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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미스테리
(명작괴담) 팔척귀신.txt
  • 리자
  • 2016.10.24 09:32:09
  • 조회 수: 173

할아버지 집은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차로 2시간 정도 거리에 있다.

평범한 농촌의 농가인데, 그 시골 분위기가 썩 좋아서
고등학교때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했을 때부터, 가끔씩 혼자서도 놀러 가곤 했다.

갈때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잘 왔다며 반겨주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그곳으로 간 것이 고3 올라가기 직전이었으니까 벌써 십수년은 가지 않고 있다.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가지 않은것이 아니라 가지 못한것이다.



고등학교 2학년이 끝나고 온 봄 방학 때, 약속도 없었던 어느날
너무 좋은 날씨에 꼬임받아서 할아버지 집까지 오토바이를 달렸다.

아직 좀 추웠지만 맑은 날씨라서 기분은 매우 상쾌했다.



할아버지 집에 도착해서, 바람도 쐴 겸 마루에 누워서 한쪽 팔로
머리를 받치고 누워서 아무 생각없이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서늘한 바람이 기분 좋게 몸을 타고 흐르고,
따스한 햇살은 몸이 식지않도록 따뜻하게 몸을 감쌌다.

그때...



"포...포...포... 포... 포... 포... 포"


하고 묘한 소리가 들려왔다


기계음같은게 아닌, 사람이 입으로 내는 소리같았다.
그것도 '포'... 인지 '보'... 인지 구별이
잘 안가는 '포'와 '보' 사이 정도의 소리.

뭔가 하고 두리번 거렸더니, 울타리 위로 챙이 넓은
새하얀 여자 모자가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울타리 위에 모자가 올려 져 있는것은 아니었다.


모자는 그대로 옆으로 움직였고, 울타리가 끝나는곳까지 오자,
한 여자가 나타났다.



여자의 몸이 울타리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던것 뿐이고,
모자는 그 여자가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 여자는, 모자 색과 같은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울타리의 높이는 2미터가 넘는데?
그 울타리보다 키가 더 크려면 도대체 키가 몇일까.
별 생각도 않으면서 그냥 멍 하니 뒷모습을 바라보니,
결국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 그리고 여자가 사라지자,
포...포...포...포... 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때는 원래 키가 큰 여자가 엄청나게 밑창이 두꺼운
부츠나 힐을 신었다거나, 키 큰 남자가 여장이라도 했

나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날 오후, 논에서 돌아온 할머니 할아버지와 이야기 하다가
문득 그 일이 생각이 나서 말했다.



"아까 엄청 큰 여자 봤는데... 남자가 여장이라도 했을까?"
라고 해도

"아... 그러냐..."



라며 별로 관심이 없어 보였다.

"울타리보다 키가 더 컸어. 모자를 쓰고 '포..포..포..' 라고
이상한 소리도 내면서 걸어다니던데?"

라고 한 순간 ,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말 그대로 그냥 얼어붙었다.



그러더니 할아버지가 몹시 흥분하면서 언제 봤냐,
어디서 봤냐, 울타리보다 키가 얼마나 컸냐며
약간 화난 듯이 질문을 쏟아 붓는 것이었다.


할아버지의 그런 모습에 약간 당황하면서도
내가 질문에 대답을 마치자,

할아버지는 굳은 얼굴로 깊이 생각하더니
옆방으로 가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하였다.

전화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리진 않았지만,
내 앞에 앉아있는 할머니는 떨고 있는것이 분명했다.



할아버지는 전화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와서 오늘밤은 자고가라고, 아니, 무슨일이 있어도 집으로 못 보내게 되었다고 말했다.

...나는 무슨 잘못을 해 버린것일까.

라고 필사적으로 생각 했지만 무슨 생각도 나질 않았다.

아까 그 여자도 내가 보러 간것이 아니라
그 여자가 마음데로 나타난 것이고...


급히 나갈 준비를 하더니, 할아버지는 누구를 데리러
간다고만 말 하곤 차를 타고 나가버렸다.

