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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미스테리 [괴담] 조선시대 도시괴담-4(完)

리자 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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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1700년대 초반에 기괴하고 섬뜩한 이야기로 항간에 돌았던 소문 중에는 속칭 염매(魘魅)라고 불리우는 끔찍한 물건에 대한 것이 있다. 

 

이 무렵 한 흉악한 범죄자들이 이상한 대나무 통을 하나 매고 다니는 것이 있었다. 이 사람들은 부유한 집을 찾아가서 그 대나무 통을 열어서 안쪽을 보여주는데, 그러면 그 집 사람들은 왠갖 정신병을 일으켜 발작하는가 하면, 귀신이나 마귀에 관한 이야기에 미쳐 돌아가게 되고, 그러면 이 범죄자들이 적당한 술수로 돈을 뜯어내는 것이었다. 

 

대나무 통안에 무엇을 넣어 놓는가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이 자들은 우선 남의 집에서 몰래 어린아이를 훔쳐 온다. 그리고는 사람들이 찾을 수 없는 깊은 곳에 어린아이를 가두고 우선은 굶긴다. 그러면 아이는 점차 말라가게 되는데, 아이에게 아무것도 먹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매우 맛있고 중독되어 빠져 들만한 음식을 아주 조금만 먹인다. 그러면 아이는 점차 배고픔에 괴로워하면서 음식을 극도로 원하게 되고 한편으로는 점점더 온몸이 바싹 마르고 몸이 줄어 들게 된다. 그러는 동안에도 아주 맛있는 음식을 아주 조금씩만 계속 먹인다. 

 

그러다가, 아이가 죽기 직전까지 버틸 수 없을 만큼 흉칙할 정도로 마르게 되면, 조금씩 먹이던 음식을 한웅큼 대나무통 한 중앙에 넣어서 아이에게 준다. 그러면, 아이는 그 음식을 먹으려고 사력을 다해 대나무 통속으로 기어들어 오는데, 아이의 몸이 매우 마른고 작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무척 작은 대나무 통속에 억지로 온몸을 구겨넣어서 끔찍한 몰골로 대나무 통에 들어차서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박혀 있게 된다. 그러면, 바로 그 순간 날카로운 칼로 번개처럼 빠르게 아이를 찔러서 그 모습 그대로 안에 들어차서 죽게 만든다. 

 

그러면, 좁은 통속에 마른 아이가 끔찍한 몰골로 들어차 있는 "염매"가 완성이 되고, 대나무통 뚜껑을 닫아 들고 다니는 것이다. 이것을 세상에서 그 모습을 상상하기도 어려울 만큼 무서운 모양이라고 말한다. 

 

1763년에 사망한 이익은 기록에서 비참하게 죽은 아이의 귀신을 이용해서 협잡을 부릴 수도 있는 술수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조정에서 가장 심각한 범죄로 단속을 했으므로, 당시에는 거의 소멸된 상황이라고 소개 했다. 

 

- 원본출전 성호사설 

 

 

4-2

 

 

1590년에서 1592년 초에 이르기 까지, 당시 서울에서는 "등등곡(登登曲)"이라는 이상한 춤을 추며 정신 없이 노는 놀이가 크게 유행하였다. 이것은 일부러 정신나간 행동을 따라하면서 미친 사람 흉내를 내면서 날뛰고 노는 행동이었는데, 주로 부유한 집안의 자제들이 모여서 일부러 바보짓을 하고 미치광이처럼 설치는 것이었다. 히죽히죽 웃는 표정으로 짐승 같은 동작으로 아무렇게나 마구 몸을 흔들며 춤을 추는 가 하면, 밤새 깔깔 거리고 웃으면서 뒹굴고 그러다 갑자기 엉엉 울기도 하면서 "사람이 사람 같지 않다네" 따위의 말을 서로 소리지르며 주고 받았다. 

 

이 놀이를 할 때에는 기괴한 귀신, 괴물, 도깨비의 모습을 만들어서 가면을 쓰고 괴상한 옷을 입고 뛰어다니기도 했고, 정상적인 것이 아닌 겉모습, 사람이 보통 떠올리기 힘든 모습을 일부러 찾아서 몸에 걸치기도 했다. 이들은 무당의 모습이나 기괴한 행색 따위를 일부러 따라해서 서로서로 미친 모습을 자랑했고,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정신나간 듯한 동작만을 계속하며 밤새 놀았다. 

