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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미스테리
[괴담] 안개별에서
  • 리자
  • 2016.10.24 10:32:30
  • 조회 수: 119

 


 

 

 

"벌써 아침이네"

 

젊은 여인은 희미한 빛 속에서 촉촉하게 젖은 풀 위에 누운체 부드러운 몸을 비틀어 기지개를 펴면서 눈을 떳다.

 

"벌써 일어났어? 물이라도 떠올까?"

 

그녀 옆에서 그녀가 자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남자는 황급히 얼굴을 돌리며 말했다.

 

짙은 안개가 나무의 선명하고 옅은 녹색 위로 흘러 왔다가 다시 흘러간다. 그리고 아주 잠깐 안개가 옅어진 순간.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우주선에 은색 잔해가 부옇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곧 다시 몰려오는 안개 때문에 서서히 사라져갔다.

 

"밤새 로켓 발사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꿈이었나?

 

그녀는 눈을 부비면서 남자를 무시하듯 중얼거렸다. 그는 그녀와 조금이라도 더 많은 대화를 나누려고 이렇게 대답했다.

 

"글쎄, 나는 못 들었는데. 아마 멀리 있는 화산이나 바다 소리를 잘못 들은 거겠지."

 

"나 또 지구 꿈을 꿧어. 구조되어서 돌아가는 꿈을. 아, 빨리 돌아가고 싶어."

 

그녀는 슬픈 눈으로 말했다.

 

"분명 구하러 올 거야. 사고가 일어나서 이 별에 착륙할 때까지 그만큼 많은 구조 신호를 보냈고, 또 불시착 할 수 있는곳은 이 별 밖에 없잖아. 그치?

 

우주항로의 정기선이 도중에 사고를 일으켜서 그들은 이 안개가 가득한 혹성에 불시착햇다. 그러나 공항이 아닌 곳에 착륙했기 때문에 선체는 거의 망가졌고 그 많은 승객 중에서 살아남은 것은 이 두 사람뿐이었다.

 

그녀는 젊고 아름다운 스튜어디스.  그에 비해 남자는 별볼일 없었다.마흔이 다되가는 나이인데 독신에 이렇다할 직장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한탕 해보자하고 멀리 있는 별의 식민지로 향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이다.

 

"오늘은 붉은 열매라도 먹을까?"

 

그녀는 엎드린 채 말했다.

 

"그럴까? 세개 정도면 되겟지?"

 

남자는 일어나 안개 속에서 윤기 있는 붉은 색을 뽐내고 있는 열매를 땄다. 불시착한 후, 손님과 그 손님의 시중을 드는 스튜어디스의 입장은 완전히 반대가 되었지만 두 사람은 그것을 당연시했고 아무런 의문도 품지 않았다.

 

" 빨리 지구로 돌아가서 파티라도 열고싶어"

 

붉은 열매를 다 먹은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풀잎을 한 장 따서 가볍게 깨물었다. 박하 향이 입 안 가득히 퍼졌다.

 

"그렇게 자꾸 지구만 생각하면 끝이 없어. 여기도 그렇게 살기 힘든 것만은 아니잖아. 춥지도 않고 아름다운 소리도 가끔씩 들리잖아."

 

그는 소심하게 대답하고는 주위에 있는 작은 강이 흐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척 했다.

 

" 하지만 여기에는 나를 따르는 멋진 남자들이 없잖아."

 

그는 대답할 말이 없어 입을 다물었다.

 

" 정말 돌아갈 수 있을까? 이 별에는 푸른 하늘이 없으니 구조하러 와도 우리를 알아볼 수가 없잖아."

 

이 별은 짙은 안개가 지표 전체를 덮고 있어서 한시도 맑을 때가 없었다.

 

"아, 이런 별에서 늙어 간다는건 .... 짜증나 "

 

불시착한 이후, 그녀는 이 말을 수 십 번, 아니 수 백 번도 더한거같다.

 

" 그런 말 해봤자 소용 없잖아. 생활하는데 필요한 일은 내가 다 해 줄게. 침착하게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하지만..."

 

그녀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모습을 본 그는 언제나 하고 싶은 말인 " 이제 나를 좋아해 줄 때도 되었잖아?라는 말을 참고 또 참앗다.

 

거절당하는것이 두려운걸까, 아니다 꼭 지금 말해야 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은 오래간만에 물고기라도 잡아다 줄까?"

