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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미스테리
[괴담] 기어온다
  • 리자
  • 2016.10.24 09:59:27
  • 조회 수: 124

스물스물 기어온다. 

 

알수없다. 

 

왜 나인지...

 

 

늦은 시간, 아무도 없다. 

 

혼자만의 세계 .. 

 

오늘도 어김없이 새하얀 벽지로 둘러쌓인 나만의 공간에서 

 

하릴없이 키보드만 두드리고 있다 

 

 

 

혼자다. 

 

 

 

가족도 없는 사람 취급한다. 

 

하루의 일과는 컴퓨터와 밥 그리고 화장실 한정된 공간에서 

 

내 자신과 친구가 된다, 형제가 된다. 

 

그제야 비로소 안심하게 된다.

 

정적에 휩싸인 좁디 좁은 답답한 보금자리에서 사방을 채우는 키보드 소리에 빠져든다.

 

그 중심에는 그가 있다. 

 

그건 나도 아닌 타인도 아닌 

 

지금이 언제인지도 모른채 기계적으로 손가락을 놀릴뿐인 인간만이 있을뿐이다.

 

자유가 보장된 20층짜리 아파트에서 나갈수 없다. 

 

감옥이다. 

 

나갈수는 없지만 의지가 보장된 감옥이다. 

 

담배를 피기위해 일어나 창문을 열고 밖을 본다. 

 

공허한 눈으로 창밖의 십자가를 바라보곤 

 

잠시 생각에 빠져든다. 

 

담배에 불을 붙인다. 

 

이제는 나도 사람답게 살아볼까? 

 

애인도 만들고, 직장도 다니고...

 

그러나 곧 고개를 젓는다. 

 

무섭다. 

 

두려움에 몸이 떨리고 점점 십자가가 흐려진다. 

 

눈물인가? 

 

아직도 감정이 남아있는 걸까? 

 

그리곤 흐느끼기 시작한다. 

 

미안하다. 

 

부모님께 ... 그리고 자신에게... 

 

이렇게 살다 쓸쓸히 죽음을 맞이 하는거겠지.

 

마치 나란 놈은 이 세상에 없었던 것처럼 ...

 

그때 손짓한다.

 

나에게? 

 

아니면 다른층의 누군가에게? 

 

손짓한다 

손짓한다 

손짓한다 

손짓한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그녀가 손짓한다 

손짓한다 

손짓한다 .

 

어색한 웃음을 짓고 나도 모르게 손을 흔든다 . 

손을 흔든다 

손을 흔든다 . 

 

갑자기 걸어온 아니 기어온다. 

 

스물스물 

 

빠르게 

 

아니 

 

느리게 목적을 잃고 방황하는 뱀처럼 천천히 천천히 기어온다.

 

아무도 없나? 

 

도와주러 가야하는 건가? 

 

어디가 아픈건가? 

 

걱정되기 시작한다 . 

 

그녀는 어디로 가는 걸까? 

 

미친 여자인걸까? 

 

다행이다 사람이 지나간다. 

 

어라? 

 

그냥 지나친다. 

 

보이지 않는것처럼, 한 사람뿐이 아니다 

 

여러 사람, 

 

모든 사람이 그녀를 모른척 한다. 

 

남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 사회, 

 

매정한 사회, 

 

나에게 등을 돌린 세상... 

 

개 같은 세상.

 

 

 

스윽 스윽 기어온다. 

 

그녀의 길다란 손톱이 처절한 움직임에 의해 부러진다.  

 

검붉은 피가 더러운 시멘트 바닥을 수 놓는다. 

 

마치 모른척 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하지만 역시 뭔가 이상하다. 

 

그녀는 ... 

그녀는... 

그녀는.... 웃고 있다.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이 아니다. 

 

웃고있다. 

 

뇌새적인 표정으로 나를 유혹한다

 

그녀는 오고 있다. 

 

나를 향해 스윽 스윽 기어온다 .

 

깔깔깔 

깔깔깔 

깔깔깔.. 

 

티비에서 보던 하얀 소복에 

 

짙고도 짙은 흑발의 

 

찢어진 두눈에는 피눈물이 흐르고 

 

피를 토하며 사람을 죽이는 유치한 드라마의 한장면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그녀가 하얀 소복을 입었던가? 문득 떠오르는 의문?

 

하..하..하..... 

 

딱딱딱 이빨이 서로 맞 부딪힌다 . 

 

제어할수 없을 만큼 몸이 떨린다. 

 

한기가 온몸을 휘 감는다. 

 

주체할수 없는 공포가 나를 지배하기 시작한다. 

 

발이 족쇄가 채워진듯 마비되어 간다 

 

몇초후 다리가 물에 잠긴듯 무거워진다 . 

