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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미스테리
[괴담] 평화의 신
  • 리자
  • 2016.10.24 10:32:17
  • 조회 수: 130


 

 

 

 

N씨는 창문을 꽉 닫고 난 후, 에어컨의 전원을 켰다.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인지 조금도 작동하지 않았다.

"이상하네. 설치하고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투덜거리며 A/S를 부르려고 해도 지금 시간에는 전화를 걸 수 없었다. 기분이 나빠진 N씨는 손바닥으로 에어컨을 때렸다.

그때 에어컨에서 이상한 것이 뛰쳐나왔다. 귀여운 꼬마 아이처럼 생긴 그것은 자락이 긴 하얀 옷을 입었고 등에는 날개가 붙어있었다. N씨는 눈을 비볐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너무 취했나? 넌 누구야?"

"전 천사입니다. 그런데 이상하네요. 당신에게 제 모습이 보입니까?

"그렇군, 천진난만한 얼굴을 하고 있어. 그리고 스타일도 소위 말하는 천사 그대로이고... 그런데 왜 천사가 이런곳에 나타난거지? 그것도 갑자기 에어컨에서 뛰쳐나오다니..."

"전 에어컨을 컨트롤하는 천사입니다. 에어컨이 만들어지고 보급된 지 그다지 오래되진 않았어요. 그래서 저는보시다시피 꼬마입니다. 그리고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이렇게 사람에게 모습을 보이게 되는 실수를 해버린 것이죠. 사실천사는 사람 눈에 보이지 않아야 하거든요."

"그렇게 된거로군..."

N씨는 끄덕였다. 혼자 심심했던 터였고 취하기도 했다. 그는 에어컨 천사에게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렇게 된 것도 무슨 인연이겠지. 그냥 갈 생각하지 말고 뭔가 해줘."

"천사라고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뭘 원하시는지 모르겠지만.."

"난 천사란 것이 있다는 것 자체도 몰랐어. 너희들의 세계를 한번 엿보고 싶어 안내해줘. 넌 내 방에 제멋대로 들어왔잖아. 그러니까 나에게도 천사의 세계를 보여줘." 

천사는 말했다.

"그건 좀 곤란한데 ...... 그럼 조금만이에요 자, 저를 잡으세요."

N씨가 천사의 손을 잡자 몸이 날아오르는 듯하는 기분이 들더니 에어컨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돌아보니 그곳은 천사의 세계였다. 대리석 기둥이 세워져 있는 큰 신전이 있었고. 어디선가 뿔피리 소리가 들려왔다. 에어컨 천사는 N 씨에게 속삭였다.

"이곳에 인간을 데리고 오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들키면 제가 혼나니까 제 옆에 꼭 붙어서 그늘 속에서 걸어주세요."

"알았어. 그런데 저기 저 꽤 나이 드신 분은 누구야?"

"긴 수염에 휜머리를 하신 분 말이죠? 바다를 관리하는 신입니다. 그옆에 있는, 역시 나이 드신 분은 농업의 신이고요. 아주 오래 전부터 있는 신이라서 저렇게 나이가 드셨어요. 그것에 비하면 저기 계시는 배의 신은 좀 젊으시죠."

"너보다 더 어린 천사도 있군."

"아, 저 녀석 말이에요? 통신위성을 관리하는 천사에요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었어요."

신의 세계에서의 서열 구조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그러던 중에 N 씨는 또 무서운 얼굴을 한 나이많아 보이는 신이 있는 것을 보았다. 

그신은 우락부락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지금은 잠시 쉬고 있지만 어차피 또 나가게 되겠지..."

행동도 난폭하고 아무튼 사나웠다. 옷에는 핏자국이 묻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초연의 냄새도 배여 있었다. N씨는 전쟁의 신이라고 생각했다. 

뛰어가서 맞설수는 없더라고 한대 때리고 싶었다. 그러나 에어컨 천사가 말렸다.

화를 참으면서 다른 쪽을 보니 대조적인 분위기의 조용한 신이 있었다. 얌전한 동작과 화목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었다.

허참, 저것이 평화의 신이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N씨는 화가 나 큰 소리를 쳤다.

"애당초 당신이 느긋하게 있으니까 그런 것 아니오?

옆에 있었던 에어컨 천사가 서둘러서 N씨를 데리고 갔다. 그리고 말했다.

"곤란해요. 큰소리를 치시면 ..."

"하지만 평화의 신이라는 천사가 저렇게 느긋하게 있는 모습을 보니까 그대로 있을 수 없었어. 책임감은 안 느끼는 걸까. 저러니까 ...

"당신은 참 어처구니없는 착각을 하고 있군요. 저분은 전쟁의 신입니다. 가능한 가만히 있는데 신의 힘으로도 인간들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까 본 지저분한 옷을 입은 무서운 표정의 난폭한신은..."

"그분이 평화의 신입니다. 어떻게든 평화를 유지하려고 세상을 돌아다니는데 잘 안 되고, 겨우 끝났다고 생각하면 바도 다른 곳에서 전쟁을 시작하죠. 

전쟁을 좋아하는 인류에 대해 계속 화를 내니까 쉴 틈도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언행도 거칠어지고 ..... 모든 신들이 그를 가장 동정하고 있어요."

"그랬군.  어떻게 이런 일이....."

N씨는 손으로 눈을 덮었다. 등에 문득 차가운 기운을 느꼇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N씨는 자신의 방에 있었다. 에어컨이 움직이고 있다.

그는 재채기를 했다. 에어컨을 켜 놓은 채 졸았던 탓일까. 술이 깨기 시작해서 그럴까. 그러나 N씨는 추위의 원인이 에어컨 때문이 아닌 방금 전에 꾼 악몽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혹시 꿈이 아니라 실제로 천사의 세계를 엿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니, 더욱 심한 추위를 느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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