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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미스테리
[괴담] 새벽의 엘리베이터
  • 리자
  • 2016.10.24 09:47:06
  • 조회 수: 130

디지털로 표시된 글자가 맨 꼭대기인 8층부터 점점 내려온다.


나는 빛나는 아래쪽 화살표를 바라보며, 덜 깬 아침잠에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왠지 느린데...

 

 

 

 

 

 


그러나 문자는 1에서 변할 기색이 없었다.


조금 초조해진 나는 몇 번이고 다시 버튼을 눌렀지만, 엘리베이터는 움직일 기색이 없다.


아침부터 고장인가...

 

 

 

 

 

 


원래 건물이 낡다보니 이런 일이 많은 것일까...


나는 약간 불안함을 느끼며 엘리베이터에 타는 것을 포기하고 계단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1층까지 내려와 엘리베이터를 보자, 여전히 문자판의 표시는 1인채 문이 닫혀 있었다.

 

 

 

 

 

 


전철에 올라탈 무렵, 이미 나는 그 사건을 잊어가고 있었다.


그 날은 제출 자료의 핵심인 수치 산출을 하는 날이었다.


아무래도 시간이 꽤 걸리다보니 새벽까지 야근을 해야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엘리베이터의 앞으로 간다.


조심스레 버튼을 누르자, 화살표 버튼이 빛나며 문이 열린다.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서 6층 버튼을 누른다.

 

 

 

 

 

 


...3...4...5...6...


예상과는 다르게, 엘리베이터는 6층을 넘어서도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6층 버튼은 여전히 빛난 채 그대로다.

 

 

 

 

 

 


하지만 곧바로 이 엘리베이터가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이 떠올라 조금 무서워졌다.


8...


맨 꼭대기인 8층에 도착하고 몇 초 후, 문자판에 숫자가 사라지고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하지만 아무 반응이 없다.


그래서 모든 층의 버튼을 하나 하나 다 눌러 보았다.


엘리베이터는 어떠한 반응도 나타내지 않았다.

 

 

 

 

 

 


나는 분명 어딘가에 연결이 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응답을 기다렸다.

 

그러나 3분 정도 지났는데도 대답이 없다.


나는 조금 초조해져서 그 버튼을 마구 눌렀다.

 

 

 

 

 

 


나는 대답을 기다렸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소리는 나지 않고, 희미한 잡음만이 들려올 뿐이다.


[저기요, 제 목소리 들리십니까?]

 

 

 

 

 

 


그 잡음 사이에 무엇인가 이상한 소리가 섞여 들리기 시작했다.


몇 초마다 들려오는 희미한 소리.


나는 그것을 알아 듣기 위해 귀를 기울였다.

 

 

 

 

 

 


그것이 몇 초 간격으로 희미하게 들려온다.


그 소리는 마치 어릴 적에 장난으로 개구리를 밟았을 때 나던 소리를 떠올리게 했다.


그 소리가 몇 번 정도 계속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소리는 끊겼다.

 

 

 

 

 

 


휴대폰을 꺼냈지만 엘리베이터 안이어서인지 전파가 잡히지를 않았다.


야근 때문에 피곤했던 나는 탈출하기 위해 힘을 쓰는 것이 점점 힘들어졌다.


결국 나는 아침에는 누군가 엘리베이터가 고장난 것을 눈치챌 것이라 생각하고 바닥에 주저 앉았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일단 조금 쉬기로 했다.


복잡한 생각은 그만두고 눈을 감으려 하는데, 또 희미하게 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뜨자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려 있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를 나온 직후, 나는 내가 이상해진 것인가 하는 생각과 함께 현기증 때문에 넘어질 뻔 했다.


등 뒤에서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 것이 느껴진다.


내 눈 앞의 풍경은 평소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왼편에 늘어선 문들은 평상시 보아오던 새 것이 아니라, 매우 오래된 것 같은 낡고 무거운 철제 문이었다.


깨끗한 타일이 붙여져 있던 외벽은, 군데군데 금이 가고 페인트가 벗겨져 무너질 것 같은 회색의 시멘트 벽으로 변해 있다.


