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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해리포터 시체의 방귀를 추진력으로 무인도를 탈출하는 영화.txt
  • 익명_13819
  • 2024.08.06 13:40:21
  • 조회 수: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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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 하나다. 인간은 신의 모습에 따라 창조되었고 따라서 신도 창자를 지녔거나, 아니면 신은 창자를 지니지 않았고 인간도 신을 닮지 않았거나.
(...)
똥을 누는 행위는 창조의 받아들이기 어려운 성질을 일상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둘 중 하나를 택해야만 한다. 똥은 수락할 만한 것이라거나 (그렇다면 화장실 문을 잠그고 들어앉지 말아야 한다!) 또는 우리가 창조된 방식은 받아들여질 수 없는것이라는 것 중에서.
그러므로 존재에 대한 확고부동한 동의가 미학적 이상으로 삼는 세계는, 똥이 부정되고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각자가 처신하는 세계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러한 미학적 이상은 키치라고 불린다.
키치란 본질적으로 똥에 대한 절대적 부정이다. 키치는 자신의 시야에서 인간 존재가 지닌 것 중 본질적으로 수락할 수 없는 모든 것을 배제한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에서
 
 

 

 

 

 
<스위스 아미 맨>은 무인도에서 조난당한 남자가 우연히 해안가로 떠밀려온 시체를 발견하는데,
그 시체가 말도 안 될정도로 유용하고 또 대화가 가능하여, 서로 힘을 합쳐 문명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다.
 
줄거리와 예고편만 보면 시체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코미디 영화인듯 하고, 또 이는 어느정도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로 영화를 보면 시체를 -정말 스위스 군용 나이프처럼- 유용하게 쓰는 장면은 그리 많지 않다.
설령 주인공의 실제 진행과 활약이 그 시체의 만능성에 기인했더라도, 영화에서 보여주려는 것은 그게 아니다.
 
 
 
이 영화는 무엇에 관한 것인가?
의심할 여지 없이, 사회적으로 드러날 수 없는 개인적인 것에 관한 영화다.
 
작중에는 공공장소에서 드러낼 수 없는 부덕 혹은 불법이기까지 한 것들이 많이 등장한다. 방귀, 발기, 자위, 시체훼손, 스토킹, 동성애 등. 이중 많은 것들이 사람이라면 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사회적으로는 받아들여지지 못 하는 것들이다.
마치 우리 모두 항문과 성기를 가지고 있고, 모두가 그 사실을 맑고 투명하게 알고 있지만, 그 누구도 그 사실을 드러내지 않는 것처럼.
 
즉 사회적이지는 않지만, 자연적인 것들(시체가 부패하면 안에 가스가 차서 방귀로 나옴은 매우 자연적인 현상이다)이고, 
인간은 자연과 사회 사이에 위치하기에, 이러한 개인적인(자연적인) 면은 우리에게 이중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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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매니, 즉 시체다.
매니는 시체라고 하기에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마치 반反좀비처럼, 몸은 스스로 움직이지 못 하는 대신 사고와 대화는 자유롭게 가능하다.
매니는 진짜 시체라기보다는, 시체라고 상정된 존재, 즉 비사람으로써의 인격체에 가깝다. 좀비도 로봇도 아니지만 그것들의 '사람이 아님'만 빌려온 것 같다.
 
어째서 굳이 이런 복잡한 역할을 배치했고, 이게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말했듯 본 영화는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는 개인적인 것에 관한 얘기인데,
사람이 둘 이상 모이면 필연적으로 사회가 형성되고, 그 사회에서(즉 타인 앞에서) 나의 개인성은 숨겨진다(혹은 숨겨야 한다).
 
그러나 매니는 의사소통은 가능하되 사람은 아닌 존재다.
매니와 함께 있는 건, 사회는 아니되 그렇다고 혼자 있는 것도 아닌, 그래서 개인적인 영역이 인식되지만 억압되지는 않는 상황이다.
 
주인공 행크는 그런 -기억상실증(?)에 걸린- 매니에게 이것저것 알려주기 위해 그 개인적인 영역을 하나하나 알려주는데,
동시에 사회화가 덜 된(?) 매니에게 그 개인적인 영역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음도 가르쳐준다.
그렇게 영화는 마치 아이에게 교육을 하듯이, 사회화에 대해 처음부터 하나씩 정의한다.
 
명백히, 이는 주제를 위한 준비 운동, 즉 관객의 당연한 인식을 먼저 초기화 시키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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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두 가지 상반된 사실이 드러난다:
매니의 육체가 놀라울 정도로 유용하다는 것과, 행크는 엄마가 생각나서 딸딸이를 못 친다는 것이다.
 
먼저 전자의 경우 개인적 영역의 긍정성을 은유하는 듯 하다.
매니를 활용하는 모든 행동은 -사회적으로 터부시된- 고인을 존중하지 않고 시체를 훼손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비사회적이지만, 동시에 그것은 너무나도 쓸모있고 간편하며 자유롭다. 
안전하지만 자신을 옭아매는 갑옷(사회적 윤리와 규칙)을 벗어던졌을 때처럼 해방감을 느낀다.
 
행크는 다른 사람과 있지만 사회는 아닌 그 상황에서, 마음껏 개인적 면을 드러내고, 거기서 행복을 느낀다.
그냥 '집으로 돌아가지 말고 여기에 있자'고 할 정도로. 이렇게 타인과 개인적인 면을 공유하는 것을 우리는 '친구'라고 부를 수 있다.
 
