마지막 꿈이였다.

그러다 형부의 사업에 금전적인 문제로 큰 언니가
엄마와 내게 연락을 해왔다.
돈을 주려는 엄마를 극부 만류하며 여지껏 연락이 없다
돈 때문에 연락하는 언니를 원망했다.
그러나 엄마는 기어코 큰 언니에게 돈을 마련해 주었다.
내림사랑이라고 하지만 고맙다는 말 한마디없이
계좌번호만 불러주는 큰 언니의 전화에
혹여나 돈이 부족하진않은지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안부를 물으며 안절부절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니
괜스래 엄마가 미워지고 바보같이 보였다.

큰 언니의 사건이 잊혀질 쯤 둘째언니가 집을 방문했다.
부잣집에 시집을 간 둘째 언니는 온갖 장식으로 치장하고
과일바구니 하나 없이 방문했지만
엄만 역시나 귀빈이 온것마냥 대접해 주었다.
집에 온지 한시간도 안되어 둘째 언니가 입을 뗀
첫마디 역시 돈이였다.
부잣집으로 시집을 간 언니입에 돈 얘기라니...
허영심으로 남편 몰래 대출을 받았다는 것이다.
엄마의 얼굴에도 찰나 씁쓸함이 떠올랐지만 언젠가 내가 결혼할때 보태쓰라고 만든 통장을 그대로 언니에게
건내주었다.
돈을 받고 용무를 마쳤다듯 급히 나가는 언니를
배웅해주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울컥하고
말았다.

그날 나는 마음에도 없는 말로 엄마에게 소리치며 울었고
엄마는 말없이 나를 껴안아주었다.

"혜주야 우리 이쁜딸... 엄마는 우리 딸들이 이렇게
이쁘게 잘 자라주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혜주 너도 언니들이잖아 엄마없으면 피붙이라고
너희들끼리가 전부인데 힘들때 서로서로 도와주고
서로서로 위해주고 그래야지 언니들 원망하지말어
이렇게라도 아직 엄마가 너희를 위해 해줄 수 있다는게
엄마는 뿌듯하고 그래"

이후에도 언니들의 연락은 다시 오지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엄마는 언니들을 걱정했고
한편으로는 서운해하셨지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며
자기위안을 하셨다.
세월이 흘러 나도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되었고
남편과 시댁에 끝없이 설득 한 끝에 엄마를
모시고 살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 소식을 엄마에게 알려주러 부랴부랴 집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기뻐하시며 당연히 같이 살려고 하실 줄 알았는데
엄마는 극구 반대하셨다.

"언제까지 너한테 신세를 질 수야 없지.. 너도 니
삶이 있잖아 엄마는 괜찮아"

'그러면 엄마의 삶은?' 이라는 말이 목구멍에 차올랐지만
단호한 엄마의 얼굴을 보고 차마 내뱉지 못하였다.
엄마도 설득하면 곧 수긍하실거라 믿어 의심치않고
후일을 기약하기로 했다.

그렇게 결혼생활이 시작되고 생각보다 자주
찾아뵙진 못했지만 틈틈히 전화를 하고 가끔 찾아 뵐땐
번거롭게 왜 왔냐는 말을 하면서도 입가엔 웃음이 떠나질
않으셨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며 많이 미안하면서도
한편으론 마음이 따뜻했다.
갈때 마다 설득을 하고 또 했지만 엄마의 고집이 완강했다.
하지만 절대 물러서지 않을 생각이었다.
내 꿈은 엄마와 함께 행복하게 사는것이니깐.

남편의 전근으로 인해 시골로 이사가게되자 마음이
조급했다.
거리가 멀어지면 멀어질 수록 찾아뵙기가 쉽지가 않았다.
그렇게 전화만으로 연락을 하다 일년이 지났고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엄마가 갑자기 쓰러지신 것이었다.
부랴부랴 짐을 싸서 병원으로 왔고 많이 수척해진
엄마를 보자마자 눈물이 흘러내렸다.

엄마의 병은 위암 말기셨다.
엄마가 눈을 떠 눈물 흘리는 나를 다독였다.

"엄마 왜 나한테 말안했어 왜!!"

"....니가 걱정하니깐 그렇지 엄만 괜찮아 사람은
다 때가 있는거야"

"아프면! 쓰러져서 실려오기 전에 나한테 전화했어야지!!
이게 뭐야 정말.."

"큰애한테 전화했는데... 번호가 없더라구.. 작은애는
아들생일이라하니깐.. 어쩔 수 있겠니.."

"나는!? 나는 엄마 딸아냐?? 돈 필요할때만 찾아오는
언니들한테 왜 전화를 왜!! 엄마 마음만 상하게!!"

"....."

나의 정성이 부족했던건지 간호를 잘 못해드린건지
엄마는 그로부터 3일 뒤 눈을 감으셨다.
언니들에게 알리기 조차 싫었지만 장례때마저
오지 않는다면 엄마가 정말 서운해하실 것같아
연락을 했다.
별의 별 핑계를 다대며 장례식 마지막날에나 올수있다하여
그러하라고 했고 엄마의 장례준비는 남편과 나
둘이서 진행했다.