 

그는 화제를 전환하며 찢어진 코트로 만든 광주리를 집어 들었다.

 

"그래. 좋아."

 

그녀는 조금 미안했는지 말을 덧붙였다.

 

"위험할지 모르니 적외선 총을 가지고 가."

 

"응"

 

그는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이 별에는 위협을 가할 맹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무거운 적외선총을 가지고 가기 귀찮았다. 그러나 모처럼 그녀가 해 준 친절한 말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많이 잡아 올 테니까 어디 가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그는 기쁜 듯 말하고 안개 속으로 걸어갔다. 일단 강으로간 그는 강줄기를 따라 상류로 올라갔다. 길을 잃으면 절대로 돌아갈 수 없는 이 안개별에서 강줄기를 따라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그가 가는 길을 따가 커다란 분홍색 꽃이 피어 있었다. 그 꽃들은 안개 속에서 피어났다가 사라졌다.

 

"그래 갈 때 저 꽃을 가지고 돌아가자. 그래서 우리 곁에 심어 놓는 거야."

 

그는 이렇게 중얼거렸지만 "우리" 라는 말이 좀 마음에 걸렸다. 그는 "우리"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과연 그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는 약간의 가능성을 기대하면서 강을 따라 올라갔다. 어느새 강줄기가 구부러지면서 폭도 좁아졌다.

 

"이 근처라면 잡히겠지?"

 

그는 광주리를 땅바닥에 놓았다. 낚시라는 것을 경험하지 못한 이 별의 물고기들은 그가 낚는 대로 잡혀 광주리 속으로 들어갔다. 낚시에 열중하던 그는 피곤함에 잠시 드러누웠다, 

 

그순간 발소리가 들렸다.

 

그는 벌떡 일어나 귀를 기울였다. 확실히 발소리였다. 익숙한 소리였다. 

 

 

확실히 발소리였다. 익숙한 소리였다.

 

" 이봐요 거기 ! " 

 

그 외침은 곧 몇 배의 소리가 되어 되돌아왔다. 메아리가 아니다 인간이다.

 

"어디야?"

 

"살아있는 사람이 있나요?"

 

그목소리를 향해 그는 소리쳤다.

 

"여기다! 강가다."

 

발소리는 다가왔고 안개 속에서 세 사람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젊은 구조대원들이었다.

 

"살아계셨군요. 우리는 8시간 전에 착륙했습니다. 확성기가 고장 나는 바람에 이 안개 속에서 어떻게 찾을 지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쉽게 찾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럼 밤에 난 소리는 역시 로켓 소리였던건가?"

 

"구조용 소형 우주선이기 때문에 그렇게 큰 소리는 나지 않았을 텐데요? 그건 그렇고. 살아 있는 사람은 당신 말고 몇 명 이나 더 있습니까?"

 

"한 명 더 있습니다."

 

"그럼 한 번에 끝나겠군. 자, 안내 하세요."

 

"구조 로켓은 몇 인승입니까?"

 

"5인승입니다. 우리가 세 명이니까 두 자리가 남습니다. 당신들 둘을 태우면 딱 맞습니다. 정말 모든 것이 운이 좋군요."

 

"운이 좋다고?"

 

그는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손에 들고 있던 적외선 총의 버튼을 눌렀다. 세 명의 구조대원은 새까맣게 타서 짙은 안개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는 강으로 돌아와 물고기가 든 광1주리를 손에 들고 강 하구로 내려갔다. 도중에 분홍색 꽃이 핀 풀을 캐서 힘겹게 들고 갔다.

 

" 꽃도 가지고 왔어 오늘 밤에는물고기를 이렇게나 많이 먹을 수 있어."

 

"그래...."

 

그녀는 누운 채로 슬픈 듯이 말했다.

 

"하지만 지구의 음식은 언제쯤 먹을 수 있을까?"

 

"빠른 시일내에 반드시 구조대가 올 거야. 참. 당신 말을 듣고 적외선 총을 가지고 가길 잘했어. 이상한 동물이 있더라고."

 

"이상한 동물이 있단 말이야? 무서워라."

 

그녀는 몸을 일으키고 처음으로 그에게 의지하는 눈빛을 보냈다. 그는 차오르는 만족감으로 환하게 웃으며 부드럽게, 그러나 힘 있게 대답했다.

 

 

 

 


 

"무서워할 필요 없어. 내가 있잖아. 또 그런 것들이 접근하면 이 적외선 총으로 죽여 버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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