 

돌덩이를 짊어진듯,

 

몸의 자유가 구속되어 가고 팔이 축 처진다 

 

머리는 한곳을 향해 있고 눈은 그것을 보고있다.

 

 

입었다. 

 

그녀는 입었다. 

 

싸구려 드라마에서나 보았던, 

 

아무런 무늬가 없어 

 

오히려 섬뜩해 보이는  하얀소복을.. 

 

근데 왜 하필이면 하얀소복일까?

 

그 순간에도 스물스물 기어오고 있다. 

 

한손을 내밀면 몸이 따라가고 다리가 끌려온다. 

 

이 순간에도 오고 있다. 

 

 

나를 향해 ...

 

 

 

어린아이가 도화지에 장난을 쳐 놓은듯 

 

시멘트 바닥은 온통 피로 점철되어 있다. 

 

길다랗게 이어진 피의 흔적을 따라가 보면 

 

그녀에게로 당도한다 . 

 

그녀는 피를 흘리고 있다 . 

 

손에서 그리고 

 

눈에서도 

 

입에서도. 

 

스윽 스윽 그녀는 

 

기어온다. 

 

비명도 지를수 없다. 

 

생각도 할수 없다. 

 

이건 꿈이다. 

 

어쩌면 헛것을 보고 있을 수도 있다. 

 

그래 이건 망상이다. 

 

애써 몸을 추스리고는 거실에 나가 텔레비젼을 틀어 본다 . 

 

인기 개그맨이 온몸을 비틀며 꽁트를 하고 있다.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

 

행복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잠시나마 평안을 얻어 본다. 

 

그리고 쓸쓸함도.. 

 

헛것을 본 거겠지.. 

 

집에만 너무 오래 있었어.

 

나도 이제 세상을 향해 발을 디딛어 봐야 할거 같다. 

 

티비를 끄고는 방으로 들어와 모니터 속 나의 아바타를 조종한다. 

 

칼을 휘둘러 몬스터를 잡는 모습이 내가 꿈꾸는 모습이다 . 

 

세상에 당당한 모습 , 

 

아바타를 멋지게 꾸미고 능력을 올려가며 세상을 향해 절규한다. 

 

이 안에서는 내가 주인공이다.

 

나의 의지로 살아간다.

 

공허한 외침과 게임을 통해 현실을 부정한다.  

 

지금의 공포를 부정한다. 

 

일어나 창문을 바라본다. 

 

없다. 하핫 역시 헛것이였나?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내려온  내꼴을 보니 

 

차라리 내가 귀신처럼 보인다는  실없는 생각도 든다 . 

 

뒤돌아 앉으려는 순간 아파트 현관을 통과 하는 그녀가 보인다. 

 

여전히 웃고 있다. 

 

마치 나를 반기듯이..

 

공황 ... 

혼란... 

실재...

 

나를 원하고 있다. 

 

그녀는 스윽.. 스윽.. 기..어..온..다.

 

빌어먹을 컴퓨터를 끈다. 

 

방에 불을 꺼야 하나? 

 

아니 이건 액션영화의 한장면이 아니다. 

 

칼을 챙길까? 

 

귀신에게 칼을 ? 통할까?

 

칼은 내버려 두기로 했다... 

 

역시 챙겨야 겠다. 

 

혹시 하는 마음에서라도.

 

지금 문을 열고 도망칠까? 

 

문을 열자마자 그녀가 내 발목을 잡는다면?

 

경찰에 신고하자.... 

 

풉! 내말을 믿어 주기나 할까? 

 

아파트에 귀신이 오고 있어요.. 

 

단념하자. 

 

십자가? 

마늘? 

...뱀파이어가 아니다. 

 

제기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나님, 부처님, 공자님, 예수님...역시나 소용없다.

 

이순간에도 그녀는 아니 귀신은 오고 있다 . 

 

어디쯤 온걸까? 1층? 아님 내가 있는 18층? 

 

제기랄, 알수가 없다. 

 

나만의 감옥에서 탈출할 용기가 들지 않는다. 

 

세상을 향해 뛰쳐나갈 용기는 없다

 

그렇다고 죽기는 싫다. 

 

귀신은 나를 어떻게 죽일까? 찢어 죽일까? 목졸라 죽일까?

 

가만? 죽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냥 친해지고 싶어서 오는 걸지도 모른다.

 

아니면 여동생의 장난 일수도 있고...

 

하지만 그 웃음은.. 

 

귀신의 웃음은 섬뜩하리만큼 원하고 있었다.

 

내 몸의 온기를  

피를  

그리고 영혼을....

 

선택해야 한다. 결정해야 한다.

 

죽음이냐? 상처를 주고 절망을 준 몇 미터 밖의 현실이냐...

 

1분 , 2분, 5분 고민한다 . 

고뇌한다. 

다짐한다. 

 

하지만....

 

역시 용기가 들지 않는다. 

