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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미스테리
택시 번호판

 

으이구! 술 좀 적당히 먹으라니까! 집에 가서 바로 씻고 자! "

 

늦은 밤. 여자친구를 택시에 태운 남자는 운전석을 향해 외치며 문을 닫았다.

 

" 화양사거리요! 택시기사님 잘 부탁합니다! "

 

택시가 출발하고, 핸드폰을 꺼내서 택시의 번호판을 찍는 남자.

택시 뒷좌석에서 멀어지던 남자를 돌아보던 여인은, 남자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마른세수를 하며 정신을 점검했다.

 

" 어우.. "

 

많이 마시긴 많이 마신 듯 비틀, 그래도 스마트폰을 할 정신은 남아 있었다.

그녀가 스마트폰을 빠르게 터치하고 있던 그때, 택시기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남자친군가 봐요? "

" 네? 아 네. "

" 남자친구가 걱정이 참 많은가 보네. 번호판까지 찍어두고 말이야.

하긴, 요즘 세상이 보통 흉흉해야지. "

" 아.. "

 

여인의 얼굴이 어색해졌다. 택시기사가 기분이 나빴을까?

택시기사는 백미러로 여인의 안색을 힐끔거렸다.

 

" 제가 건너건너 들은 이야기 하나 해드릴까요? "

" 예? "

" 택시기사 하나가 술에 취한 여자 손님을 태웠는데, 그 남자친구도 택시 번호판을 찍었더랍니다.

그런데 그게 소용이 없었다나요? 술에 취한 여자 손님이 쓰러지자마자,

택시기사가 몹쓸 짓을 해버린 거죠. "

" 아.. "

 

여인의 얼굴이 불편해졌다.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까?

 

" 생각해보면 참 그렇습니다. 번호판을 찍어둔다고 해도, 벌어지는 일 자체를 막을 순 없지 않습니까? "

" ... "

 

여인은 뭐라고 대답할만한 말이 나오질 않았다. 사실, 그냥 이런 대화 자체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택시기사는 계속 말을 했다.

 

" 사실은 쓸모없는 짓이 아닌가 싶은 겁니다. 그렇게 걱정이 되면 같이 타고 가던가 말이죠. "

" ... "

" 번호판 찍어둔 걸 언제 써먹겠습니까? 결국, 일은 다 벌어지고 신고할 때나 써먹겠죠.

 당장은 전혀 쓸모가 없는 일 아닙니까. "

 

듣고만 있던 여인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 혹시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한데요, 근데 번호판 찍어둔다고 뭐 손해 보는 것도 아니지 않나요? "

" 그거야 그렇지만, 그래도 당장은 쓸모가 없다는- "

" 아뇨. 쓸모 있을 것 같은데요? 만약 범죄를 저지를 것 같은 사람이 번호판 찍은 걸 보게 된다면,

 부담돼서 참을지도 모르잖아요? 확실한 범죄예방효과가 있는 거죠! " 

 

그녀는 내친김에 톤을 높여 따졌다.

 

" 그리고 왜 자꾸 그런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솔직히 별로 기분 좋은 얘기 아니거든요? "

 

택시기사는 백미러로 여인의 눈을 힐끔 마주쳤다. 그는 사과 대신 다른 말을 꺼냈다.

 

" 아까 말했던 그 건너건너 들었다던 택시기사 말입니다. "

" ? "

" ㅈ살했습니다. "

" 네?? "

 

난데없는 이야기에 여인의 눈이 동그래졌다.

 

" 술에 취한 여자를 태운 건 맞는데, 사실 그는 아무 일도 저지르지 않았답니다.

 그런데 며칠 뒤에 고소장이 날아왔다더군요. 택시기사한테 성ㅍ행을 당했다고,

남자친구가 번호판을 찍어둬서 신고했다고 말입니다. "

" ... "

" 증거가 뭐였는지 아십니까? 그 여자가 택시에 타자마자 스마트폰을 켜서 녹음한 파일이랍니다.

그런데 그게 술에 취한 여자가 혼자 하는 주정인지,

아니면 정말로 성추행을 당하면서 낸 소리인지 확인할 수가 없다더군요.

 그런데도 그 택시기사는 계속 경찰서를 들락거려야 했고,

주변에 낙인까지 찍히며 고통을 겪어야 했답니다. 그러다 xx했지요.

거참, 생각해보면 그럴듯한 줄거리입니다. 안전을 생각해서 남자친구는 번호판을 찍어두고,

여자는 녹음기를 켰다. 이미 벌어진 일은 안타깝지만,

그래도 그런 똑똑한 행동으로 범죄자를 잡을 수 있었다... 줄거리가 좋죠. "

 

여인은 아연한 얼굴로 듣고 있다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손에 든 스마트폰을 흔들었다.

 

" 뭐예요 지금?! 지금 저랑 제 남자친구가 사기 치려고 번호판을 찍고 했단 말이에요?! "

 

택시기사는 백미러를 보며 얼른 고개를 저었다. 

 

" 아니요 아니요. 저는 단지 예방하는 겁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해드리면,

혹시라도 제가 그런 일을 겪을 상황은 예방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말씀드린 겁니다.

 손해 볼 건 없으니까요. "

" ... "

 

그녀는 무언가 말을 하려고 입을 열었다가, 점점 수긍했다. 

 

택시는, 서로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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