할머니에게 조심스럽게 무슨일이냐며 물어보자,
내가 팔척귀신에게 홀린것 뿐이고, 할아버지께서 어떻게든
해 주실 것이라고, 아무 걱정도 하지 말라고 하였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돌아올때까지
그 귀신에 대해 조금씩 이야기를 해 주기 시작했다.

이 부근에는 [팔척귀신] 이 있다고 한다.



팔척귀신은 덩치가 큰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고,
이름 그대로 키가 팔척(약240cm)정도 되며, "포포포포" 라고
남자같은 목소리로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고 다닌다.

본 사람에 따라, 상복을 입은 젊은 여자이기도 하고, 기모노를
입은 노파 이기도 하며, 작업복을 입은 중년이기도 하는 등

모습은 각자 다르지만, 여성이고, 비정상적으로 키가 큰데다가,
머리에는 무언가를 쓰고 있다는 점과, 기분나쁜 웃음소리는
누구의 말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사실이었다.

옛날에 여행자에게 딸려왔다는 소문도 있지만, 정확하진 않다.


[다른 지역까지 못 가도록, 이 지역(지금은 시(市)의
한 부분이지만, 옛날에는 ~촌 으로 불리웠다.)의
동서남북 사방에 지장(地蔵)을 세워서 봉인 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곳으로 가지는 못한다고 한다.

(지장地蔵 : 귀신을 쫒고 마을을 지키는 의미에서
마을에 들어가는 길목에 놓인 경우가 많은데, 한국의 장승과
비슷한 개념인것 같음. 모양도 크기도 여러가지.)]

팔척귀신에게 홀린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래왔듯이
팔척귀신에게 홀리면 수일만에 죽는다고 한다.

그리고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왜 하필 이 마을에다
봉인시켰냐 하면, 아주 옛날에 주변의 마을들과
어떤 거래 비슷한게 오갔던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저수지를 우선적으로 쓴다던가,...


팔척귀신의 피해는 수년에서 십수년에 한번쯤
있을까 말까하는 일이기 때문에, 옛날 사람들이 그 거래만
할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이 마을에 봉인해 버렸다고 한다.

나는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들어도 전혀 현실감이 없었다.


할아버지가 한 노파와 함께 돌아왔다.


그 노파는 나를보더니 대뜸 가지고 있으라며
부적을 하나 쥐어 주었다.


그리고는 할아버지와 함께 이층의 비어있었던
방으로 올라가더니 무언가를 하기 시작했다.


할머니도 그때부터 계속 나와 함께 있었는데,
화장실에 갈 때 조차도 따라와서, 문을 열어두게 했다.

이렇게 되자, 속으로 아... 진짜 큰일이 일어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니 겁이났다.

한참 후... 이층으로 불려서 할아버지와 노파가 있는 들어갔다.



모든 창문이 신문지로 덮혀있고, 그 위에 부적이 붙어 있는데다가, 방의 네 구석에는 접시에 소금이 쌓아 올려져 있었다.

게다가, 나무로 된 상자같은게 있었는데
(제단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그 위에 조그만 불상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어디서 가져왔는지, 요강 두개가 있었다.


"곧 있으면 해가진다. 잘 들어라,
내일 아침까지 절대로 이 방에서 나오면 안된다.
나도, 니 할머니도 너를 부르는 일은 절대로 없을테니까,
누가 널 부르더라도 들으면 안된다. 그래, 내일 아침
일곱시가 되면 나오도록 해라. 집에는 연락 해 놓으마."


라고 할아버지가 무거운 표정으로 말하는데,
끄덕이는 수 밖에 없었다.


"지금 할아버지께 들은 이야기를 새겨듣고 꼭 지키도록 해라.
절대로 부적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할아버지와 함께 온 노파도 말했다.


그리고는 방에 혼자 남았는데 티비는 봐도 된다고 하니 틀어봤다. 보고 있었지만 재미없는 프로그램밖에 안해서 전혀 재미없었다.


할머니가 만들어 준 주먹밥과 과자도 먹고싶은 생각이 별로 없었다.

