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미스테리 괴담 신미미부쿠로 -신사의 여우

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세번째 밤(第三夜)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카도카와 문고

제85화. 신사(神社)의 여우

전문학교 강사 S씨가
초등학생 때 고향에서 체험한 일이다.

학교에서 돌아와 저녁 식사를 마치고
동네 친구들과 함께 신사 경내에 모였다.

경내에는 큰 누각을 만들어
훌륭한 일본식 큰북을 갖춰 놓았다.
가을 축제에서 공연할 큰북 연습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몇 년 전에 S씨의 할아버지들이 부활시켰다는,
무척 오래된 축제라고 했다.

두두둥―, 두두둥―.
큰북 소리가 신사를 둘러싼 숲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큰북 리듬도 열기를 띠었다.
신사는 어둠에 싸여, 횃불이 주위를 새빨갛게 비추고 있었다.

"앗, 저게 뭐야? "
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다.
모두의 눈이 그 시선 끝에 쏠렸다.

신당 앞에 커다란 여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횃불 빛을 받아 그것이 똑똑히 보였다.
갈색 털, 동그마니 뒷다리를 접고 앞다리를 쭉 펴
기지개를 켜는 듯한 자세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러나 모두 놀란 것은 그 여우의 꼬리였다.
공작새 깃털을 연상시키는,
풍성하게 펼친 신기한 꼬리.

"저건 뭐야!? "
"신령님의 사자(使者) 아닐까? "
아이들은 야단법석을 떨었다.

거기 있던 아이들은 모두 그 여우에게서
왠지 신성한 기운을 느꼈다고 한다.

"어서 연습 안 할래!? "
연습을 도와주던 사람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S씨와 친구들은
다시 큰북 연습을 시작했다.
그러자 그 여우는 휙 모습을 감추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연습을 도와주러 나온 어른은
그 여우가 안 보였던 것 같아. "
라고 S씨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