그리고 장례식 마지막날 저렇게 와서는
엄마한테 인사한번 안드리고 유산얘기나 하고있다.
자신들이 힘들때 당연하게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면서
엄마가 아파 겨우겨우 전화를 했는데 말같지도 않은
핑계를 대며 외면해 놓고는 엄마의 유산이 탐이 나나보다.







잠시 뒤 유언장이 공개되었고 
두 눈이 초롱초롱해진채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두 언니를 보자 나도 모르게 헛구역질이 나왔다.

"사랑하는 혜주야 여태 너에겐 엄마가 해준게 없구나
우리 딸 엄마 때문에 고생도 많이 하고 단 한번도
불평안하는 우리 착한 딸 엄마가 미안하구나 홀로 남은
이 어미를 걱정해 같이 살자고 하는 니 마음이
너무 고마웠단다
너에게도 너의 삶이 있는데 언제까지고 이 어미가
짐이 될 수는 없잖니 글을 쓰면서도 슬퍼하고 있을
니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너무 아프구나
너무 슬퍼말거라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엄마였으니깐.... 사랑한다"

너무 울어 메말라버렸다고 생각했던 눈물샘에서
다시금 눈물이 쏟아졌다.
변호사가 울고 있는 내게 조용히 다가와 서류를 내밀었다.
서류에는 엄마의 집과 땅의 명의가 전부 나로 되어있었고
내 이름으로 만들어져있는 통장엔 엄마가 조금씩 모은
돈들이 적지않은 돈이 되어 찍혀 있었다.
서류를 부여안고 오열했다.



"아니 잠깐만 내꺼는..?"

두 언니가 이 상황이 납득이 되지않는 듯 변호사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저게 끝이에요? 아니 그럼 집도 땅도 쟤 명의로 해놓고
돈도 쟤한테 주면서 우리한테는 땡전한푼
안남겼다는게 말이되요?"

"야 혜주 니가 말해봐 어떻게 된거냐고"

"빌어먹을 노친네가 노망이 난게 틀림없어 이럴줄 알았으면
오지도 않는건데 이 상황이 말이나되?"

무엇이 그렇게 분하고 억울한지 두 언니는 속사포로 말을 뱉더니 결국 엄마의 제사상을 엎었다.
머리에서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
참고 참았는데 이제는 더는 못참겠다.
나는 손발을 부들부들 떨며 그녀들에게 다가가 뺨을 내리쳤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여서 그런지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한
그녀들을 뒤로 하고 그녀들의 자식들에게 다가갔다.

"니네 엄마가 어떤 사람이냐면!! 아픈 할머니 버린
사람들이야!! 돈 필요하면 찾아오고!!
볼일 끝나면 뒤도 안돌아보는 사람들이야!!
그러니깐!! 너희들도 커서 똑같이 해줘!! 똑같이!!
늙으면 버려버리고!!! 알았지!?!?
기억해둬!!! 오늘 니네 엄마가 했던거 똑같이 기억해서
똑같이 해줘!!! 으어어억!!!!"

뒤 늦게 자기 자식들의 귀를 막으며 나에게 무어라고 소리쳤지만 들리지 않았다.

"개새끼들도 지 부모는 안물어 개새끼도!!!
지 부모는 안버려 이 버러지 같은것들아!!!
돈이 필요해서 도움구할때는 당연해??? 엄마는 삶과
죽음의 기로속에 아파죽을거 같아서 도움을
요청했어 알어??? 근데 니들이 어떻게 했어??
그때 니들은 뭐하고 있었냐고!!!!!"

미친듯이 고함을 질렀다.
속에서 담고 담고 담아두었던 말들을 폭발하듯 내뱉었다.
엄마한테 미안했다.
가는 마지막날까지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 너무나
죄송했다.
하지만 나는 실성한것마냥 멈출 수 없었다.














"준우는 커서 엄마랑 살거지?"

이제 5학년이 되는 준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아니 여자친구랑"

"요녀석봐라? 그럼 엄마는 혼자살아? 우리 준우가
엄마랑 안살면 엄마 외로워서 어떡해~"

"뭐 어때.. 엄마도 할머니랑 안 살았잖아? 엄만 아빠랑
살아 할머니보단 덜 외롭겠네"








"지연아 엄마 좀 일으켜줘"

"아 왜!! 짜증나게 엄마가 알아서 일어나.. 나 나가야된다고"

"엄마 다리 다쳤잖아"

"그러게 누가 다 늙어서 싸돌아 다니래? 자기가
다쳐놓고 왜 나한테 이런거 시키는지 몰라 진짜"

"너 엄마한테 말 그렇게 할거야!? 그리고 오밤중에 나가는거
놀러가는 아냐!! 가기전에 엄마 좀 일으켜달라니깐
그게 그렇게 짜증날 일이야!!"

"아 진짜 그놈의 잔소리 알았어 일으켜줄게 대신 나
용돈 좀"

"김지연!!! 너 그게 말이야!!!?"

"아 귀청이야 아 내가 뭐했는데"

"너 누굴 닮아 이 모양이야 어?? 엄마가 그렇게 가르쳤어?"

"누굴 닮아 이 모양이긴... 엄마 닮았겠지 뭐 엄마한테 보고 배운거다 진짜 짜증나게 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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