 
반면 엄마가 생각나서 딸딸이를 못 친다는 것은, 그 개인적인 면이 사회화되지 못 함을 의미한다.
아무리 비사회적이더라도, 우리 모두 공유하고 있는 개인적인 면들은 사회적인 방식으로 받아들여진다.
가령 누구나 자위를 하니 자위를 한다는 사실 자체는 이상하지 않고, 오히려 드러낼 수 없는 걸 공유한다는 점에서 더욱 더 끈끈한 사회화로 이어진다.
 
그러나 행크의 사정은 공유되기도 공감하기도 힘들다. 남들은 사회화의 시작이 될 수 있는 자위가, 행크에게는 사회와의 단절의 대표이자 시작으로 작용한다.
나아가 행크와 행크의 거울상으로써의 매니는 자신이 얼마나 사회에서 얼마나 쓸모없고 도태되었는지를 한탄하며, 사회에 받아들여지지 못 함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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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이 두 사실은, 행크가 일반인과는 친구가 되지 못 하지만 매니랑은 친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인간이란 결국 개인적인 존재고 사회화가 절대적 진리는 아님을 나타낸다.
 
행크는 완전히 혼자인 것도 견딜 수 없지만 그렇다고 사회에 완전히 받아들여질 수도 없다.
그런 행크에게 비인간도 아니고 인간도 아닌 그 사이에 위치한 매니는, 행크의 -무시할 수도 없고 받아들여질 수도 없는- 개인성을 내포한다.
 
그렇게 작품은 인간의 필수불가결하고 소중한 한 부분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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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영화는 사회성에 반대하고 개인성만을 인정하는 걸까?
 
영화의 막바지에 이르면 주인공은 다시 사회로 돌아가려 애쓰는 듯 하다. (애초에 전체 플롯 자체가 무인도에서 인간 사회로의 여정이다.) 자신이 했던 모든 비사회적인 일을 숨기거나 매니에게 뒤집어 씌운다.
이를 위해 아버지와 완전히 단절될 뻔 하는데, 이는 사회적 정상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개인적인 연결고리까지 포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결국 모든 걸 드러낸다. 자신이 스토킹했다는 걸 드러내고, 시체를 매우 아낀다는 걸 드러내고, 방귀를 뀐다. 
물론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경멸, 실망, 황당일 뿐이다. 심지어는 수갑까지 채워진다. 어쨌거나 불법은 불법이니까.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꿈같은 소리나 해대는 이상주의적 작품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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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지막에 매니는 -그가 등장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방귀를 뀌다가 그걸 추진력 삼아 저 먼 바다 너머로 사라진다.
'행크의, 그리고 우리 모두의 개인성'을 은유하고 상징하는 매니가, 안치소(사회)에 구속당하지 않고 자유롭게 남는다는 것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보여준다.
 
개인성이 아무리 사회에 억압당하고 교정되거나 숨겨지더라도, 개인성은 분명히 존재하고 완전히 부정할 수 없으며 그것은 매우 좋다라는 주제 말이다.
꽤나 뻔한 엔딩이고 뻔한 주제긴 하지만, 그래도 또 한편으론 다행스럽고 내심 바랬던 결말이다.
 
특히 매니가 웃으면서 사라져가는 그 모습은, 행크를 제외한 사람들에게 기괴하게 보이고 또 우리도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징그럽게 느꼈겠지만, 지금까지 매니를 봐온 관객에겐 오히려 친숙하고 정다우며 반갑기까지 하다.
친구, 연인, 가족이란 그런 게 아닐까?
타인은 징그럽고 기괴하게 느끼는 것조차, 얼마든지 받아주고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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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개인(자연)과 집단(사회) 가운데에 위치한 존재다.
 
완전히 사회화되면 자신의 고유함을 모두 상실하고 보편성과 객관성에 흡수되어 자기자신을 잃어버릴 수 있지만, 
반대로 사회에서 완전히 동떨어지면 스스로와 세상에 대한 객관적 인식이 불가능해지고 그렇게 자신을 모르게 되어 마찬가지로 자기자신을 잃어버릴 수 있다.
따라서 줄타기를 하듯이 그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만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다.
 
현대 사회가 되고 문명화될 수록, 사람들은 더 도덕적이게 되고 규범적이게 됐지만, 그만큼 개인성은 배제되었다.
개인이란 개념의 탄생과 개인 공간의 건설은 역설적으로 개인성을 한 곳에 격리시켰고, 우리는 개인성을 공유하지도 드러내지도 못하게 되었다.
마치 로봇처럼, 우리는 덜 무해해지고 덜 위험해졌으며 덜 불확정적이게 되었으나, 그만큼 우리 자신을 조금씩 잃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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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아미 맨>은 현대에서 점점 보이지 않게 되는 개인성과 그것의 소중함에 대해 다룬 영화다.
 
그런데 왜 스위스 아미 맨일까? 단순히 가제트처럼 매니가 기능이 많아서 그런 걸까?
아마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사회화 될 때 우리는 대체로 어떤 역할이나 직업을 갖고 사회화되는데,
그 하나의 개념(역할이나 직업)이 우리를 대표하고 나아가 우리를 대신하여 결국은 우리를 소외시킨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하나의 개념으로 막연히 환산될 수 없는, 깊고 입체적이며 불가해한 존재다.
영화는 그걸 말하기 위해서 -단 하나의 기능만을 가지지 않고 여러가지 면을- 가진 스위스 군용 나이프를 모티브로 한 게 아닐까?
 
하나의 대상을 하나의 이름과 의미로 규정짓는 관념의 세계에서 벗어나,
한 존재가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고 기능될 수 있는 물질의 세계 곧 실재적 현실을 보여주려 한 것이 아닐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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