 

자신이 없다. 

 

컴퓨터를 켠다 . 

 

쿵쿵쿵쿵쿵쿵 심장이 요동친다. 

 

땀이 비오듯이 흐른다.

 

떨리는 손으로 마우스를 잡는다 키보드를 친다. 

 

다리가 떨리고 입술이 바짝 바짝 마른다 . 

 

등뒤를 돌아볼 자신이 없고 작은소리에도 예민해진다. 

 

나는... 무섭다. 

 

그렇지만 보잘것 없는 나를 향한 세상의 눈길은 더욱 무섭다. 

 

쾅쾅쾅. 

 

왔다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 

 

벼락이 짓누른것처럼 몸이 휘청거린다

 

칼을 꽉 힘주어 잡는다.  

 

이를 힘껏 깨문다 .. 

 

낮은 신음소리가 입에서 새어나온다.

 

쾅쾅쾅 ... 

쾅쾅쾅.. 

쾅쾅쾅..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 . 

 

쾅쾅쾅 .. 

쾅쾅쾅.

 

흐흐흐 .. 

흐흐흐.. 

흐흐흐 

 

웃음소리... 

 

귀를 막는다. 

 

쾅쾅쾅 

쾅쾅쾅 

흐흐흐 

 

귀를 막아도 여전히 들려오는 소름끼치는 소리.. 

 

심장이 터질것 같다. 

 

눈을 깜빡 거릴수도 없다. 

 

눈을 감는 순간 내앞에 서있을것 같다. 

 

끄으윽... 무섭다 두렵다 

 

차라리 칼로 내 목을 긋고 싶다. 

싶다. 

싶다.

싶다.

 

정적.. 방금 전 상황은 마치 꿈이였다는 듯이 조용하다 . 

 

이건 꿈이다 . 

 

제길 이건 꿈이라고...

 

방문을 잠근다..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집어 전화를 건다 .. 

 

강도가 들었어요 

 

강도가.. 제발 빨리 와주세요 .. 

 

경찰에 호소한다. 

 

아니 절규한다 통곡한다.

 

그래 .. 조금만 참으면 조금만 참으면 경찰이 올거야.. 

 

얇은 문 하나를 사이로 저쪽은 다른 세상이다. 

 

죽음의 세계 .. 

 

아마 곧 여기도 죽음의 세계가 되겠지..  

 

스~으~윽 

스~윽~윽  

 

소복이 거실바닥에 닿아 서석이는 소리 마치 뱀이 기어다니는 듯한 느낌의 소리  

 

내 몸의 세포 하나하나를 자극하는 징그러운 소리 ..  

 

스~으~윽 

스~으~윽 

 

기어온다 

기어온다

기어온다 

기어온다 .... 

 

냉장고라도 뒤지는 걸까? 

 

'이럴줄 알았으면 샌드위치 먹어 놓을것을.. 갑자기 드는 생뚱맞은 생각.. '

 

낮은 위치에서 들려온다 

 

스~으~윽  

스~으~윽 

 

이윽고 들려오는 소리 

 

흐흐흐.

흐흐흐. 

흐흐흐.....

 

쾅쾅쾅 .. 

쾅쾅쾅.. 

 

방문을 두드린다 . 

 

부셔버리기라도 할듯 세차게 두드린다 

 

쾅쾅쾅 .. 

 

방문이 움찔거릴때 나의 심장은 점점 생기를 잃어 간다. 

 

죽어간다.  

 

귀신의 의지인가 나의 의지인가?

 

일어나 창문으로 향한다 .. 

 

제기랄 .. 눈물이 흐른다.. 

 

서러움에 눈물이 흐른다 

 

왜 나에게 . 이런일이 생긴걸까? 

 

이렇게 죽는다면 좀더 근사한 삶이였으면 좋았을 텐데.. 

 

이미 후회해 봤자 늦었다. 

 

왜..

냐..

면..

 

그녀가 내 앞에서 웃고 있다 

 

모든것을 얼려버릴듯한 서슬스런 눈과 

 

반쯤 찢어진 입에서 피를 흘린채로 

 

나를 원망하듯 노려보면서 ..

 

제기랄! 공포영화볼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 이거구나..  

 

'근데 왜 기어온거지?'

 

갑자기 드는 생뚱맞은 생각

 

소변을 지린다는 게 이거구나.. 

 

심장마비? 

 

왜 걸리는 줄 알겠다. 

 

무..

섭..

다..

 

.............

 

 

 

상쾌하다 맑은 공기가 입과 코로 쉼없이 들어온다.

 

아름답다 달은 밝고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웠구나. 

 

어째서 잊고 살았었던거지? 조금만 용기를 내어 볼것을...

 

이렇게 나는 세상으로 나왔다 

 

"까아악 ~~~~~ "

 

나는 이제 세상이 무섭지 않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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