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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미스테리
[괴담] 어젯밤, 그 애
  • 리자
  • 2016.10.24 10:32:55
  • 조회 수: 128

 

 

 

 

 

 

벌써 상당히 예전 일인데

 

효고(兵庫)현 산다(三田)시 교외에

 

폐허가 된 병원이 남아 있었다.

 

지역 주민들이 통칭 '군인병원'이라고

 

부르는 곳이었다.

 

 

 

그곳에 F씨와 친구들이

 

한밤중에 잠입했다.

 

물론 목적은 '담력시험'이었다.

 

 

 

자정이 다 됐을 때, 친구 11명이 차 6대에 나눠 타고

 

고베(神戸) 시내에서 병원을 향해 출발했다.

 

병원은 울창한 산 속에 있다고 들어서

 

도중에 차에서 내려, 거기서부터는 잠깐 걸었다.

 

 

 

각자 손에 손전등을 들고 수풀을 헤치며 나아가니

 

이윽고 다 쓰러져 가는 큰 건물이 보였다.

 

아마 원래는 3층짜리 건축물이었을텐데

 

2층과 3층 바닥이 내려앉아서

 

남은 것은 1층 부분 뿐이었다고 한다.

 

 

 

건물 정면 현관 앞에 10명 안팎의 다른 젊은이들 일행이 모여 있었다.

 

얘기해 보니, 역시 담력시험을 하러 오긴 했는데

 

무서워서 안에 들어갈 용기가 없다고 했다.

 

 

 

"야, 우리는 어떡할래? "

 

친구들 중 한 명이 물어서

 

"모처럼 왔으니까 들어가자. "

 

하고 F씨 일행은 허세를 부렸다.

 

 

 

각자 허리에 밧줄을 묶었다.

 

서로 붙어있기 위해, 그리고

 

행방불명되는 사람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현관에 들어섰다.

 

아마도 옛날에는 훌륭한 목제 문이었을 거라고 상상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문의 원형이 희미하게 남아 있을 뿐이었다.

 

 

 

한 걸음 안에 들어갔다.

 

그러자 그 순간, 오싹한 한기가 온 몸을 덮쳤다.

 

명백히 건물과 외부 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있었다.

 

 

 

폐병원 안의 공기가 건물 내부에 갇혀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 그럴 리는 없었다.

 

벽은 썩어빠졌고, 천장도 없었다.

 

위를 올려다보면 밤하늘 별이 보였다.

 

 

 

그러나 무겁고 숨막히는 싸늘한 공기가

 

건물 안에 고여 있는 것이었다.

 

 

 

정면에는 큰 복도.

 

그 복도 양쪽 가장자리에 대기실과 병실같은 방이 있었다.

 

숨을 죽이며 조심조심 복도를 걸었다.

 

그러자 막다른 복도 끝에도 방이 있었다.

 

그 방 문 위에, 희미하게 '수술실'이라는 글자가 남은 간판이 걸려 있었다.

 

 

 

그 방에 들어갔다.

 

손전등이 어둠 중심부에 있는 커다랗고 빛나는 것을 비췄다.

 

수술대였다.

 

그 주위에는 수술용 도구와 약병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메스 등은 녹슬지 않고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고 한다.

 

 

 

지붕도 없고, 벽이 무너진 장소도 있었지만 바람은 없었는데

 

끼이익 하고 수술실 문이 움직이더니 저절로 쾅 닫혔다.

 

그때, 차가운 공기가 갑자기 뜨뜻미지근하게 변했다.

 

 

 

문 밖의 복도 안쪽에 있는,

 

발을 올리면 푸스스 무너질 듯한 계단을

 

누가 쿵쾅쿵쾅 뛰어올라가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뛰어서 내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콰앙― 하는 엄청난 소리를 내며

 

나무 기둥이 F씨 일행을 향해 쓰러졌다.

 

 

 

"으아악―! "

 

모두 비명을 지르며 병원에서 뛰쳐나왔다.

 

달리면서 서로 연결하고 있던 밧줄을 풀었다.

 

그리고 그대로 각자 흩어져 고베에 돌아갔다고 한다.

 

 

 

그때 F씨는, N씨라는 친구가 집까지 차로 데려다 줬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새벽 6시쯤이었다고 한다.

 

 

 

그날 저녁, 다시 모두 모여서 지난밤 이야기를 하다가

 

N씨가 "그런데 어젯밤 걔, 예뻤지?" 라고 했다.

 

 

 

"어제 걔라니? "

 

모두 의아한 표정을 짓자, N씨는

 

"왜, 내가 헌팅한 여자애 있었잖아.

 

청바지에 긴 머리 여자애. "

 

라고 말했다.

 

 

 

"그런 애가 있었어? "

 

모두 서로의 얼굴을 살폈다.

 

N씨는 한층 더 우쭐대며, 헌팅한 여자애 이야기를 했다.

 

 

 

그 말에 따르면, 아무래도 N씨는

 

병원 입구에 모여 있던 일행들 중에서

 

노란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의 예쁜 긴 머리 여자애를 발견하고

 

작업을 한 모양이었다.

 

그러자 그 여자애는 흔쾌히 승낙해서

 

함께 병원 안을 탐험했다는 것이었다.

 

 

 

"야, 그런 애 우리는 못 봤어. "

 

모두 그렇게 말했지만,

 

"있었잖아. 나, 담력시험 끝난 뒤에 걔랑 잤어.

 

야, F. 내 차 같이 탔잖아. 그치? "

 

라고 N씨는 말했다.

 

 

 

N씨 말에 의하면, F씨를 집에 태워다 준 뒤에

 

그녀와 둘이서 호텔에 갔다고 한다.

 

 

 

F씨는 헉 하고 놀랐다.

 

그러고 보니, 집에 가면서 N씨와 얘기하다가

 

갑자기 아무도 없는 뒷좌석을 향해 N씨가

 

"그렇지?" 라거나 "집이 어디야?" 라고 말을 걸었던 것이다.

 

 

 

"야, N. 그런 애는 진짜 없었어. "

 

하며 N씨에게 아무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너, 아무도 없는 자리에 대고 얘기하던데. "

 

 

 

그러자 금세 N씨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사실은 호텔에서 기묘한 일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기묘한 일이라니? "

 

모두가 묻자, "그건……" 이라는 말을 끝으로

 

N씨는 입을 닫았다.

 

 

 

한달 뒤, N씨는 애차(愛車)를 팔았다고 한다.

 

흰색이었던 차체가, 그 후로 어째서인지

 

빨간 잉크를 뿌린 것 같은 색으로 변하기 시작해서

 

왁스를 아무리 칠해도 지워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날, 대시보드를 열어 보니

 

긴 머리카락이 대량으로 주룩주룩 나왔다.

 

그래서 차를 팔았다는 것이었다.

 

 

 

긴 머리 여자애와 그날 아침에 호텔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직도 N씨는 입을 다물고 있다고 한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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