그리고 멋진 조명으로 비추고 있던 전구는 사라지고, 몇 개의 낡은 형광등이 당장이라도 꺼질 것 같이 불규칙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은 포기하고, 계단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하지만 계단 앞에는 두꺼운 방화문으로 막혀 있어, 밀고 당겨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휴대 전화로 도움을 구하려 했지만, 화면에는 본 적 없는 에러 표시만 나오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원래 내가 살던 맨션과 같은 구조인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계속 서 있을 수도 없었다.


결국 나는 안 쪽을 향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창문이 두 개.


이 구조는 내가 사는 맨션과 같은 것이었다.


그렇다면 계단까지 가기 위해서는 8개의 문을 지나가야 한다.

 

 

 

 

 

 


창문은 닫혀 있고, 창의 격자는 잔뜩 녹슬어 있다.


첫번째 문을 지날 무렵, 나는 오른편에 보이는 야경의 변화를 눈치챘다.


수도권인 이 곳은 아무리 새벽이라고 해도 불이 켜진 곳이 많을 터였다.

 

 

 

 

 

 


새벽 3시라고는 해도 등불 하나 켜져 있지 않을리가 없다.


나는 더욱 겁에 질렸다.


이상한 세계에 혼자 떨어진 것이라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규칙적인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들어본 적 있는 소리다.


그것은 엘리베이터의 스피커에서 들려왔던 그 소리다.

 

 

 

 

 

 


나는 3번째 문 근처에 멈춰 섰다.


그 문 끝에 있는 창문이 열려 있는 것 같다.


소리는 거기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들여다 본 방은 깜깜했지만, 안 쪽 방의 문은 열려 있었고 그 앞의 방에서는 희미한 빛이 보였다.


안쪽 방에서 사람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머리가 긴 여자가, 등을 돌리고 앉아서 양손을 높이 들었다 흔들며 내리고 있었다.

 

 

 

 

 

 


여자의 것이 아닌 다리가 이 쪽 방향으로 보이고 있다.


그리고 높이 치켜올린 양 손에는 부엌칼 같은 것이 들려 있다.


마음껏 내려 찍히는 부엌칼.

 

 

 

 

 

 


그것을 알아차린 나는 무심코 뒤로 물러났다.


끼익하고 바닥에 구두가 끌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반사적으로 입을 가리고 몸을 숨겼다.

 

 

 

 

 

 


내 심장 소리 외에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안정을 되찾은 나는, 자세를 낮추고 신중히 그 곳을 빠져 나가려고 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4번째 문을 지나갈 무렵, 뒤에서 쾅하고 무거운 문을 거칠게 연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온다.


뒤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이 나는 필사적으로 앞만 보고 달렸다.

 

 

 

 

 

 


7번째의 문을 지나치자, 계단이 보였다.


저기까지만 가면 살 수 있어.


계단으로 가면 안전하다는 보증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나는 그렇게 믿으며 달렸다.

 

 

 

 

 

 


하지만 어떻게든 계단으로 온 힘을 다해 뛰어 내린다.


몸의 밸런스가 무너져 이상한 자세로 공중으로 날아 오른다.


그리고 등에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

 

 

 

 

 

 


몸이 여기저기 아팠지만, 걸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기에 나는 천천히 계단으로 내려갔다.


아무래도 나는 8층과 7층 사이의 계단에서 정신을 잃고 있었던 것 같았다.


시계를 보자 아침 6시였다.

 

 

 

 

 

 


아내는 의아한 얼굴이었지만, 곧바로 타박상을 응급처치해 주었다.


그 날은 도저히 회사에 나갈 몸 상태가 아니었기에 나는 회사를 쉬었다.


만약을 위해 병원에 가자고 아내에게 말했다.

 

 

 

 

 

 


입구에는 관리인이 있었다.


관리인은 아내에게 부축받고 있는 나를 보고 걱정하며 말을 걸어 온다.


나는 엘리베이터에 관해 물었다.

 

 

 

 

 

 


회사를 이틀 쉰 나는, 아직 여기저기 쑤시는 몸으로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정장을 입기 위해 윗도리를 옷걸이에서 꺼냈을 때, 나는 그것을 발견했다.


그 이후 나는 계단으로만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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