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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미스테리 [괴담] 재미있는 담력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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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담력훈련 해보셨나요?

 

저는 철원에 있는 육군 모 사단에 근무를 했습니다.

 

담력훈련은 유격훈련 코스 중에 하나로 

 

유격기간 중 하루를 잡아 밤에 훈련을 받습니다.

 

 

 

훈련 방식은 정말 간단합니다.

 

밤 8시가 되면 집합하고 9시가 되면 

 

2인 1조가 되어 야산 하나를 정해진 길을 따라 도는 것입니다. 

 

혹시라도 졸병들이 탈열을 하거나 사고라도 칠까봐 

 

꼭 고참과 졸병이 한 조를 이룹니다. 

 

 

 

저는 말년 고참과 한 조를 이루었습니다. 

 

그 고참은 재수가 없어서 유격 세 번이나 받는다면서 유격 받는 내내 계속 투덜거렸죠. 

 

게다가 어디에 무슨 귀신, 어디에 뭐가 있다는 것을 줄줄이 꿰고 있는 것입니다.

 

달이 떠 있어도 산 속은 칠흑같은 어둠속에 묻히기 때문에 길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흰색 노끈을 연속으로 나무에 묶어서 길을 안내해 줍니다.

 

가는 길 중간 중간에는 조교들이나 교관들이 귀신 복장을 하고 훈련병들을 놀라게 합니다.

 

어떤 귀신은 길 옆 풀숲에 엎드려 있다가 갑자기 발목을 잡기도 하고, 

 

관속에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나기도 합니다.

 

심지어 타잔처럼 나무에 줄을 매달고 괴성을 지르며 줄을 타고 길을 가로지는 귀신도 있지요. 

 

 

 

그 때는 무서운 감정은 온데간데 없고 웃겨서 깔깔대기도 합니다. 

 

그러면 귀신이 화를 내며 얼차려를 줍니다.

 

귀신은 보이지 않고 말소리만 들리죠.

 

 

"야, 이게 장난이야? 니들 놀러왔어?"

 

"아닙니다!"

 

"이것들이 정신을 못 차리네. 앉아! 일어서!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태어나서 처음으로 귀신한테 얼차려를 받습니다.

 

게다가 귀신이 임무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야! 니들 다음 조 애들 올라오면 놀라게 하는거야. 

걔들이 놀라지 않으면 니들은 계속 여기서 구르는거다. 알았냐?"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훈련병들은 길 양옆 풀숲에 숨어 있다가 

 

다음 조가 올라오면 갑자기 뛰어들어 발을 잡거나 몸을 껴안아 버립니다. 

 

하필 껴안은 사람이 고참이면 웃기는 상황이죠.

 

"너 여기서 뭔 지랄하냐?"

 

"아...저...귀신이 놀래키라고 해서.."

 

"이런. 미친놈이... 이게 놀래키는 거냐?"

 

 

그제서야 귀신이 끼어들어 상황을 종료시킵니다.

 

"야!! 내가 시킨거야. 앞 조 빨리 전진해!!"

 

 

저는 무섭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 이런 것이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말년 고참은 이런 모든 상황이 지겨운가 봅니다. 

 

아무 말도 없이 그냥 뚜벅뚜벅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하긴 제가 그 고참 입장이라도 어디서 뭐가 나오는지 뻔히 아는데

 

놀랄 일이 있겠습니까? 

 

그냥 빨리 이 산을 돌고 훈련을 끝내고 싶은 심정이겠죠.

 

귀신만이 무서운 것은 아닙니다.

 

가다보면 함정을 파놓아서 빠지기도 합니다.

 

제가 구덩이에 빠져서 놀라니까 고참이 조용히 손을 내밀어 저를 당겨주었죠.

 

게다가 죽은 닭을 길 가운데에 끈으로 매달아 길을 가다 얼굴에 죽은 닭이 부딫히기도 합니다. 

 

그 때는 정말 움찔하죠.

 

 

 

뭐니뭐니 해도 최고의 코스는 콘크리트로 만든 좁은 동굴 코스입니다.

 

동굴 코스는 폭 1미터, 높이 2미터 정도 되는 길고 좁은 콘크리트로 만든 통로를 지나는 곳입니다.

 

간신히 사람 한명 통과할 수 있는 비좁은 콘크리트 벽 속에 

 

군데군데 한 사람 정도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그 공간에 조교들이 잠복하고 있다가 지나가는 훈련병들을 놀라게 하는 거죠.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비좁은 공간을 지나면 폐소공포증까지 느낄 정도입니다.

 

그런 좁은 통로를 지나는데 양쪽에서 불쑥불쑥 손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갑자기 손전등이 켜지면서 조교들이 얼굴을

 

들이밀기도 하죠. 물론 여러가지 무서운 분장을 했기 때문에 알고도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몇 십미터 비좁은 콘크리트 통로가 끝나갑니다.

 

너무나 어두운 곳을 통과해 와서 그럴까요?

 

칠흑같던 산속의 어둠이 얼마나 밝아 보이는지 모릅니다. 

 

 

 

이제 다 끝났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선물이 있죠. 

 

귀신 머리를 한 조교가 동굴 통로 끝의 위에 엎드려 있다가 머리를 거꾸로 내리며 소리칩니다.

 

"히히힉!!!"

 

이제 진짜로 모든 게 끝났습니다.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휴가가서 친구들 만나면 얘기할 거리가 생겼습니다.

 

저 앞에 부대원들이 담배를 물고 기다리고 있군요.

 

 

 

"헤이!!! 신삥!! 대단한데 여기까지 오다니. 재밌었냐?"

 

저와 한 조를 이루었던 말년 고참이었습니다. 

 

대견하다는 듯 저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환영해 주었습니다.

 

"네!! 그래도 김병장님이 계셔서 무섭진 않았습니다."

 

말로는 그랬지만 솔직히 그냥 혼자 갔으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았습니다.

 

"뭐? 내가 뭘? 나 그냥 중대장님한테 얘기해서 입구에서 빠졌어. 

여기서 너 기다린거야. 내가 말년에 귀신놀이나 하고 있어야겠냐?"

 

"............"

 

내 복잡한 머릿속을 이해나 하는지 고참은 이상한 놈 봤다는 표정을 지으며 저에게 물었습니다.

 

"응?.....야 너 왜 그래 임마?"

 

".........함정에.....빠...빠졌을 때 제 손 잡아주셨잖습니까?"

 

"뭔 소리지?"

 

"............."

 

 

 

저렇게 말많은 고참이 막상 산 속에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걸었다는 것이 이상했습니다.

 

어쩐지 구덩이에서 나를 이끌어주던 고참의 손이 6월의 여름날 밤 치고는 너무 차가웠습니다.

 

게다가 앞에 걷던 고참은 그 구덩이를 그냥 지나친 것 같군요. 그리고 뒤따르던 저는 빠졌구요.

 

휴가가서 친구들 만나면 얘기해야 할 거리가 하나 더 생긴 것 같습니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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