그냥 이불 속에 들어가 있었다.


그 상태로 어느새 잠이 들어 버렸던 모양인데,
깨서 보니 티비에선 심야에 하는 통신판매 선전이 흐르고 있었고, 시계를 보자 새벽 한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이상한 시간에 깨 버린것 같아서 찝찝해 하고 있는데...

톡...톡....


창문을 톡톡 치는 소리가 들렸다.


돌멩이를 던지거나 해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그냥... 손으로 가볍게 때리는것 같은 소리...


바람때문인지 누군가가 창문을 때리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필사적으로 바람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진정하려고 물을 한모금 마셨지만, 잘 넘어가지도 않고
너무 좆같아서 티비소리를 크게 켜고
티비만 보고 있었다.

그때...
문 밖에서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무서우면 그만해라."

나도모르게 문을 열뻔 봤지만, 할아버지가 한 말이
떠올라서 금방 손을 멈췄다.또 목소리가 들린다.

"왜 그러냐. 너무 힘들면 이리 나와라."

분명히 할아버지 목소리지만,
분명히 할아버지 목소리가 아니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왠지 그럴거라고 생각 했는데,
그럼 누굴까라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방 구석에 둔 소금접시를 보니,
쌓아둔 소금의 윗쪽이 까맣게 변해 있었다.



그때...


"포... 포... 포... 포... 포... 포... 포... 포"



낮에 들은 그 목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창문이 미친듯이 흔들렸다.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없고... 낮에 본 그것이
웃는 얼굴로 창문 밑에서서 손을 뻗어서 창문을 흔들고 있는 광경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갑자기 화가 났다.

나는 나무상자 위에 놓여진 불상을 들어 있는 힘을 다해 창문 밖으로 던졌다.


유리가 산산조각나 흩뿌려지고, 창문 틀은 완전히 부서져 아래로 떨어졌다.



그때, 아침에 본 기괴한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포... 포... 포... 포... 포... 포... 포... 포"



"병신같은년.. 관종이냐?"


나는 끓어넘치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작년에 시술받은 인공 근육의 파워를 300%까지 향상시켰다.


괴물이 부숴진 창문으로 들어오자, 나는 인공 근육을 이용해 방바닥의 마룻바닥을 강하게 내리쳤다.

"끼에에에에에에엑ㅡㅡㅡ"


충격파로 괴물에게 치명타가 가해지고, 그 와중 나노머신에서 내 몸으로 인슐린과 아드레날린이 주입되었다는 음성 메세지가 업로드 되었다.

"좋아. 한번 해보자. 머저리같은 년아."






정말 길고도 긴 밤이었지만, 아침은 와 있었다.


티비는 완전히 박살나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변해있었다.

내가 어제 티비까지 부숴먹었나?

하여튼, 인공 망막의 화면 구석에 표시되는 시간은 일곱시 십삼분.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도, 그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방 구석엔 한때는 마을 주민들을 괴롭혔을 흉측한 외모의 괴물체가 피를 흩뿌려놓은 채 처참하게 죽어있었다.

한때는 길었을 다리의 관절은 완전히 박살나 있었고, 팔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흉측하게 뭉개진 채 진한 피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팔척귀신이라고 불리웠던 괴물의 혈흔 냄새가 방을 가득 채웠다.

혹시 몰라서 내 시계를 봐도 같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방 문을 열자, 그곳에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기가막힌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말을 잇지 못하셨다.

나는 두분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인간의 과학 기술력을 무시하지 마세요.

그깟 부적따위는 나노로봇 한줌만 못하다고요."



세상은 정말 빠르게 변한다.
귀신도, UFO도, 미스테리도. 이미 규명된 것들이다.

21세기 초반, 규명되지 못한 실종사고들의 30%는 '귀신'이라고 불리우는 에너지 군집체가 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2045년, 각국 정부는 거리 곳곳에 에너지 파동 감지기를 설치했고, 대부분의 귀신들은 모두 경찰 병력에 의해 진압되었다.


인류는 지금까지 인간들을 괴롭혀왔던 공포, 미스터리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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