 

이러한 퇴폐적인 기행은 삽시간에 퍼져서 수백명, 수천명이 한 데 엉켜서 이런 놀음을 하기에 이르렀고, "한 번 죽으면 아무 소용 없으니, 지금 취하고 배부른 것이 제일이다" 따위의 말을 하면서 점점 더 이 놀이에 심각하게 빠져드는 사람들이 생기기에 이르렀다. 결국에는 아무 생각 없이 이렇게 무작정 이상한 행동을 하면서 놀기만 하다가 모든 재산을 다 날리고 걸인이 되는 사람들까지 나타날 지경에 이르렀고, 유명한 선비와 명문가의 자제들 중에서도 정효성(鄭孝誠), 백진민(白震民), 유극신(柳克新), 김두남(金斗南), 이경전(李慶全), 정협(鄭協), 김성립(金誠立)등이 이 등등곡을 즐긴 것으로 알려 지게 되었다. 

 

이것은 당시 극심한 당쟁의 상황에서 허망함을 느낀 양반 가문에서 은밀히 어떤 일탈적인 취미가 유행했던 것이 갑자기 크게 퍼진 것으로 짐작된다. 조선후기의 여러 서적에서는 이것이 임진왜란 직전의 망조를 상징한다는 식의 해석도 통용되었다. 

 

- 원본출전 연려실기술 

 

 

4-3

 

 

1700년대 후반, 진천(鎭川)에는 유성기(兪聖基)라는 부자가 살고 있었다. 

 

어느날 아침 이 부자가 아침을 먹고 있는데, 등에 아이를 업은 여자 거지가 문으로 들어오더니, 슬금슬금 유성기가 밥을 먹는 곳까지 들어왔다. 여자 거지는 말 없이 대뜸 국을 가져다가 그 자리에서 벌컥벌컥 절반을 마셨다. 그리고 여자 거지는 한 마디 말도 없이 또 더러운 맨손으로 이런저런 반찬을 엉망으로 주워서 질겅질겅 씹어먹기 시작했다. 

 

곁에 있던 부자의 하인이 깜짝 놀라서 여자 거지를 넘어뜨리고 두들겨 패버리려고 했다. 그렇지만, 유성기는 눈짓으로 만류했다. 유성기는 부유한 사람으로서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기가 먹던 밥을 절반을 덜어서 그 여자에게 주었다. 유성기는 "국과 반찬을 먹었으니, 밥도 먹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그러자 그 여자는 한참을 유성기를 보더니, 밥을 받아서 다 먹었다. 그리고 여자는 꽤 괜찮아 보이는 그 밥그릇을 들고는 말없이 집을 나갔다. 

 

여자가 집을 나가자 유성기의 종 하나가 여자를 가만히 따라가 보았다. 여자가 간 곳을 따라가 보니, 마을 앞 숲 속으로 여자는 사라졌고, 숲에 들어가 보니, 여자와 한패로 보이는 일당들이 가득 있었다. 가만히 보니 이들은 협박과 사기를 치는 협잡꾼의 무리들인 듯 하였다. 마침 그 때는 시비를 걸어서 일부러 몸을 다치게 한 뒤에 관가에 고발한다고 으름장을 놓아서 돈을 뜯는 일 따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던 시절이었다. 

 

두목으로 보이는 자가 여자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 빨리 왔느냐?" 

 

여자가 상황을 설명하면서 대답했다. 

 

"인심이 너그러운 사람이라서 차마 그 분에게 해를 끼칠 수는 없었다." 

 

두목이 씨익 웃더니, 다시 물었다. 

 

"그 말을 들으니 나라도 그 사람은 괴롭히고 싶지 않다. 그런데, 그러면서 그릇은 왜 가져왔느냐?" 

 

여자가 다시 대답했다. 

 

"만약 내가 그릇이라도 들지 않고 빈손으로 왔다면, 나 혼자 다 해먹고나서 너를 속인다고 의심하지 않았겠나." 

 

그리고 나서, 여자는 아이를 업고 있던 포대기를 풀었는데, 그 안에는 죽은 아기 시체가 들어 있었다. 

 

- 원본출전 청성잡기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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